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리산국립공원 대야산 산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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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야산 산행이다.
태풍이 지나가고 연일 푹푹 찌는 날씨는 아침부터 뜨거움이 만만치 않다.
산행이 있는 날에는 새벽 테니스를 가지 않아서 7시 30분까지 출발지로 가면 되기 때문에 아침시간 좀 더 여유롭다.
와이프는 어제 오후 내내 등산회원들과 나눠 먹을 반찬을 준비한다 분주했었다. (함께 하는 지인들이 음식을 잘한다는 칭찬도 힘이 되겠지만, 진짜 잘한다. ㅎ) 오늘도 잘 얻어먹을 생각에 기분이 살짝 업된다.
나는 일어나자마자 버스에서 주변 지인들과 나누어 먹을 커피를 내렸다.
집을 나섰다.
집에서 풍덕천2동사무소까지는 대략 20분 정도...
출발지에 도착하니 그동안 나오지 못했던 산대장님이 반갑게 마주해 준다. 과도한 운동으로 인대를 다쳤다한다. 나도 조심해야 한다. 버스에는 한 달에 두 번! 친인척보다 자주 만나는 반가운 누님, 형님들이 벌써 나와서 반가운 인사를 나눠 주신다. 언제 봐도 존경스러운 분들이다.
이번 산행에는 새 얼굴들이 몇 보인다. 역시나 반갑다.
앞으로 쭈욱 같이 함께 산행하기를 희망한다.
버스가 출발했고, 2시간 20분 정도에 문경시 대야산 용추계곡 입구에 도착했다.
큰 안내도가 보인다.
현 위치에서 월영대를 지나 대야산 정상을 거친 다음 밀제와 떡바위를 거쳐 용추폭포(용소)로 내려올 것이다.
와이프는 내려올 때의 물놀이를 즐길 마음에 벌써 들 떠 있는 것 같다.
와이프는 정말 물놀이를 좋아한다. 얼마나 좋아하는지 회원들이 "폭포의 여인"이라 별명을 붙일 정도이다.
계곡 군데군데 자리를 잡아놓은 피서객을 바라보며, 스치듯 바쁜 걸음으로 정상을 향했다.
걷다 보니 용추계곡은 처음인 것 같다.
2014년 8월부터 시작해서 산악회의 정기산행은 거의 다녔다. 100대 명산이라고 일컫는 산들을 대 부분은 다녔을 터인데 기억에만 의존하다 보니 가물가물하긴 한데, 올라가는 길이 낯선 것이 처음이 분명하다.
월영대까지도 피서객들이 벌써 자리를 잡았다.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계곡피서를 즐기려면 발품이 필요하다.
한 무리의 젊은 등산객들이 우리를 앞질러 나간다.
충만된 젊음을 보는 것 만으로 기를 받는 것 같다.
그중 가이드을 맡은 듯한 여자분이 지금까지는 평탄한 길이지만 조금 있으면 가파른 오르막이라고 페이스를 조절하라는 당부와 함께 긴장을 시킨다.
나도 페이스를 조절해야겠다.
월영대에서 피아골을 타고 1시간가량 왔는데도 아직 힘든 코스를 만나지 않았다. 언제 나오지?
정상을 1.4Km 남기고부터는 경사진 계단오르막이 나온다. 보기 드문 45도 이상의 경사인데
정말 끝도 없이 올라가기만 한다. 난코스이다.
산을 오를 때는 하산 때 보다 경사가 있는 편이 낫다. 하산이 가파르면 부상의 위험이 많다.
이 혹서에 얼마나 힘든지 앞 선 등산객의 옷이 땀으로 젖어서 등산화까지 적셔져 보인다.
나 역시 이미 온몸이 땀으로 목욕한 상태이다.
암릉 로프를 타고 올라오는 회원의 스틱을 잡아 주느라고 고개를 숙이면서 힘을 줬더니 엃힌 듯 명치가 심하게 아프다.
버스에서 회원들에게 나눠 준 떡을 급하게 먹었고 초입에서 오이랑, 사과를 얻어먹었는데 아무래도 힘든 계단을 오르다 보니 소화가 덜 된 탓이다.
참을 만하기도 하고 오랜만에 느끼는 땀범벅을 제대로 즐기고 싶어서 쉬지 않고 오르는데 숨이 막힐 정도로 명치가 아프다.
이거 큰일 났다.
