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달이 뜨거든
한 번쯤 나를
기억해 주겠니
그날은 차마
푸른 물감 발라
몸을 숨기지 못했던 것을
지친 하루였을까
어쩌면 나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걸
슬며시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눈부신 해는
나도 너처럼
푸른 하늘에 사는 줄로만
철석같이 믿었던걸게야
낮에도 네가 가진 등을 모두 켜
나를 찾아 헤매이다가
밤이 되면 지쳐 잠이 들었던 걸테니
네가 사는
푸른 하늘 속엔
철저히 몸을 숨기자
찾을 길 없는
깜깜한 밤에나
나타나자 다짐했거늘
굳이 하얗게
낮 달되어
뜨고 싶은 날이 있거든
그것은
미련이라 불리워도
어쩔 수 없겠지
퍼렇게 멍든 가슴
하얗게 부서지는 날
나도 한 번은
들켜볼까
기다려 본 것이라
차마 다른 말
더는
해볼 수 없겠지
그런 날
그저 한 번
기억되어 볼까
낮에 뜬 달
차갑고 고독한
겨울 파도 닮아 있었구나라고
그렇게 한 번
기억되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