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는
계절의 시계가 달라서
온순한 봄바람이 볼을 쓰다듬는 사월이면
마치 시월이라도 된 양
노란 낙엽을 후드득 흩날린다
시침은 앞으로 가고
분침은 뒤로 가거니
4月은 낙엽 날리는 가을이 되고
10月은 볕 짱짱한 봄날이 된다
마당에 고목나무
낙엽을 다 지운 밤이면
몰래 준비한 선물마냥
빠알간 꽃 주렁주렁 달아 놓고서
이른 아침
‘서프라이즈~~~~‘ 라고 해준다.
고작 3일
모빌처럼 달아 두었던 모든 꽃
아낌없이 땅으로 떨구어 주고는
사뿐한 레드 카펫 깔아 주려 그랬다 한다
진초록 나뭇잎
반질반질한
초록 여름이
레드 카펫 밟고
당당히
우리 집 대문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한 밤에 피어나는 이 꽃의 이름은
Hoa lộc vừng (호아 록 붕)이다.
베트남 사람들도 이 뜻으로 지은 이름인지 모르지만 직역하면
‘행운이 깨처럼 쏟아지는 꽃’이란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집 현관을 좌우로 지키고 서 있는
커다란 두 그루 고목나무에서
매년 두 번씩
빨간 팝콘 같은 꽃 세례를 뿌려준다.
아침에 양손 벌려 현관문을 활짝 열면
마당 한가득 펼쳐진
호아 록 붕 레드 카펫에 황홀해지고
여배우가 되어 꼿꼿이 목을 세우고
카펫 위를 걸어 본다
그렇게, 여기
사월의 봄날
낙엽을 만나고
레드카펫 위를 우아하게 걸어 들어가
한 여름의
태양볕만큼 핫한
초록 여름까지 모두 만났더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