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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Mar 26. 2024

서쪽 호수, 떠이 호


둘만의 비밀을 담은 호수가 있다면

그것은 하노이의 호수


중심가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호안끼엠을 보고 왔다가 떠이(서쪽)호(호수)에 오면

강 같은 크기에 깜짝

놀란다.


홍강의 흐름을 바꾸어

하노이 서쪽 자락에

물을 멈추고

가득 머금어

천연 호수가 되었다는

바로 그 떠이호다.


이 호수에 담긴

둘만의 이야기들은

그렇게

천년을 넘어 차고 흘러왔다.


담을 이야기가

흐르고 넘쳐

강을 가두어

오백 헥타르가 넘는 커다란

비밀 상자를 만들기 위해

가장 큰 호수가 되어버린 곳


낚싯대를 던지기만 하면

바늘을 물고 따라 올라오는

물고기의 생명력은

마치 호수의 쿵쾅대는 심장박동처럼 팔딱거린다.


지프차를 타고 호숫가를 돌고 돌다 보면

한쪽으로는 드 넓은 호수가 펼쳐지고

또 다른 한쪽으로는

베트남인의 삶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가지각색의 카페 거리를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호수의 아웃스커트라인을 따라

마라톤이 열리기도 하고

자전거 경주가 열리기도 하는 곳.

오늘은 카약 경주가

저 멀리서

펼쳐지고 있다.

선수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우렁찬 목소리는 귓가에 들려온다.



친구와의 수다와 추억이

담기고

연인의 사랑이

담기는

커다란 호수


사계의 모양이 다르게 예쁘다.

정오의 햇살이

보석처럼 반짝일 때

머그잔에 출렁이는 커피는

반짝이는 작은 호수가 되고


해가 저무는

오렌지 빛 호숫가에서

함께한 데이트는 잊지 못할 추억이 된다.


지리하게도 우기가 그치지 않는 시즌에

호숫가 산책을 나갔더랬지만

그조차 안개가 감싼 듯 몽환적인 매력이 있다.



호수를 둘러싼 담벼락의

화려한 라커페인팅

벽화 속에서

베트남 사람의 생각들을 만나기도 한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새우빵과

해산물 맛집 거리가 나오고

호수 끝자락에 지어진 사원을 따라 걷는

파고다 산책 코스가 있다.



망고 장수 아주머니와

매화꽃 장수 아저씨들이 거닐며

호수의 배경을 평화롭게

완성한다.



강아지마저

목줄을 끌어당기며

신나게

뛰노는 호수


남녀노소 견묘를 불문하고

하노이안이라면

호수는

빼놓을 수 없는

진한 사랑이 깃든 스팟이란걸

우리는 안다.


호수에서 사랑을 나누고

우정을 쌓고

베트남인의

삶의 이야기를 담근다.

희한하리만치

호수 사랑이 넘쳐나는 호수의 민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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