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첫째 날 사진일기
2025년 5월 20일, 부모님과 친구랑만 다녔던 해외여행을 홀로 가보는 날이었다. 3박 4일가는 여행이었다. 이번 홀로 여행을 가는 곳은 일본 도쿄였다. 1년 반 전에 베프 형이랑 다녀오고 간만에 가보는 도쿄였다. 짐은 두 개였다. 여행 떠나기 전 쿠팡에서 구매한 새 카메라 백팩 하나, 그리고 늘 어느 곳을 갈 때나 들고 다니는 큰 나이키 크로스백 이 두 개였다. 백팩에는 카메라 본체 하나, 카메라 배터리 두 개, 렌즈 두 개, 삼각대 하나, 보조배터리 그리고 충전기 여러 개를 챙겼다. 백팩만 해도 10kg 조금 넘는 무게인 듯했다. 크로스백에는 옷 몇 가지를 챙겨 넣었다. 바지는 첫날 입고 있는 거 하나를 이틀 동안 입을 계획이어서 바지 여유분은 하나만 챙겼다. 카메라로도 벅차서 그런지 많은 짐을 챙기고 싶지 않았다. 캐리어는 끌고 가지 않기로 했다. 출국할 때도 그렇고 짐 부치기 귀찮아서인 이유도 있었다. 인천공항에 사람이 미어터진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었기에 출국심사가 늦어질까 봐 걱정한 측면도 있었다. 차라리 어깨에 메고 다니는 게 낫지 번거롭게 끌고 다니기에는 여간 신경 쓸게 한두 가지가 아니라고 생각을 했다.
새벽 4시 반에 기상해서 한 40분 정도 준비를 하고 나가서 집 근처 8분 거리에 있는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비행기 타는 시각은 정확히 9시 25분, 에어서울 비행기였고 타는 곳은 인천공항 1터미널이었다. 가는 날 출국심사 때문에 걱정돼서 새벽에 출발을 했다. 항상 어렸을 때부터 유학 때문에 중국을 왔다 갔다 하며 공항은 늘 익숙했고 여행 갈 때마다 부모님 영향 덕분인지 일찍 미리 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있었다. 5시 반에 버스를 탔다. 버스 자리는 많이 비어있었다. 근데 조금 몇 정거장을 지나니깐 다른 여행객분들이 많이 타시기 시작했다.
금방 자리는 만석이 되었고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아니 이 시간에 이 평일에 공항을 가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니 공항 가면 사람 더 많으려나 하는 걱정이 갑자기 앞서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도착하니 사람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보조배터리는 기내에 들고 탈 때 비닐에 넣고 테이프로 단자를 밀봉해야 한다길래 대강하고 출국심사를 받으러 들어갔다. 사람이 없어서 짐 검사도 금방 했고, 출국심사도 금방 마칠 수 있었다.
급하게 담배를 피워야겠어서 흡연장으로 들어갔다. 중국 왔다 갔다 할 때도 그렇고 이 흡연장은 언제나 익숙한 곳이다.
에어서울 비행기를 타는 게이트까지 셔틀 트레인을 타고 가야 했다. 이곳도 익숙했다. 옛날에도 그렇고 1년 반 전에도 몇 번이나 왔었던 곳이었으니.
아침을 잘 안 먹는 편인데 김치찌개 세트가 눈에 보여서 주문을 했다. 아니 출국할 때 먹는 한식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이날 아침에 커피를 세잔 정도 마셨다. 전 날에 잠을 잘 못 잔 이유도 있었기에 나름 정신 차리기 위해서였다.
인천공항 하늘은 어두웠지만 도쿄는 그나마 맑다고 봐서 그런지 떠나기 전에 안심을 좀 했다.
이 마리오 피치공주의 환영인사는 나 같은 씹덕의 마음을 웅장하게 만들어 준다. 일본이다!! 본토다!!! 진격의 거인, 귀멸의 칼날, 닌텐도, 플스, 캡콤의 나라!!! 사랑해여!!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타고 신주쿠 도심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이때 조금 조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한 시간 정도 뒤에 타는 거였는데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슈가 터졌다. 입국심사 때문이 아닌 트레블 카드 때문이었다.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다 돌려서 하나하나 차근차근 할라 했더니 현금 뽑는 atm 기기 앞에서 트레블 카드가 안 먹히는 거였다. 혼자 서서 10분 동안 땀을 왕창 흘리면서 계속 시도를 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국에 있을 때 한 번 잃어버리고 재발급을 받은 상태에서 카드 비밀번호도 다시 설정하고 카드를 재활성화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벌어진 이슈였다. 아 곧바로 은행 앱으로 들어가서 이것저것 재설정 하고 돈을 뽑을 수 있었다. 그러고 나서 바로 뛰어서 웰컴 스이카를 발급하러 갔다. 앞에 외국인 두 분이 좀 느리게 뽑으시길래 조마조마했지만 마지막 탑승 시간까지 3분 정도 남았을 때 발급받고 간신히 나리타 익스프레스를 탈 수 있었다.
도착한지 한 시간 반 만에 땀을 얼마나 흘린 지 모르겠다. 티셔츠가 땀에 다 젖었다. 도쿄가 많이 더운 이유도 있었지만… 아무튼 신주쿠에 도착해서 조금 어리버리를 타다가 호텔이 위치한 “ 오스카 ” 역으로 가는 jr선 지하철을 탔다. 약간 혼자 어리버리 타느라 호텔 사진이랑 근처 사진을 못 찍었다.
생각이 하나 확실히 든 것은 우리나라 숙박이 세계 최강이구나 였다. 모텔보다도 작고 시설도 엇비슷한데 숙박료는 하루에 10만 원이 넘었으니… 한국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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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아래에 이날 미러리스로 찍은 사진들이 나옵니다.
혹시 사진 찍어도 괜찮은지 여쭤보니 흔쾌히 괜찮다며 손을 올리시고 자연스레 포즈해 주신 멋진 기사님.
내가 번역기 키고 여쭤보니 카와이라고 하시면서 웃으셨던 기사님의 미소가 떠오른다.
해 질 무렵 도쿄타워.
너를 찍기 위해 왔다. 스카이트리
신주쿠 야경
중간에 여기저기 사진 찍으러 돌아다니느라 저녁이 되고 나서야 핸폰으로 일기용 사진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규카츠는 어떻게 먹게 된 거냐면 여기저기 돌고 신주쿠로 돌아와 야경을 잠시 찍고 걸어 다니는데 어느 가게 앞에서 외국인 분들이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냥 자연스레 그 줄에 서서 잠시 기다리고 먹게 되었다. 첫날부터 많이 돌아다니느라 힘들었지만 다음 날 아침에 가게 되는 후지산 가와구치코를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그렇게 이날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