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대식가와 소식가의 맛집 탐방 같은 것.

by 낭만찬

나는 소식가다.

원래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고 어느샌가 양이 점차 줄더니 이젠 즉석밥 한공기도 살짝 부담스럽다.

나는 미식가다.

엄밀히 미식가라고 말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그냥 조금 까다로운 편이다. 적게 먹더라도 맛있게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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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회사 동료이자 10살 어린 동생과 평소에 맛집으로 소문난 동태탕을 먹으러 갔다.

맵칼한 국물과 실한 대구살이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국물의 끝에 느껴지는 감칠맛이 혀와 입천장을 휘감는다. 이 매서운 맛의 공격에 같이 온 동생은 여지없이 공깃밥을 하나 더 주문하며 불러오는 배를 퉁퉁 치며 항복을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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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점심을 먹고 우린 카페로 갔다.

아메리카노 한 모금에 아직 여유 있는 점심시간, 딱 쓸데없는 얘기하기 좋은 타이밍이다.

커피 한 모금 마시고는 동생이 질문을 해왔다.


"형! 형은 정인이 누나와 연애할 때 누가 더 좋아했어?"

"내가 오십만 배는 더 좋아했지"

"그럼 형은 서운하지 않아? 형이 훨씬 더 좋아했다는 건 균형 잡힌 연애가 아닌 거잖아"

"성한아? 아까 우리 맛있게 동태탕 먹었지?"

"응 너무 맛있더라 나 결국 또 공깃밥 2개 때렸잖아"

"나도 맛있었어. 근데 난 아무리 맛있어도 두 공기를 먹을 수가 없어. 용량이 안돼.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아주 맛있고 만족스럽게 먹었다는 사실이야. 연애도 그런 게 아닐까? 사람마다 본인에게 주어진 사랑의 크기는 다를 수 있어. 마치 네가 밥 두 공기를 먹어야 만족이 되고 난 한 공기 이상 먹을 수 없듯이. 그런 거처럼 누가 더 많이 좋아했냐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어. 그보다는 서로 각자의 용량에 맞게 온전히 사랑했는지만 생각하면 된다고 봐"

"그게 말이 쉽지. 그래도 제일 베스트는 서로 비슷한 크기로 좋아하는 거 아니야?"

"세상엔 근삿값만 존재해. 결국 둘 중 누군가가 더 좋아할 수밖에 없어. 똑같은 크기에 그릇보다 약간의 크기 차이가 나는 그릇이 훨씬 더 잘 포개어지듯 어차피 크기에 차이가 나는 거라면 난 내가 더 좋아할래"

"비유보소. 무슨 연애챔피언이야?"


맞다. 10살 어린 동생 앞에선 나도 연애도사가 된다.

얘기를 하다가 우연히 동태탕에 비유한 건데 생각보다 비유가 적절해서 내가 말해놓고 내가 놀랐다.

100% 얻어걸렸다. 말하면서 내가 나에게 설득당했다.


연애에 관한 이야기만큼 답 없는 이야기도 없다.

사람의 성향, 가치관, 생각이 모두 다르기에 정답이 없는 것이 당연하다.

정답이 없기에 연애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우리에겐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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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는 대식가와 소식가의 즐거운 맛집 탐방 같은 것.

서로의 양대로 맛있게 먹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

소식가인 내가 너와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 속에선 대식가가 되는 마법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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