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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달 Sep 29. 2023

여름의 끝자락!  마지막 물놀이 산행이다.

포천 백운산 산행기


오늘은 포천의 백운산!

백운산은 산의 이름이 좋은 지 전국에 백운산 대 여섯 개가 된다고 한다. 내가 아는 유명한 백운산은 광양의 백운산이다. 봄날 매화를 보러 광양의 백운산도 다녀온 적이 있다.

산악회에서 여름에는 주로 산행과 물놀이를 병행할 수 있는 코스로 택하는 편이라 포천의 백운산은 여름산행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산이다. 작년에도(?) 산행 후에 물놀이를 재미나게 즐긴 기억이 남아있다.

기억이라는 것이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기억이 가물 가물 하다. 정기적으로 산행을 시작한 지 거의 10년인데 기억에서 거리가 멀수록 남아있는 추억이 희미해져서  산행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도 발걸음 가볍게 풍덕천2동 주민센터로 향한다.

동네가 기반인 우리 산악회가 좋은 점 중에 하나로 다른 산악회와 달리 출발지와 도착지가 하나이다.

여러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산악회의 경우 회원들의 편의를 위하여 출발과 도착지가 여러 곳이 되다 보니 중간중간 가다 서다를 반복해야 하고 특히, 긴 여정으로 피로에 치진 경우에 가장 일찍 나와서 탑승한 회원이 젤 늦게 내리게 되는 불편을 감당해야 하는데, 우리 산악회는 이 점이 너무 좋은 점이다.


늘 그렇듯이 반가운 얼굴들이 저희 부부를 맞아 주신다. 형님, 누나, 형부, 형수님 안녕하세요~

나는 아직 동생들 보다는 형님, 누님이 많은 젊은 층에 속한다. 근래에 밴드를 통하여 새로 참여하는 회원들은 다 수가 동년배이거나 후배인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정든 형님, 누님들이 연세로 인해 기력이 쇠퇴하여 산행참여가 줄어드는 부분은 많이 아쉽지만 새로운 회원이 늘면서 산악회의 활력이 생기는 건 좋은 일이다.

버스는 한 석의 빈자리도 없이 회원을 가득 태운채 출발했고, 총무님과 회장님의 감사 인사말씀!

비영리산악회라지만 3만 원 회비로는 늘 적자 운영을 해야 하는 만큼 빈자리가 생긴다는 것은 그 만한 출혈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만차가 되었을 때 운영진과 회원들 모두 기뻐하는 이유이다.

늘 그렇듯 반가운 인사 말씀 뒤에는 즐겁지만 안전한 산행을 강조한다.

여기서 한 가지! 적자인데 어떻게 산악회를 운영하는가?

우리 산악회는 1년에 1번 시산제때 회원찬조를 운영하고 있어서 그때 모인 기금을 활용하여 회원들에게 그 혜택을 나누고 있다. 적은 산행비용으로 아침에 간식 주고, 고급버스로 편안하게 산까지 모셔가지, 저녁에 뒤풀이 식사까지 제공하는 우리 산악회 최고!!!!!


서두가 너무 길었다.

수지를 출발하여 대략 1시간 50분 정도 걸려서 시작점인 광덕고개에 내렸다.

광덕재- 정산- 백운골- 흥룡사 코스로 대략 4-5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산행기에도 언급했는데 와이프가 워낙에 물놀이를 좋아하여 흥룡사전 백운계곡에서 좀 놀고 내려갈 생각이다.

한 무리의 일행들은 주봉보다 더 높은 도마치봉을 경유해서 오는 다소 하산길이 험한 코스를 택했다.

가벼운 정리와 사전 볼일(?)을 본 일행들이 약초 파는 가게 몇 개를 지나 철계단을 오르면서 산행을 시작했다.

산행 초입에서 만난 철계단이 생뚱맞긴 했지만 사람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빠른 길이라 생각하면서 철계단을 올랐다.

가을살이를 준비하는 녹음 짙은 나무들 사이로 듬성듬성 보이는 파란 가을 하늘에 새하얀 구름들이 다투 듯 지나가고 있다.

왼쪽 볼에는 한 여름의 습도 높은 바람과는 다른 뽀송하게 잘 마른 시원하고 상쾌한 바람이 닿는다. 상쾌하다

다시 한번 산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생각은 산에 올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며칠 전에 내린 비로 인해서 고급 카펫을 밟는 것처럼 푹신푹신하다. 먼지도 안 나고 발바닥에 느껴지는 푹신함이 너무 좋다.

정상 2.04km 남은 표지판이 보인다.

오늘 산행은 일행들이 마실 나온 염소무리처럼 대장염소를 따라 시작부터 일렬로 줄 지어 정상을 향하고 있다.

여타의 등산객이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현재 이 코스에는 우리 밖에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더 편안하고 자유롭다.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산행을 즐기다 보니 금세 정상이다.

