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탄천을 걸어 출근한다.

탄천의 봄

by 난달

부서협의와 저녁 회식이 있는 날, 새벽 테니스를 접고 오랜만에 탄천을 걸어 출근하기로 했다. 수지로 이사한 지 어느덧 스무 해, 탄천길은 내 삶의 일부처럼 늘 함께했다. 때로는 자전거 바퀴가 그 길을 가르고, 때로는 퇴근 후 건강을 위한 산책길이 되었으며, 테니스를 시작하기 전에는 사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한강까지 이어지는 여정의 길이었다.


봄이 한창인 아침, 탄천 둑의 벚꽃은 이미 대부분 꽃잎을 땅에 내려놓았지만, 나는 그 찰나의 봄을 온전히 느끼고 싶었다. 귓가에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을 흐르게 하며 버스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계는 여섯 시 이십 분, 수서역을 지날 때였다. 강남면허시험장에서 내려 한 시간 동안 탄천을 거슬러 오르면 다시 수서에 닿을 수 있었다. 그냥 내릴까 하는 작은 망설임이 있었으나, 결국 나는 버스에서 내렸다.

탄천으로 내려서는 순간, 롯데 타워 위로 반쯤 걸린 태양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이라면 이 시간 깊은 어둠 속이었을 텐데, 계절은 어느새 바뀌어 있었다. 탄천 보도에 발을 디디자 저 멀리 태양이 고개를 들었다. 그 성실함과 부지런함이 경이롭다. 단 하루도 뜨고 지기를 쉬지 않은 태양. 그 앞에서 미소가 지어진다.


공사장의 소음과 분주함을 서둘러 지나치자 봄날의 아침 풍경이 싱그럽게 펼쳐졌다. 이 특별한 아침의 빛은 형언하기 어려운 감각을 선사한다. 따뜻하면서도 시원한, 서로 모순된 감각이 공존하는 계절. 나무들은 가지마다 연한 새싹을 달아 희망을 속삭인다.

양재천 쪽 물가에서는 오리들이 자맥질을 하며 평화로운 아침을 연주하고 있었다. 수서 쪽은 아직 어스름이 남아있었지만, 풀잎마다 맺힌 아침 이슬은 떠오르는 햇살에 보석처럼 빛났다. 길가에 핀 조팝나무 꽃은 하얀 밥알을 뿌려놓은 듯 순수한 아름다움을 자랑했다.


아침의 하늘이 마치 도화지 위에 살아 움직이는 그림 같았다. 출근길 자전거들이 내 앞을 거침없이 지나갔고, 아침 산책을 나온 이들의 발걸음도 가벼웠다. 처음 세워질 때는 흉물스럽다 여겼던 롯데 타워가 이제는 서울의 확고한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까치집마다 생명의 소란함이 감돌고 있었다. 새끼를 키워내기 좋은 계절, 자연은 이렇게 순환하며 영원을 말한다. 나무마다 물이 오르고, 연초록 새싹은 갓난아이의 보드라운 살결을 연상시켰다.

익숙한 길이 나타나자 출근길의 종착점이 가까워짐을 알 수 있었다. 뒤돌아보니 자전거 한 대가 바람처럼 지나갔다. 잠시 놀랐지만,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주머니에서 하모니카를 꺼내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OST '내 사랑 내 곁에'를 불어보았다. 노래 한 곡에 담긴 그리움과 사랑이 봄날의 정취와 어우러졌다.

길가에 핀 붉은 꽃이 눈에 들어왔다. 동백은 아닐 테지만 동백처럼 선연한 붉은색이 떨어진 벚꽃 잎과 어우러져 절묘한 색의 하모니를 이루었다. 육교를 건너며 나의 봄날 출근길은 막을 내렸다.


오늘 아침 탄천의 봄은 그렇게 내 안에 깊이 스며들었다. 계절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는 이 길에서, 나는 다시 한번 삶의 순환을 목격하며 오늘도 나의 하루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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