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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독백 Oct 31. 2024

불안을 철학하다  l  사미르 초프라


자신의 삶을 관통하던 가장 강렬하고 고통스러운 감정을 평온하게 만드는 건 보통 수준의 의지를 갖고서는 할 수 없는 아주 힘든 일입니다. 저의 경우는 우울이 그랬는데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 보면 뭐, 이겨낼 수 있는 거지 싶지만 그 감정 속에 파묻혀 있는 동안에는 앞길이 안 보이고 산송장으로 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서전과도 같은 이 책을 쓴 저자의 정신력이 저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갑작스레 부모를 여의고, 이후 삶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저자는 삶 속에 근본적으로 존재하는 불안의 요소에 눈을 뜹니다. 그는 병리적인 치료를 통해서 불안의 증상을 잠재우려 하지 않고 불안을 짊어지고 '철학'하는 길로 걸어갑니다. 그러면서 불안을 바라보고, 직면하고, 분석합니다.



인간의 시간은 유한해서 "나'라는 존재도 언젠가는 끝이 난다는 것,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무한한 사건들이 우리에게 쉴새없이 들이닥친다는 것, 등 우리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로 둘러싸여 우리는 살아갑니다.

임상심리학 분야에는 불안의 유력한 치료법으로 인정받는 '인지행동치료'가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우리의 인식과 신념을 해석하고 사고패턴을 수정해서 불안을 치료할 수 있다고 보는데, 이는 불안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물론 이 책에서는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한 병리적 불안에 시달리지 않는 사람들에게 해당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저자는 불교 철학, 실존주의 철학, 실존주의 신학, 정신분석학, 유물론적 비판 철학의 관점에서 불안을 해석합니다.
* 실존주의 철학에서는 우리가 지금, 여기에, 존재한다는 사실만이 진실입니다. 우리 실존의 '진정성'을 찾지 못한 채 우리 자신이 발견하거나 실현할 수 없는 것들을 갈구하는 순간 불안이 찾아온다고 말합니다.  
* 불교에서는 불안을 피할게 아니라 그것이 유동적이고 불확실한 세상의 필연적 부산물임을 기꺼이 수용할 수 있는 우리 인식의 능력을 과감하게 믿음으로써 불안을 극복하라고 격려합니다.   
* 기독교 기반의 유신론적 실존주의자들은 실존적 불안에 대한 대응으로 '신앙'을 선택합니다. 우리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생기는 불안을 신앙의 도약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각각의 틀 안에서 인간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불안을 들여다봅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참 불안을 쉽게 느끼는 사람입니다. 어려서부터 키우던 개들이 노환으로 떠나가고 갓 태어난 강아지가 제 손바닥 안에서 숨을 쉬지 않는 것을 보는 충격적인 경험을 하면서 제 주변 가까이 어딘가에 늘 죽음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10대때부터 인생은 참 허무하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훗날 아이를 낳게 되면 너무 일찍 죽음을 경험하게 하지는 말아야겠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실은 지금도 그렇기에 이 책의 내용을 궁금해하고 읽고 싶어했을 겁니다. 지금은 실존적 불안을 이전처럼 강하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불안이 '찰나에 대한 아쉬움' 정도로 희석되었다고 할까요. 제게 주어진 생의 과업을 다 이루지는 못할지라도 순간순간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성숙'해가는 데, 인생을 깨달아가는 데에 집중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실존주의 철학이나 불교 철학의 눈으로 삶을 바라보면 생에 욕심내는 우리의 생각을, 움트는 불안의 씨앗을 솎아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2쪽  감정은 '인식'의 소산이므로 우리는  새로운 철학적 비전을 확보함으로써 두렵고 불확실하다고만 여겨왔던 불안을 다시 인식하고  다르게 이해해 감정을 통제할 수 있다.


253쪽  우리가 미지의 영역을 향해 힘껏 나아가는 동안 불안은 바람직한 삶의 궤적과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자아를 알려준다. 우리는 항상 불안할 것이다. 불안하기에 우리는 존재할 용기를 낼 수 있다. 불안하기에 우리는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앞으로 무엇이 될 수 있는지 궁금할 자격이 있다.


27쪽  "우리는 항상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불안해하는 것에 대해 불안할 필요는 없다."



깊게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철학책을 선물해주신 안타레스 출판사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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