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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달이 뜨거든

by 마틸다 하나씨


낮에 달이 뜨거든


낮에 달이 뜨거든

한 번쯤 나를

기억해 주겠니


그날은 차마

푸른 물감 발라

몸을 숨기지 못했던 것을


지친 하루였을까


어쩌면 나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는 걸

슬며시 보이고 싶었던 것일까


눈부신 해는

나도 너처럼

푸른 하늘에 사는 줄로만

철석같이 믿었던걸게야

낮에도 네가 가진 등을 모두 켜

나를 찾아 헤매이다가

밤이 되면 지쳐 잠이 들었던 걸테니


네가 사는

푸른 하늘 속엔

철저히 몸을 숨기자

찾을 길 없는

깜깜한 밤에나

나타나자 다짐했거늘


굳이 하얗게

낮 달되어

뜨고 싶은 날이 있거든


그것은

미련이라 불리워도

어쩔 수 없겠지


퍼렇게 멍든 가슴

하얗게 부서지는 날

나도 한 번은

들켜볼까

기다려 본 것이라


차마 다른 말

더는

해볼 수 없겠지


그런 날

그저 한 번

기억되어 볼까


낮에 뜬 달

차갑고 고독한

겨울 파도 닮아 있었구나라고


그렇게 한 번

기억되어 볼까


속초 겨울바다 그리고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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