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의 우기시즌 끝자락.
일주일째 비가 내린다.
시내에 나간 아들이 거리에서 신문을 읽고 계시는 할아버지 사진을 보내온다.
일을 보러 나가서도 글 쓰는 엄마가 생각나 글감을 챙겨 보내주는 자상한 아들.
사진 한 장에 전해져 오는 아들의 감성과 마음 씀씀이에 쌀쌀했던 공기의 온도가 올라간다.
비를 막아줄 천막을 치고 종이 신문을 읽고 계신 백발의 할아버지가 정겹다.
종이 신문 가판대가 아직 남아 있는 하노이가 느리게 가는 것이 이래서 좋다.
휴대폰 심카드를 판다는 빛바랜 붉은 배너와 대비를 이루며 새빨강 목욕탕 의자들이 흩뜨려져 있는 포인트에 눈길이 멈추면 짜다(시원하게 마시는 베트남 녹차) 한 잔으로 목을 축이고 싶은 생각이 자연스레 나겠지.
비와 신문 그리고 짜따가 있는 거리의 카페.
가장 베트남 스러움을 전달하는 길가의 한 샷이 아닐까.
자정이 가까운 시간 늦은 퇴근을 하는 사람들이 찾는 거리.
쌀국수와 바잉미를 먹으러 줄 선 오토바이 부대의 꽁무니가 반짝이는 네온에 반사되어 더 반짝거려 보인다.
쌀국수 국물 속에 계란 노른자를 동동 띄워준다. 가볍지만 든든하고 뜨끈한 이 한 그릇을 위해 잠시 멈춰간다.
이것은 하루의 피로를 싹 다 날려주는 베트남의 박카스이련가?
'떠오르는 해'라는 이름을 가진 썬라이즈 쌀국수 국물을 자정에 마시고 새 날의 해를 맞이한다니...
베트남인의
이 야식 한 그릇 참... 감성 있네.
쓰레기 더미 사이로 불 빛 흐르는 고철상에서 늦은 밤에도 일하고 계시는 아저씨의 뒷모습이
느낌 있게 다가왔기에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찰칵했던 아들의 순간을 상상해 보면
가르치지 않아도 똑같은 내가 보여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