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실몽실
포근포근
봄날의 구름송이
겨울 꼬리 잡은
나뭇가지 위에
대롱거리면
모두들 부지런히
귀염둥 아기새싹
연두를 틔워내는걸
키 크고 성질 급한
목련 나무는
구름송이 움큼 따다
봄구름꽃 터뜨렸다
구름 따다
깜짝할 새
하이얀 봄
터뜨렸다
3월 중순
아직은 겨울 나뭇가지가 줄을 선
올림픽대로를 시원하게 달렸더랬다
한국의 꽃샘바람에도
다 털어놓고 맨 몸으로 숨 쉬는
겨울나무는
한강 닮아 씩씩했다.
겨우 아쉬운 보름새에
베트남으로 돌아가려 하니
길 가에 늘어선 나무들이
‘나를 보고 가렴’ 한다.
너를 매일 보고 있었는 걸
왜 몰랐을까 하니
’ 눈을 작게 뜨고 오래 쳐다보면
새로운 나를 볼 수 있어 ‘ 한다.
속도를 줄이며 눈도 작게 줄여보았더니
나뭇가지 끝에 뽀송 얼굴 내민
연노랑 새싹들이
생글생글
자그마한 손짓을 한다.
'안녕, 봄'
대견한 마중 인사를 나누고
하노이로 돌아온 지
열흘도 채 안되었을 때에
경주에 깜짝 피어난 봄
어느새 호로록 봉우리를 활짝 피운
목련꽃 선물이 도착했다.
하얗고 청순해서
내가 생각났다는
나의 사랑하는 서라로부터
눈을 작게 뜨고
다시 자세히 보니
나를 닮은 게 아니라
구름을 닮았네
그래서
하얗고 청순한 백목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