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할아버지의 모습
오늘은 긴 연휴를 맞이해 친가 쪽 온 가족이 충북 음성으로 모였다. 어버이날도 곧 시작이고 급격하게 편찮아지신 할머니를 위해 명절에도 모이기 힘들었던 가족들이 다시 모였다. 우리 가족 중에서는 아빠와 나만 참석하기로 했다. 1년 전 할아버지 구순 기념 한강에서 유람선을 탔었던 이후로 다들 오래간만이었다.
서울에서 충북 음성까지 가는 시간이 원래 1시간 20분이면 가는데 3시간 반이나 걸렸다.
무려 아침 7시에 출발했는데도 말이다.
비가 많이 오는 날이었지만 연휴 시작이어서 그런지 고속도로는 지방 내려가는 차들로 장사진이었다. 그래도 어찌저찌 충북을 진입하고 금왕을 들러 케이크 큰 사이즈를 샀고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러 댁으로 향했다. 할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내가 부축해 드렸다. 그 이후에 할머니 할아버지께서 좋아하시는 갈빗집을 다시 가게 되었다. 갈빗집을 가던 도중에 운전하는 아빠의 눈을 룸미러로 보게 되었는데 아빠의 눈이 좀 많이 촉촉했다. 슬픔을 좀 삭히시는 듯한 눈빛이었다.
15분 정도 차를 타고 갈빗집에 도착을 했다. 그곳에서 조카들을 보게 되었는데 사실 처음 봤다. 정말 자주 보지 못해서 그런지 삼촌으로서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은 난생처음이기도 했다. 아이들이 어찌나 귀엽던지 갑자기 또다시 결혼 로망이 샘솟았다랄까.
가족 중에 가장 즐겁게 맞아주시는 작은 고모부와 오랜만에 인사를 나누니 기분이 좋았다.
( 물론 다른 가족분들도 따듯하시지만 유독 작은 고모부께서 유쾌하시고 분위기 메이커이신 데다가 파이팅이 넘치신다. 항상 나한테 사진 잘 찍는다고 해주신다. )
할머니 할아버지의 표정을 보니 많이 행복하신 듯했다. 나는 옆에 처음 보는 조카와 여러 이야기를 했다. 10살이었는데 내가 정신연령이 낮은 건지 몰라도
아주 재미있게 대화를 나누었다. ( 사실 아이들이 나를 좀 좋아하긴 한다. 아이들 입장에 맞춰서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처음 알듯이 대답을 해주는 편이다. 맞춤형 리액션도 덤ㅎㅎ )
즐거운 식사를 마무리하고 다시 온 가족이 할머니 할아버지 댁으로 향했다.
나는 오늘 카메라를 챙기고 왔다. 이유는 오늘 두 분의 모습을 다시 담아드리기 위해서였다.
사실 돌아가신 외할머니도 사진 한 장 자연스럽게 담아두지 못한 것이 지금까지 후회로 남아있기에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의 모습을 정말 제대로 담아보고 싶었다.
2년 전에 사실 두 분의 모습을 찍었었다. 근데 그때는 카메라를 잘 못 다룰 때라서 사진이 망했었다.
그래서 잘 찍어보자 하고 자연스럽게 찍는데
2년 전 사진과 비교하니 할머니의 모습이
많이 달라지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무나도 급격하게 달라지신 모습 때문인지 또다시 마음이 서글펐다.
그래도 지금 찍는 게 어디야 하는 생각으로 많은 순간들을 담았다. ( 다른 사진들은 추후에 올려보겠다. ) 평소에 각 잡고 찍기 바빴던 거 같은데 오늘은 너무나도 현실적이고 자연스러운 장면들을
담아낸 거 같아 마음이 편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진정으로 담아야 할 게 무엇인지를 알게 되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