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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달 서울 밤 그리고 소우주

by 마틸다 하나씨


꼬마 달 서울 밤 그리고 소우주


달 옆에 꼬마 달

어디서 왔니


꼬마 아파트

꼬마 자동차로 가득한

서울 밤 구경하러

달 따라왔니


더 높은 하늘

네가 보는 서울 밤은

더 작은 더 작은

불빛 방울들의 향연이겠지


한 밤 작은 점

너 닮은

한낱 작은 점




우리는

그 점 안에

우리만의

소우주를 세우려

아등바등한단다


매일매일

그 조그만 우주의 파동은 번져가고

엔트로피는 증가해

와글와글 질서는 사라져 버리고


어느 날 못 견디게 팽창하면

팡 터져버렸다가도

금세 뚝딱뚝딱 다시 창조되기를 반복하지


그게 어찌 가능하냐구?

그건 바로

내가 지켜 온 인생의 중력 덕분이야


꼬마달에겐

절대 안 들킬

수많은 불빛 방울 중 하나의

그저 그런 일이겠지만

심지어

동트고 해 뜨면

빛나지도 않아

찾기도 눈 아픈

그런 점 하나겠지만


너의 하늘과

나의 땅을

반영하는

나의 소우주는 깊고 거대해


작고도 위대한 내 우주

꽉 채워 색색깔 곱게 칠하려

아주 작은

소녀 시절부터

아끼는 크레파스 색들만 써왔어

나는 꿈을 채웠어

이해할 수 없는

열역학 두꺼운 책

읽고 또 읽으며

어린 소녀는 고민했어


내 우주의 질서를 찾고 싶었거든


이제 조금은

알 것 같아


나의 위대한 소우주

내 친구의 위대한 소우주

그 불빛 방울들이 모여

휘황찬란한 서울밤 된 거지

네가 지금

아름답다 탄성 하며

구경하고 있는 이 밤의

신기한 파동


사랑한다면

눈을 감아보렴


보이지 않아도

느껴질 테니


만물의 빛깔 머금은

강렬한 진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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