잘 못 될까 불안하여 손가락을 주무르고 손바닥을 힘주어 만져도 아무 소용이 없이 계속 아프다.
이런....
그래서 명치를 손가락으로 역방향으로 세게 눌러줬다. 두 어번 힘줘서 눌렀더니 가스가 빠지는 듯 트림이 나왔다.
시원하다. ㅎㅎ
몇 번 더 누르고 나니 명치 아픈 것이 없어지고 편안해진다.
역시 얹힌 게 맞다. 그래서 산을 오르기 전에 많이 먹는 것을 피해야 한다.
대 부분 산행에서 정상 부근이나 정상 바로 밑에서 점심 식사를 하는 이유이다.
식사 직후에 힘든 오르막을 오르게 되면 소화를 도와야 되는 혈액들이 당장 힘쓰는 일에만 사용되어 소화능력이 현저히 나빠진다. 그래서 더 힘든 것이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니 군데군데 점심을 먹고 있는 등산객들이 보인다.
정상 부근에 넓은 공간이 없는 탓이다.
여기서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매우 가파르고 협소하다. 한 번에 한 사람씩 오르고 내려와야 한다.
이럴 때는 서로 간에 양보가 필요하다. 대 부분 내려오는 사람이 먼저 기다려준다.(맞나????)
가다 서다를 몇 번 한 후에야 정상석을 볼 수 있었다.
인증샷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한 무리 늘어서 있다.
난 인증샷이 필요 없다. (그래서 정상석이 비어있는 그 찰나에 정상석만 촬영했다.)
물론 이왕이면 인증샷도 남기면 좋겠지만, 줄을 서 가면서까지 인증하고 싶지는 않다.
가끔 인증샷, 인증카드 같은 것이 스트레스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물론 대가도 따른다. 어느 산에 갔는지 기억에만 의존해야 하는....ㅋ
요즘은 구글 포토프로그램 덕분으로 기억을 떠 올리기가 아주 쉽다.
풍경이 잘 보이는 곳으로 몇 장 남긴다.
정상을 내려오니 회원들이 삼삼오오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식사를 시작하고 있다.
나도 얼른 자리 잡고, 성 춘 형님과 장군형수님 부부를 도왔다.
장군형수는 초빙회원들의 산행컨디션부터 식사까지 일일이 다 챙긴다.
초대한 회원들이 적응하게 하는 데에는 함께 식사하는 것이 제일이다는 것을 아시는 까닭이다.
나는 가끔 주변사람들에게 등산과 관련하여 이런 말을 한다.
저는 등산 자체의 즐거움보다, 산에서 밥 먹는 게 좋아서 등산합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다.
10첩 반상만 되어도 임금님 밥상이라는데 적어도 20첩 반상은 되니 어떤 임금이 부러울까?
어제 저녁부터 잘 얼려놓은 슬러시 막걸리를 곁들여 마시니 정말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밀제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하산길은 등산길과 달리 비교적 완만하여 한결 수월했다.
40여분 정도 하산하니 물소리가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놀이를 즐길만한 소(沼)가 나왔다.
1차 입수!
역시 와이프가 젤 좋아한다. 깔 깔 깔 호 호 호
각자 옷을 입은 채로 물싸움도 하고, 금강모치에게 힐링도 받고....
놀다 보니 집결시간이 다 되어간다.
아쉽다. 이번 여름 산행 물놀이 (소위 알탕)은 이 번이 마지막이지 싶다.
서둘러 집결지로 향하다가 아쉬움에 한 번 더 입수!
조금 늦었다. 나랑 동갑내기 기사님이 잡아놓은 식당 예약시간을 어기게 되었다고 투덜댄다.
자기는 운전만 하면 되는데 좋은 일하고 욕먹는다나?
좋은 일하면 욕 안 먹는데....
괴산에 있는 식상인데 주메뉴가 새뱅이전골이다.
새뱅이는 새우를 일컫는 충청도 사투리라 한다.
시원한 국물이 일품이다.
오늘은 계곡에서 물놀이로 시원하고,
하산 뒤풀이에서 새뱅이전골로 두 번 시원하다.
상경하는 길에 버스가 길가에 선 다.
회원 중에 어느 분이 옥수수를 쏘는 모양이다.
대학생 출신이 옥수수농사를 지어 팔게 되면서 대학옥수수라는 이름이 붙었다지?
각 1개씩 시원하게 쏘셨다.
회원들에게 맛난 배려를 하신 분께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래 저래 시원한 산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