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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Apr 14. 2024

5대의 가업을 이어 브랜딩을 창조한 베트남 청년 꾸잉


도자기 마을 아담한 골목길을 걷다가

따듯한 빛깔을 가진 나무 문이 눈에 들어왔다. 예쁜 카페인 걸까. 앞에 아무런 간판도 달려 있지 않았지만 왠지 모를 예쁨이 깃들어 있어 유리창에 손날을 세우고 창 가까이 눈을 들이밀고는 슬그머니 안을 들여다보았다. 예쁜 찻잔들이 줄 서있는 나무 장식장이 눈에 들어오자 내 손은 이미 동시에 문고리를 누르고 있었다.



“여기, 구경해도 되는 곳인가요?”

하얀 모자에 하얀 후드티를 입은 베트남 청년이

수줍은 미소로 우리를 맞이한다.

“네 그럼요 들어오세요”

우리보다 앞서 들어왔던 젊은 부부 손님이 상기된 얼굴로 청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 사이를 비집고 들어간 남편의 호탕한 인사에 5초 만에 친구가 되어서는 청년 사장을 사이에 두고 명함을 주고받았다. 한국인에게 관심과 호감을 담고 바라봐주는 그들의 반짝거리는 눈빛이 좋았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쎄이 바이를 하고 돌아서다가 양손에 들린 쇼핑백을 살짝 들어 올리며

“우리는 이 가게의 작품을 여러 개 사서 가요.

당신들도 예쁜 물건 겟 하기를 바라요."라고 한다.

예쁜 도자기를 사서 나가는 길이 기분 좋은가보다 했는데 것도 그렇지만 알고 보니 가장 싼 찻잔 하나가 한화로 40만 원 정도 티팟 하나는 백만 원을 웃돌았다. 플렉스를 깨알 자랑한 젊은 부자 부부였던 것이었다. 그럼 어떠랴~ 티팟이 든 쇼핑백을 비틀 1세대 일 듯한 올드 클래식카에 싣고 떠나는 그들의 모습이 마치 문방구에서 두 손 가득 쥐고 나가는 신난 어린아이들만 같아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자신의 나라에서 재배한 전통 차에 자부심을 갖고 있기에 멋진 다기를 구입하는 일이 그리 기쁠 수 없고 자동차마저 클래식을 좋아하는 젊은 부부의 취향이 멋스러웠다.

도자기 상점이 있는 골목길에 세워 둔 비틀이 누구의 차일까 했었다
문을 열면 마주보이던 담장이 정감있다




아무리 애써도 이 차 이름이 생각안나 다시 가야겠네. 사실은 차맛이 한 번 더 그리워서
도자기 예술가 꾸잉 청년


그들이 떠나고 우리만 남게 되자 청년 사장님이 본인은 티소믈리에이기도 하다고 자신을 소개하며 잠시 소파에 앉으라고 청한다. 정성스레 차를 우려내어 극진히 대접해 준다. 생각도 못한 멋진 찻상을 대접받으며 얼마나 황홀하던지. 이렇게 맑고 깨끗한 베트남 차 맛은 또 처음이라 푹 빠져들어간다. 커피러버인 우리의 취향을 순식간에 바꿔치울 기세다.


차를 우려내고 잔에 따라 음미하는 동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34세인 이 청년은 5대에 걸쳐 전수되어 오는 도자기 가업을 물려받아 스무 살 때부터 도자기를 본격적으로 빚기 시작했다고 했다. 도자기마을 바짱이 천 년 전부터 시작된 땅이라 어쩌면 전해 듣기로만 5대이지 그 훨씬 전부터 본인의 조상은 이곳에서 긴 시간 흙을 빚어 왔을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에 굉장한 자부심이 스며 있었다. 어릴 때부터 흙과 장난치며 자라나고 성인이 되어서는 10년간 실력을 쌓아 4년 전에 비로소 이 아담하고 멋진 자신만의 공간을 시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간 도자기 마을을 오가면서 이렇게 멋진 공간을 놓치고 있었다니… 간판 하나 달지 않은 공간 안에 넘쳐흐르는 하이 퀄리티의 멋이 왠지 더 그래서 간지라고 할까.

작품의 멋스러움 뿐이랴 시간과 크기로는 계산이 안 되는 가치가 이 작은 공간에 담겨 있다.

하루에 기본 6시간씩 도자기를 빚어 빠르게는 4-5일 더 정교한 작업은 훨씬 더 긴 시간으로 티팟 하나를 완성하게 된다 하는데 그렇다면 이 꾸잉 청년의 몇 시간의 가치가 이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것인가.


찻잔과 티팟을 들어 보니 종이장처럼 가볍다. 

심지어 불 빛 아래서 비춰 보니 잔 내부로 빛이 스며 들어오기까지 한다.


한동안 도자기를 배우며 에스프레소 잔들을 여러 번 빚어보았기에 이렇게나 얇은 도자기를 손으로 빚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대단한 실력인걸 알기에.. 구경하는 내내 그저 탄성만 나왔다. 종이처럼 빚기만 어렵다 뿐이랴... 아무리 얇게 빚었다 해도 건조 과정에서 금이 가기 일쑤이고 유약을 바르다가 깨뜨리기 일쑤이고 가마에서 구워지는 동안도 금이가고 터지기가 일쑤인걸 이리 얇은 잔을 손으로 빚어 완성품이, 작품이 되었다는 것에 그저 긴 박수를 쳐줄 수밖에 없었다.


모두 꾸잉 청년이 손으로 빚은 호박 모양의 티팟들. 직접보면 감탄을 금치 못한다



하나같이 앙증맞고 훌륭한 작품들에

겸손하고 조용한 꾸잉 청년의 마음과 생각이 거울처럼 맑게 반사되어 보였다.


천년의 터를 이은 곳에

5대째 가업을 잇고 있고, 이곳을 떠나지 않고 자신만의 예술품으로 승화시키게 되었다는

자신의 이야기를 겸손하고 수줍게 이어가는 모습에 감동이 일었다.


시럽 저그라도 하나 사오고 싶었지만 정말 비쌌기에...사진에만 담기로


작은 공간에 사용된 돌과 나무의 독특한 텍스쳐들과 구석구석마다 꾸잉 청년의 예술적 감성이 유니크하게 묻어 있다.



차를 음미하는 베트남 여인의 그림에 쓰인 색감마저 참 따듯하고 고풍스럽다.



사람을 만나는 일
타국에서 다른 국적을 가진 사람들의 열정을 마주하는 일
일과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진심을 발견하는 일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전통과 기술을 이어가는 일

가슴에 울림을 남기는 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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