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설솜

by 마틸다 하나씨


설솜


차갑게 생겨서는

따듯해 보이는

너를


기일게

[눈ː]이로구나

불러보면은


하염없는

하얀 소리는

솜방울되어


차곡차곡

몰려오는

설솜이 된다

목화솜 닮은

뽀송한

설솜 이불 되어


찬 바람 들어갈세라

이불깃 꼭꼭

야무지게

여미어 주며


차가운 돌 위를

추운 나뭇가지를

쓸쓸한 테이블 위를

따듯해져라

외롭지 마라

폭신히

두터이

덮어준다


하염없는 토닥임에

가만 등 대고 있다가

너는 말은 할 줄 모르는구나 했더니


'뽀드득'

소리 내며

발자국에게

‘굿나잇’

다정한 인사를 건넨다


무거웠던 눈꺼풀

소로록 올려보니


말없이 떠난

설솜 이불이

못내

그리워

다시 눈 감아버린 나를


아침 햇살이

따사 로히 안아주며

다독이고 있다



photo by 울 언니

눈 좋아하는 동생 생각에 한국에 함박눈이 내리는 날이면 언니의 카톡창은 바빠진다.

손목이 아파 눈 치우기도 힘들다고 투덜대지만

언니의 렌즈 속에 담긴 눈 사랑을 숨길수가 없으니

멀리서도 언니 덕에 눈 구경 실컷 한 동생은

시를 쓸 밖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엄마가 아침에 내 방에 들어오면 꽃이 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