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의 생김새와 시간의 섭리가 다른
하노이의 가로수 길을 누리어 가지다.
동네 구석구석을 돌아도 가로수길은 끝없이 이어진다
벚꽃이 후드득 날릴 4월의 봄이면 하노이는 낙엽이 날리고
5월이면 꽃길을 걷는다
장대비가 쏟아지는 길 위에서는 장바구니가 젖을까 우산을 씌어주고
11월의 겨울이 다가오면 더욱 눈부신 초록이되는
집 앞 가로수 길
하노이의 삶도 어느덧 17년
비가 쏟아지는 날에도 꿋꿋이 걸었고
뜨거운 태양에 아스팔트가 지글거려도
진분홍꽃이 꽃길을 깔아 줄 때도
아슬아슬하게 스쳐가는 오토바이의 세찬 바람을 맞을 때에도
우리는
"조심해"라고 말하며
함께 걸었다.
호안끼엠의 길을 걷다보면 낡은 시간들을 만난다.
열입곱해의 시간이면 가로수길도 일상이 되어 무뎌질만하거늘
여전히 매일의 길 위에 나는
설렘을 품은 여행자가 되어 걷는다.
골동품 시계는 늙어가는데
하노이의 시간은 늙지 않는 까닭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