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구름 따다 백목련

by 마틸다 하나씨
2024년 봄, 경주에 피어난 목련 ⓒ 서라



구름 따다 백목련



몽실몽실

포근포근

봄날의 구름송이


겨울 꼬리 잡은

나뭇가지 위에

대롱거리면


모두들 부지런히

귀염둥 아기새싹

연두를 틔워내는걸


키 크고 성질 급한

목련 나무는

구름송이 움큼 따다

봄구름꽃 터뜨렸다


구름 따다

깜짝할 새

하이얀 봄

터뜨렸다






3월 중순

아직은 겨울 나뭇가지가 줄을 선

올림픽대로를 시원하게 달렸더랬다

한국의 꽃샘바람에도

다 털어놓고 맨 몸으로 숨 쉬는

겨울나무는

한강 닮아 씩씩했다.


겨우 아쉬운 보름새에

베트남으로 돌아가려 하니

길 가에 늘어선 나무들이

‘나를 보고 가렴’ 한다.

너를 매일 보고 있었는 걸

왜 몰랐을까 하니

’ 눈을 작게 뜨고 오래 쳐다보면

새로운 나를 볼 수 있어 ‘ 한다.

속도를 줄이며 눈도 작게 줄여보았더니

나뭇가지 끝에 뽀송 얼굴 내민

연노랑 새싹들이

생글생글

자그마한 손짓을 한다.


'안녕, 봄'


대견한 마중 인사를 나누고

하노이로 돌아온 지

열흘도 채 안되었을 때에


경주에 깜짝 피어난 봄

어느새 호로록 봉우리를 활짝 피운

목련꽃 선물이 도착했다.


하얗고 청순해서

내가 생각났다는

나의 사랑하는 서라로부터


눈을 작게 뜨고

다시 자세히 보니

나를 닮은 게 아니라

구름을 닮았네


그래서

하얗고 청순한 백목련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설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