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은둔할 수 있다.

세상 밖으로.

by 낭말로
f/5 | SS 200s | ISO 100 | SONY A7C | 88mm | 탐론 28-200mm F2.8-5.6 Di III
f/6.3 | SS 400s | ISO 100 | SONY A7C | 86mm | 탐론 28-200mm F2.8-5.6 Di III

아침에 일어나서 유튜브를 키고 영상 뭐가 올라왔나 보던 중에 알고리즘에 바로 뜬 다큐멘터리 한 편을 보게 되었다. 추적 60분 다큐멘터리였다. " 은둔 중년 "에 관한 주제를 다룬 영상이었는데 일어나서 보다가 좀 눈물 날뻔했다.


작년의 내가 생각나서... 자신의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는 어른의 나이에 접어든 사람들. 나이를 떠나 이것저것 사람에게 받은 트라우마로 자신을 더욱 감추기 시작한 사람들...


늘 웃는 미소로 사람을 대했고, 인간관계와 일에서 수없이 노력을 했던 사람들이 왜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는지를 20대 후반이지만 난 잘 알고 있다. 인간의 마음을 좀처럼 알 수 없다는 게 나 또한 궁금하고 아이러니할 때가 많았다. 인간의 감정에는 우울이 대체 왜 있을까 싶기도 했다. 정말 은둔이란 건 겪어봐야 안다. 나약한 것이 아니다. 본인의 의지 또한 중요하겠지만 그 의지에 대해 지속적으로 비판하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아니 된다고 생각한다.


진짜 본인이 본인을 갉아먹고 있을 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사람들이 더 알아주고 조금이나마 이해해 주는 세상이 된다면 문을 닫고 갇혀있는 분들이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오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친구와 가족들의 관심 덕분에 간신히 뛰쳐나올 수 있었다. 나의 굳은 결심도 있었다. 물론 그간 술로 하루를 지새우다 몸을 망쳤던 탓에 안 좋은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 후로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지만 충격 요법이 셌다.


이 영상에서 대한민국이 점점 병들어 가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세 가지 " "을 허락하지 않아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 세 가지 " "은 시도, 실수, 실패였다. 그 세 가지를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능력주의, 집단주의가 만연한 이 사회의 악은 대한민국에 너무 뿌리 깊게 박힌 듯하다. 그런 압박감들이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만든 것이다. 우린 그 누구나 은둔을 할 수 있다. 우린 그 누구나 우울해지고 극심하게 불안해질 수 있다.


은둔을 겪어보니 알겠다. 빛을 그리워하면서도 빛을 두려워했다는 것을, 그리고 정말 주변 사람을 포함 그 아무것도 내 시야에 보이지도 않았다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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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혼자 방안에 있을 분들께.


저는 지금도 은둔하며 세상의 문을 닫고 갇혀있을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꼭 살아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꼭 밝은 빛이 흘러나오는 곳으로 나와서 세상을 같이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슬며시 문을 열고 바깥공기를 맞아 보심을 조심스럽게 부탁드려 봅니다. 그리고 얼굴은 당연히 모르지만 세상 어느 한 곳에서 흐뭇하게 마주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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