정상에 도착하니 묘비석 같은 산과는 정말 안 어울리는 스타일의 정상석에 글씨마저 딱딱한 해서체로 백운산이라 써져 있다. 정말 너무 생뚱맞다.(물론 개인적인 의견이다.)

903.1m 제법 높은 산인데 출발점 고도가 높아서 비교적 쉽게 정상에 올랐다.

아쉬울 정도로

점심을 먹어야겠다. 나의 최애시간....

정상에서 약 30-40m 내려오니 커다란 데크 두 개가 양 옆으로 놓여 있고 군데군데 의자들이 서너 개 놓여있다.

점심 먹을 장소로는 최적이다.

그리고 우리 팀 밖에는 없다. ㅎㅎ

후딱 데크 두 개중 하나를 차지하고 보를 깔고 각자 준비해 온 식사를 꺼내어 놓는다.

두부부침, 멸치속젓, 강한 양념 가지무침, 가벼운 양념 가지무침, 계란말이, 고추부각, 우엉볶음, 멸치볶음, 어묵볶음, 죽순, 엄나무순 무침 등 등

하나 씩만 맛봐도 배가 가득 찰 정도로 많은 양이다.

꿀 맛 같은 막걸리 한 잔과 정성 담긴 맛난 반찬을 먹으니 정말 행복하다.

고맙습니다. 행복합니다~

그리고,

어제저녁 함께할 산우들의 입맛을 유혹할 반찬 준비를 하느라 얼마나 즐거웠을까?

그리고, 자신의 반찬을 맛나게 먹어주는 저 산우의 행복한 모습을 바라보며 얼마나 행복할까?

베푸는 즐거움을 아는 이의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이것이 함께 산행하는 즐거움이다.

어떤 이가 홀로 산행은 외롭지만 시비(是非)가 없고, 함께하는 산행은 외롭지 않지만 시비(是非)가 있다"라고 했던가?

깊이 헤아리기 힘든 내 생각에는 함께하는 산행에 있는 것은 오로지 맛의 시비만 있을 뿐이다. ㅎㅎ

여유롭게 점심식사를 마쳤다.

흥룡사 쪽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이 다소 가파르다.

이거 아닌데...

예전에 내려갔던 길이 아니다는 생각이 들었다.

확실히 아니다.

능선갈림길에서가 아니라 계곡갈림길에서 계곡을 따라 내려가야 하는데 짧고 가파른 길로 내려가는 것 같다.

하산길이 가파르면 무릎에 무리도 많이 주고 자칫 실수라도 하면 미끄러져 넘어져 다치거나 발목을 삐는 경우가 많아서 힘이 많이 든다.

내려가는 길은 바람도 별로 불지 않아서 땀이 많이 났다.

어쩌면 땀은 많이 날수록 좋다.

백운계곡에서 깊은 소에 시원하게 몸을 담그려면 땀이 좀 나야 했다.

등짝으로 땀이 줄줄 흘러내릴 즈음 계곡의 물소리가 들려온다.

백운계곡으로 들어섰다.

역시 며칠 전의 비로 계곡의 골골마다 시원하고 맑은 물이 가득가득 차있다.

9월 초라 피서객도 없으니 우리 차지다.

풍덩풍덩

선녀탕이 되기도 하고 장군탕, 희우탕이 된 소(沼)에서 올여름의 끝자락 마지막 알탕을 즐긴다.

(이번 산행에는 오랜만에 선녀님이 참석하셨다.)

하산길에 흘렸던 땀이 금세 씻겨져 나가서 오싹하기까지 하다. ㅎ

벌써 물이 좀 차다.

남은 시간이 넉넉했지만 물놀이는 적당히 즐기고, 흥룡사를 들러서 하산했다.

관심 있게 보지 않아서 인지 흥룡사에서는 특별한 스토리를 알 수 없었다.


버스에 도착하니 도마치봉 쪽으로 간 일행들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고, 뒤풀이를 할 식당에는 예약시간이 남아서 좀 기다려야 했다.

그러면 기다리는 동안 근처 식당에서 막걸리 한 잔 해야지

포천이라면 "이동막걸리"아닌가? 막걸리에 감자부침!!!

시원한 막걸리로 목을 추린 다음, 담백하고 고소한 감자부침의 맛이 입안에 꽉 차도록 먹어준다.

산에 취하고, 계곡에 취하고, 막걸리에 취했다.

적당히 하자 뒤풀이가 남아있으니...

적당히 이번 산행기를 끝낸다.

앞으로 갈 산들이 많으니...

산행 초입에서 만난 철계단이 생뚱맞긴 했지만 사람의 영역에서 벗어나는 빠른 길이라 생각하면서 철계단을 올랐다
시원한 바람과 깨끗한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산행을 즐기다 보니 금세 정상이다.
풍덩풍덩 선녀탕이 되기도 하고 장군탕, 희우탕이 된 소(沼)에서 올여름의 끝자락 마지막 알탕을 즐긴다. (이번 산행에는 오랜만에 선녀님이 참석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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