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서 즐기는 주말,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처음 AI와 대화를 시작한 건 몇 달 전이었다. 챗GPT, 클로드, 미드저니... 하나씩 익혀가며 글도 써보고 이미지도 만들어보았다. 틈틈이 쌓아온 작은 경험들이 어느새 내 안에서 새로운 갈망을 키워내고 있었다.
바이브코딩을 알게 된 순간, 그동안 따로 놀던 퍼즐 조각들이 한 번에 맞춰지는 느낌이었다. 글쓰기와 이미지 생성에서 멈춰 있던 창작의 경계가 순식간에 확장되었다.
산악회 버스 좌석 예약 앱을 만들었을 때의 그 짜릿함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있다. 첫 번째 작품이 실용성에 집중했다면, 이번엔 다른 갈증이 일었다.
여행자들을 위한 타로.
문득 떠오른 이 단어가 마음에 파문을 일으켰다. 길 위에서 만나는 불확실함들, 산길에서 마주하는 선택의 순간들. 그 모든 것이 타로 카드 한 장의 신비로움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랫동안 붓과 먹, 만년필로 그려온 선들이 이제는 코드 속에서 새로운 형태로 피어난다. 디자이너가 코딩을 만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몸소 깨닫고 있다.
색감에 대한 감각, 레이아웃에 대한 직관, 사용자 경험에 대한 이해. 그동안 사진과 캘리그라피를 통해 기른 미적 감각이 코드와 만나니 예상치 못한 시너지가 일어났다.
단순히 기능을 구현하는 것을 넘어서, 사용자의 감정까지 고려한 인터페이스를 그려낼 수 있다는 것. 이것이 디자이너가 코딩을 하는 진짜 의미인 것 같다.
이제 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사진 작업을 위한 포트폴리오 사이트, 캘리그라피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갤러리 앱, 에세이 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머릿속에 그려지는 아이디어들이 이제는 실현 가능한 것들로 느껴진다.
글쓰기로 표현했던 감성을, 사진으로 담았던 순간들을, 붓글씨로 새겨낸 마음들을 이제는 인터랙티브한 경험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설렘.
등산화 끈을 묶으며 드는 설렘처럼, 여행 가방을 꾸리며 느끼는 두근거림처럼. 여행엔 예측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다. 날씨도, 길도, 만날 사람도 모른 채 떠나는 그 용기.
타로와 여행이 만나는 지점을 찾고 싶었다. 진짜 점을 치는 게 아니라, 여행자의 마음에 작은 영감을 건네는 도구 같은 것.
세 장의 카드로 펼쳐지는 여정.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로 이어지는 길. 오늘의 등산운, 날씨 운세, 안전에 대한 속삭임까지.
처음엔 단순했다. 카드 하나 뽑아서 결과 보여주기. 하지만 손끝에서 자라나는 창작의 기쁨은 그보다 훨씬 깊었다.
카드가 뒤집히는 순간의 애니메이션. CSS로 그려낸 3D의 신비로움. 캘리그라피 작업에서 기른 공간감각이 여기서도 빛을 발했다. 화면 너머에서도 카드를 만지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다.
카드 한 장이 천천히 뒤집힌다 시간이 멈춘 듯한 0.6초의 기다림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보라색 신비로움에서 시작했던 색감은 어느새 따뜻한 오렌지와 브라운으로 변해있었다. 감성사진을 찍으며 익힌 색온도에 대한 감각이 디지털 화면에서도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깊은 밤색 바탕 위로 번지는 따뜻한 불빛. 등산로에서 만나는 모닥불처럼, 여행자의 마음을 달래주는 온도.
22장의 카드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써야 했다. 그동안 에세이를 쓰며 기른 서정적 문장력과 AI의 논리적 사고가 만나 예상치 못한 조화를 이뤘다.
"바보" 카드가 등산자에게 건네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새로운 산길 앞에 선 설렘, 두려움 없이 내딛는 첫 발걸음. 전통의 의미 위에 여행자만의 서사를 덧칠해나갔다.
이제 다음 프로젝트들이 머릿속에서 줄을 서고 있다. 내 사진 작품들을 인터랙티브하게 전시할 수 있는 온라인 갤러리, 캘리그라피 작품을 주문받을 수 있는 플랫폼, 독자들과 함께 나누는 에세이 공간.
디자이너의 감각과 작가의 사고, 그리고 코딩이라는 새로운 도구가 만나면서 창작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이제는 상상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친구들이 카드를 뒤집는 모습을 지켜보며 알았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작은 즐거움 하나가 누군가의 하루에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을.
바이브코딩의 진짜 매력은 결과보다 과정에 있었다. 막히면 물어보고, 떠오르면 시도해보고, 함께 웃으며 수정해나가는 그 자유로움.
여행 타로 앱은 완성되었지만, 사실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펼쳐질 창작의 여정에서 두 번째 이정표일 뿐.
화면 속 카드 한 장이 누군가의 다음 여행에 작은 영감을 건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 작은 창작의 여정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어느 오후, 나는 또 다른 호기심의 씨앗을 품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씨앗을 현실로 만들어낼 도구들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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