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맨날 미안해
다투는 것이란 아주 많은 에너지와 감정 소모가 필요한 일이라는 걸 크게 깨달았다. ‘좋아하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다’ 연애하는 커플에게나 해당할 거 같던 말이 더욱이 와닿기 시작했다.
하나가 물꼬를 틀면 남은 하나가 페달을 힘 것 밟아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 조수석에 태우고서 고속도로를 달린다. 그때 기름이 떨어져 어쩔 수 없이 문제없이 쌩쌩 달리는 차들 사이 도로 한 중간 우뚝 멈춰 선다. 그 시각 서로는 분이 풀리지 않아 씩씩 거리며 한숨을 깊게 내쉰다. 그러다 멈춰 서 있는 우리의 차 양 옆으로 잘만내달려 가는 차들을 본다. 감정을 가라앉히다 서로가 한 말을 떠 올리며 상처를 받고 서로가 뱉은 말로 미안해진다. 후회를 하다 용기 내어 내려놓고 사과를 한 뒤 달려가던 차들 사이로 합류를 한다.
아무리 오래 만나도 기간 상관없이 신혼 때 많이 싸운다고 들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크게 싸울 때면 빨리 정리하고 돌아갈 수 있을 때 지금이라도 빨리 끝내는 게 맞나 생각도 많이 했고 다양하게 여러 가지 방법을 써가면서 싸움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했지만 아예 싸우지 않는다는 건 정말 힘들었고 각자의 부모님 친구들의 부모님만 봐도 아직 싸우시는 걸 보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잘 싸우고 건강하게 푸는 법을 찾는 게 빠르겠다고 생각했다.
보통 불만이 생기고 짜증이 나는 이유는 내가 맞다는 생각이 강해서라고 한다. 그래서 웬만한 일에서는 내가 맞다는 생각을 버리려고 애썼다. 상대의 잘못을 따지고 들기보다는 내가 미안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만 미안하다 말하고 화부터 내기보다는 실 없이 웃으며 유들유들 농담으로 넘어가기도 하고 그마저도 지금 내 말이 장난 같냐며 통하지 않을 때에는 진중하게 진심을 담아 사과하면서 낯부끄러운 표현도 아끼지 않았다. 이런 수많은 노력들을 서로 몰라주는 게 가끔 복받쳐 오르다가도 일일이 말해야 아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서 마음이 맹숭맹숭해졌다.
한 번은 앞 뒤 없이 미안해 한마디로 넘어가려는 상황이 반복되니 말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아서 “다시는 미안하다고 하지 마 뭐가 미안한지 알고 말하는 거야?”라고 말한 적이 있다. 내 입에서 어딘가에서 보기만 하던 “뭐가 미안한데?”라는 말이 나올 줄 몰랐다. “이해는 안 가는데 미안해”라는 말에 “이해가 안 가는데 어떻게 미안해? “ 되물으며 긴 시간 언쟁을 벌였다.
~ 가 미안해 앞으로 ~께 처럼 최소한의 원인과 결과도 없이 무작정 “미안해 “ 한 마디 툭 던지고 안일하게 무마시키는 일이 반복되니 제대로 풀리지 않은 일들이 쌓여 다른 이유로 싸움이 났을 때 그 일들이 몇 번이고 회상되어 계속해서 언급되는 것이었다.
한 명은 이미 풀었는데 같은 주제를 또 꺼내서 반복함에 지치고 한 명은 안 풀려서 자꾸만 떠올라 쌓여가는 불만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사실 그 다양한 불만들은 대부분 각자의 애정 어린 관심과 깊은 마음 표현으로 해결된다. 간단하게 직설적으로 듣고 말하는 사람과 간접적인 사람 그 둘은 화법의 오해로 서운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말속에 담긴 뜻을 찾다가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다. 서로에게 맞는 화법을 찾는 건 정말 어렵지만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차도가 있는 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어색하고 부끄러워서 표현을 잘 못하던 우리는 점점 말 안 해도 알잖아 대신 각자의 방식으로 열심히 서로의 사랑을 입으로 내뱉고 행동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신혼 초부터 원수처럼 미워하고 추한 꼴 보이며 소리 지르며 못 볼 꼴 다 본 우리는 마침내 재회한 연인처럼 연애 중이다. 너무 소중해서 사라질까 봐 무서웠던 때를 떠올리면서 많이 좋아해서 싸우는 거라는 이치와 싸움의 베이스 재료는 사랑이라는 걸 잊지 않으려고 언제든 번쩍 떠 오를 수 있는 기억 속에 넣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