나는 노력한 것에 비해서 운이 안 좋은 것 같다고 주변 지인들이 가끔 말해준다. 학창 시절 때에는 가고 싶었던 대학의 문턱 앞에서 서류를 제대로 제출하지 못해 결국 입학하지 못했었다. 그러고는 소위 말해 나의 “안전빵"이었던 대학교를 대신 갔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원했던 대학에는 최종적으로 불합격하게 된 것이니 참으로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또 절실히 노력해서 들어간 대학원에 들어가자마자 양극성 장애로 진단을 받아 학업을 마치는 데 참 힘들었다. 직장을 열심히 다녔다가도 희귀질환으로 진단되어 어쩔 수 없이 퇴직하게 되었다. 건강상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내가 본격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려고 했을 때 내가 어쩔 수 없었던 이런저런 일들이 내 발목을 잡은 경험이 수두룩하다. 속이 상해도 어쩔 수 없는 일에 대해서 무얼 어찌하겠는가. 그렇게 어쩔 수 없었다는 말로 위안을 삼아보려고 노력하곤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어쩔 수 없다는 말이 위안이 아닌 핑계가 되어버린 것 같다. 나는 어쩔 수 없었던 그 순간에 놓인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정말 그 상황 속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는지 잘 살펴보고, 만약 내가 다른 결정이나 행동했다면 어떠한 다른 결과가 있었을지 돌이켜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내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인생은 원래 맘대로 안되는 거라며, 내가 하지 못한 것들과 잘못한 것들을 직면하지 않는다면 다음번에도 또 어쩔 수 없는 일이 발생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로도 반복되는 상황을 스스로가 살펴보지 않고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결국 어쩔 수 없는 인생을 살게 될 게 분명하다.
결국 무언가가 나의 의지를 벗어났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늘 어떤 상황에서도 우린 성장할 기회를 노릴 수 있고 올바른 선택을 할 의지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가 맘에 들지 않는가? 뜻대로 풀리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며 스스로를 위안해도 좋지만 내가 이 상황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점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배운 점을 통해 지금 당장 그 어쩔 수 없는 상황을 어쩔 수 있는 상황으로 바꿀 수 있는 선택과 행동을 해보려고 하자.
나는 “나 원래 그래"라는 말을 싫어하는 편이다. 나는 원래 이렇게 태어났으니, 나에게서 더 바라지 말라는 말처럼 들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쩔 수 없지"라는 말도 이와 비슷한 선상에 서 있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일인데 내가 그것에 대해서 뭘 어떻게 하겠냐는 말로 들릴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정말 내게 운이 나쁜 일이 혹은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일에도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배울 수 있을 지 깊이 고민해보려고 노력한다. 앞으로도 운수 없는 날은 많을 테고, 어찌할 수 없는 일도 참 많을 것이다. 그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돌이켜 보며 앞으로는 무엇을 다르게 선택하고 어떤 행동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조금씩 성장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