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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인 듯 영국 아닌

feat. still in Hanoi

by 마틸다 하나씨

다른 공기 속에서

또 다른 공기로 호흡한다는 일은…


하노이 생활 20년이 다 되어가도

여전히 여행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제겐

그리워할 사람이 있어 감사하고

그리워해 주는 사람이 있어 감사한 것과

같지 않은 것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곁길로 새어

새로운 색과 맛의 공기를 들이켭니다.

그것이 랜선일지라도요.


새로운 일을 하나 벌여놓고

집과 일터의 길목을 한 달째 넘어서질 못하고

있습니다. 뉴띵 주입 곤란으로 금단 현상이 오는 단계에 이르렀죠. 한숨이라도 더 챙겨야 할 새벽에 버럭 눈이 떠지고 말똥말똥 브런치를 열고 지난 순간의 사진들을 캡처합니다. 이 새벽 랜선 곁길 새기라도 안 하면 오늘은 제 어깨가 땅바닥에 달라붙을지도 모르거든요.




제3국에서

한국인이 하는 한식당

일본인이 하는 일식당이 찐이듯

영국인이 하는 영국 식당은 찐일 수밖에 없겠죠.


일단 이름부터 맘에 딱 맘에 들었던

Dreamers & Seekers

몽상가와 탐색가라~~

왠지 낭만을 아는 영국 사장님 같아요.

패셔너블하고 자유로운 외국인들이 많은 호안끼엠에

나가면 왠지 나도 여행자!

그저 바라만 봐도 힐링이 됩니다.

사진 찍는 그녀를 나도 찍어 봅니다. 외국인 눈에 그 한국인이 그 한국인이듯 제 눈에도 그 외국인이 그 외국인이니 모자이크처리는 안 해보겠습니다.


오전 11시

이 날 호안끼엠 근처에 일 보러 나가는 길에 이른 브런치를 얼른 하고 가자고 들른 곳입니다.


아침도 거르고 호안끼엠까지 나오는 내내 배가 고팠습니다. 사실 일 보러 나왔지만 먹어야 일을 하죠!

그렇죠?

일보다 브런치 우선~

그 브런치도 먹고 이 브런치도 쓰고~ 알뜰하게 꿩보단 알 챙기기에 능숙한 저랍니다.


Dreamers & Seekers

https://g.co/kgs/ELGB2XE


식당에 앉자마자 가게 정면에 걸린 사장님의 글로 시선이 먼저 갔어요.

‘Trust me! It’s Paradise!’

오호~ 이런 자신감 넘치는 문구 한마디라

보통 카리스마로는 이런 문구 내세우기 쉽지

않다는 걸 저는 알죠.

곧바로 신뢰 게이지는 끝까지 빨간 줄을 채웁니다.


메뉴를 딱 보니 찐 영국이네요. 일단 기대감

상승 중입니다.


우리의 브런치로는 쪽쪽 찢은 풀드포크(Pulled Pork) 듬뿍 들어간 Seekers Stack 버거랑 로즈메리 프렌치프라이랑 치킨 와플 픽입니다!


살구즙 들어간 아프리콧 콜드 브류랑 솔티드 크림이 얹어진 아이스 카카오도 주문했어요. 카카오는 깊은 맛이 조금 아쉬웠지만 솔티드 크림은 아주 신선하고 맛있었습니다.

버거도 맛있고 보드라운 와플 위에 시즈닝이 완벽했던 치킨과 실란트로 한 줄 얹어 와와앙~~

스윗 사우어 간장 드레싱까지 얹히니 영국과 태국을 스윙스윙~

Um~ It’s Paradise! 맞네요.


치킨과 버거를 먹다 보니 맥주 한 모금 생각이 간절!

오전 열한 시에 그것도 업무 이전 살짝 길티를 느꼈지만 간절함은 그때그때 푸는 걸로~사이공 애플 진저 사이더(사실은 맥주)로 청량감을 더해줍니다.


이 날 따라 호안끼엠엔 외국인 관광객이 무척 많이 보이네요. 이렇게 여전히 배낭여행을 즐기는 웨스터너들을 위해 배낭을 맡겨주는 여행사 겸 백팩 키핑 플레이스가 이 식당 바로 옆에 유리문을 끼고 붙어있습니다. 호안끼엠 여행 시 혹시 캐리어나 짐이 있으신 분은 이용해 봐도 괜찮겠어요.




오늘 일이 끝나면 차 한잔과 디저트는 여기에서 하며 하루를 마무리해보고 싶다고 야무진 계획을 세워보지만 야무진 꿈이 될 것은 분명해요.

그래도 가보자구요~


The lanes


이곳 역시 영국인 사장님이 운영하는 티샵입니다. 하노이 시내 어딘가에 한국 문화원이 있는데 그 옆에 옆에 골목 어디쯤이에요.


The Lanes Café Tea Room https://www.google.com/search?client=safari&sca_esv=e4a301214ebaa168&channel=iphone_bm&sxsrf=AE3TifPgCofoXcn6jiSkDT22nOGVjNf1Gg%3A1753396627119&kgmid=%2Fg%2F11sn_3t0xg&q=The%20Lanes%20Caf%C3%A9%20Tea%20Room&shndl=30&source=sh%2Fx%2Floc%2Ftile%2Fm1%2F3&kgs=983c9a3d7146da0f



흑백 사진과

따스한 조명

그리고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면

그곳엔

등을 따스하게 쓸어내려주는

위로가 있어요.

그림 액자 속 한 여자의 뒷모습에

잠시의 시선을 담아 봅니다.


카페 구석구석을 구경하다 보니 한 영국인이 베트남 하노이에 자기의 나라를 담아내는 동안 느꼈을 즐거움도 어려움도 상상이 되었어요.


그런데 왠지 영국 아저씨보단 영국 할머니의

손길일 거라고 믿고 싶어지는 곳이네요.

하노이의 어느 겨울날

하노이에서 제가 제일 사랑하는

동생이자 멋진 친구인 때로는 조카 같기도 한 (중학생 때 만나 함께 하노이에서 오래 산 친구가 이제 아이 엄마가 되었거든요) 소중한 이와 함께 마신 애프터 눈 티였습니다.

머리도 조금 길었던 어느 겨울 날이었네요


Tea for Two

전 이 말을 너무 사랑해요.

너무 예쁜 말이잖아요. 둘을 위한 티

어쩌면 스무 살 때 오래 아르바이트하던 종로 어느 티 샾의 이름이었어서 제 맘 속엔 멋진 낭만으로 깃들어 있는 특별한 말인건지도요.


오늘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함께

따듯한 차를 나누며 시선을 나눠 보세요~



(새벽의 즉흥 랜선 여행이라

퇴고 없이 즉흥 글로 발행해 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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