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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틸다 하나씨 Nov 08. 2023

"조심해"라고 말하며 우리는 함께 걸었다


사계절의 생김새와 시간의 섭리가 다른 

하노이의 가로수 길을 누리어 가지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도 가로수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벚꽃이 후드득 날릴 4월의 봄이면 하노이는 낙엽이 날리고




5월이면 꽃길을 걷는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길 위에서는 장바구니가 젖을까 우산을 씌어주고 



11월의 겨울이 다가오면 더욱 눈부신 초록이되는

집 앞 가로수 길



하노이의 삶도 어느덧 17년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꿋꿋이 걸었고

뜨거운 태양에 아스팔트가 지글거려도

진분홍꽃이 꽃길을 깔아 줄 때도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오토바이의 세찬 바람을 맞을 때에도

우리는

"조심해"라고 말하며 

함께 걸었다. 




호안끼엠의 길을 걷다보면 낡은 시간들을 만난다.


열입곱해의 시간이면 가로수길도 일상이 되어 무뎌질만하거늘 

여전히 매일의 길 위에 나는 

설렘을 품은 여행자가 되어 걷는다.


골동품 시계는 늙어가는데

하노이의 시간은 늙지 않는 까닭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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