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우 베트남
느린 걸음
느린 생각으로 가는 베트남에게 고마워진다.
경제 성장 속도로는 곧이라도 미라클 코리아를 따라잡을 기세이지만
옛 것을 지키는 것에는 아주 고집세고
지켜내야 하는 것은 지킬 줄 알고
버려서는 안 되는 것들을 확고히 알고 있는
베트남인의 느리고도 우직한 걸음이 참 맘에 든다.
필리핀 팍상한의 거센 계곡 물살을 가로거슬러 맨손으로 노 저어 올라가 주던 뽀빠이 근육질의 나무배 사공들과 까만 피부가 윤이 나서 눈동자가 더 하얗게 반짝거리는 베트남의 인력거 운전자들이 닮아있다.
동남아는 땀과 근육 그리고 슬로우 라이프로 통하는가?
무서울 만큼 소리도 안나는 전기차를 운전하다 나무배를 타고 인력거를 타는 날이면
덜커덩 덜커덩 인력거 페달 소리와 그들의 가쁜 숨소리가 60년대 올드 재즈처럼 들려온다.
친구와 함께 타고 싶어 둘이서 씨클로를 꽉 채울 때면
땀을 뻘뻘 흘리며 우리를 나아가게 하는 씨클로 운전사 눈치를 자꾸 보게 된다.
"무거워서 미안해요"라고 말하며 어찌할 바 모르는 멋쩍은 웃음이라도 전해본다.
그러면 그들은 너를 태울 수 있어 나는 오늘 어깨 펴고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를 담은 눈빛으로 되돌려준다. 전혀 문제없다는 그 환한 웃음. 그게 그렇게 고마워진다.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거리를 고집하는
느린 하노이가
레드빛 낭만으로 강렬하게 빛나는 이유일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