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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지 않지만 매일 거울보는 여자.

by 김주임 Feb 14. 2025

 눈빛만 봐도 알수가 있다는 가사처럼, 한국인은 다른 사람에 비해 '눈치'라고 하는 것이 매우 빠르고, 아주 작고 미묘한 표정변화로도 그 사람의 기분이 어떤지 나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극단적인 예로, 내 친척 동생은 20대에 쌍둥이의 엄마가 되었는데 "으응...으으으응." 어떤 단어도 표현도 없는 단순한 소리와 몸짓으로 아기들이 원하는 것을 척척척 내다 주었다. 


 꼭 단어로 정확히 찍어서 표현하지 않아도, 얼굴을 보고 주고 받는 감정과 머리 속에서 자동으로 완성되는 대화문들이 있다. 


 그 날따라 전화도 많이 오고, 사무업무도 많았던 날이 있었다. 말을 많이 한 만큼 금방 허기져서 2분에 한번씩 시계를 확인하며 점심시간을 기다렸다. 


 58분 59분 이제 10분같은 1분만 지나면 점심시간이다. 그 10분같은 1분 사이에 '다라라락' 관리사무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파트 광고 문의 하려고 하는데요."


 "네에.. 아파트 광고 가능합니다만 저희가 지금 점심시간이라서요."



 밥 먹을 때는 개도 안 건드린다는데, 나는 사람이다. 심지어, 문에는 관리사무소 근무시간과 식사시간을 적어놓은 안내문이 있었고, 식사중이라는 푯말을 걸어놓았다. 그러나 방문자는 이 모든것은 가볍게 지나쳤다. 심지어, 점심시간이라고 직설적으로 안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꿈쩍도하지 않았다. 



 "아파트 광고하는데 비용이랑 기간을 알 수 있을까요?


 "저의 00장 필요하고 일주일에 부가세 포함해서 5만5천원입니다. 세금계산서 하셔야 되면 사업자 등록증필요해요."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데 남편이 가져올거거든요.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아네...저희가 지금은 점심시간이라서요..."


 "그러니까 남편 금방 와요. 조금만 기다렸다가 바로 해주시면 되잖아요."



 나는 스멀스멀 화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꿋꿋이 물러나지 않는 방문자와 대치하고 있자니 도저히 표정관리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티 나지 않게 깊은 심호흡을 했다. 완전히 무시하고 일어나 밥 먹으러 갈 수도 없고 내 자리에 앉아 뾰족해지는 감정을 다스리는데 급급했다.


 길어지는 상황에 소장님이 나와서 이야기를 하시는데도 그 방문자는 여전히 서서 남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 짧은 경험에 음식 판매점이나 작은 개인사업장이 아닌 일반 사무실은 다 정해진 점심시간이 있고 그 시간을 어기는 것을 싫어한다. 어떤 메뉴를 어디가서 먹든지 보통은 점심시간안에 다 먹고 돌아와서 업무를 준비 해야한다. 


 관리사무소도 일반 사무실이고 점심시간을 어겨서 들어오는 것을 소장님도 싫어하지만 입주민도 싫어하기때문에 되도록이면 점심 이후에 방문을 부탁드리고 또 이런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식사 시간에 찾아 온 것을 사과하며 언제 다시 찾아오면 되는지 시간을 확인하고 나가는게 보통의 반응이다. 


 하지만 이 방문자는 나나 소장님의 완곡한 표현에도 한 500년은 깊게 뿌리내린 나무처럼 어떤 말도 없이 자리를 지키고 서있었다. 아파트 광고 안내는 내 담당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저기요"


 "네"



 밥먹는 개도 건드리는 사람이 나를 불렀다. 아무리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다잡았어도 내 대답이 곱게 나가지는 않았다.



 "제가 아무리 점심시간에 왔어도 그렇게 몇번을 반복해서 이야기 해야되요? 그리고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그렇게 얼굴 표정이 썩어있어야 되요?"


"아 그랬나요?"


"네! 저는 지금이 점심시간인줄도 몰랐다구요."


"네에.. 알겠습니다."



 화가 올라오는데 말을 많이 하는 것은 내 손해이다. 화가난 머리는 이성을 잃고, 자유로운 혓바닥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른채로 칼춤을 출 수 있기 때문이다. 


 방문자는 내가 말을 아끼는 것도 기분이 나쁜지 뭐라고 더 이야기를 헀다. 10분이 넘는 기다림이 이어졌다. 금방 온다던 남편은 오지 않았고 점심때 찾아와 서로 기분이 상한것을 감수헀지만 어떤 업무도 해결되지 않았다.


 아파트 광고를 위해서는 본인이 필요 수량에 맞춰서 광고지를 가져와야하고 게시기간도 도장찍어야 되고, 입급한 내역도 확인을 해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사업자등록증만 가져와서 해결되는 것도 아닌 것이었다. 


 내 콧김에서 뜨거운 연기가 나오는 기분이었다. 화는 있는대로 돋우어놓고 본인이 기분 나쁘고, 본인이 피해자라도 된 것 처럼 새침하게 관리사무소를 나갔다. 



'저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데, 장사가 되겠어? 금방 망해버려라'



 결국은 다시 찾아올 그 방문자의 등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화가 바짝 오른 상태로 밥도 넘어가지 않았다. 풀리지 않는 화를 어디에 쏟지 못해서 얹힐 것 같았다. 


 그냥은 가라앉지 못할 마음에 편의점에 들려 시원한 바나나맛 우유를 쪽쪽 먹으며 그 상황을 되짚어보았다. 하고싶은 말이 입술 끝에서 찰랑거렸지만 더이상 내 점심시간을 침해받고 싶지 않아 하지 못한말이 계속 생각이 났다. 



 "아 그때.... "사업자등록증만 가져온다고해서 당장 광고 못걸어요. 전단지 가져오셔야 됩니다"이 말을 헀어야 됬는데, 그걸 하지 못하고 멍청하게... 아흐"



 곱씹던 생각들 끝에는 방문자의 한마디가 계속 마음에 걸렸다. 그런 띠꺼운 표정을 하고 있어야 하냐는 말. 그 말이 마음에 걸렸다. 


 이 나이가 되도록 거울을 가지고 다니면서 수시로 확인하는 행동을 해본적이 없었다. 예쁜 얼굴이 아니기도 했지만, 화장도 너무나 가볍하게 하고 다니기 때문에 입술 바르는게 고작이라 핸드폰 보고 바르는게 다였다. 그럤던 내가 방문자의 그 말 한마디가 마음에 걸렸다. 그 날 퇴근하자마자 웬만한 물건은 다 있는 곳에 가서 커다란 거울을 샀다. 


 내 표정이 보통인지 웃고있는지 썩었는지 썩어가는 중인지 틈틈이 확인해보았다. 내 입이 시옷(ㅅ)모양으로 무섭게 변하면 굳은 입꼬리를 검지로 올려보았다. 재미있지 않아도 관리사무소에 방문한 사람은 내 표정을 먼저 보게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얼굴 인상은 나 스스로 만든다는 말을 들어보았다. 그리고 많은 성형수술중에서도 어려운 수술이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는 상의 얼굴로 보이게 하는 수술이라고 했다. 


 그 기분 나빴던 방문자 덕분에 매일 거울을 보며 돈으로도 만들기 어려운 웃는 상을 내 검지로 굳이 끌어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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