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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Feb 19. 2024

비우면 채워지는 유리 상자

바잉미(바게트빵)의 나라 베트남

하노이 거리에서

무언의 사랑이 피어오르는

상자 하나를

우연히 발견했다.

'바게트빵 무료입니다.

한 사람이 하나씩 가져가세요'라고 쓰여 있다


빵가게 광고인가 주변을 한참 둘러봐도 빵과 관련된 가게는 없다...

누군가의 베풂과 사랑을 담은 상자.


바게트빵 하나로 끼니를 채우는 이들에게

감사함과 감동을 채워감이란...


매일의 그것은

대단한 사랑이었고

결코 쉽지 않은 나눔이었다.

배고픔에 아파봤을 누군가이리라...


빵을 가져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을

누군가의 모습이

비어가는 유리 상자 속에서 환하게 비춰 보인다.


따끈하고 구수한 바게트가 몇십 개는 가득 채워지는 아침이 오면은

차례 차례 도달하는 신나는 미소는

물 속의 잉크 방울처럼 퍼져 나간다.

빵이 하나씩 꺼내어져 갈 때마다

사랑과 감사와 기쁨은 하나씩 채워져 간다.


나에게도

따듯한 순간을 선물하는 상자 하나 만들어야겠다는 다짐 한 덩이마저 선물하는

투명한 유리 상자.


마법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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