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린 친구들은 '시장'이라고 알랑가
오후 5시 29분 50초 55초 59초... 5시 30분. 빠르게 인사를 하고 나와 집으로 달려왔다. 몇 분 짧은 시간의 차이로 집까지 20분이 걸리느냐, 40분이 걸리느냐가 판가름이 난다. 정확한 시간에 맞춰 나왔지만 오늘은 40분에 걸쳐서 퇴근을 헀다.
내 턱 밑으로 다가온 마감날을 온 몸으로 느끼며 간단하게 저녁을 먹고 집 가까이 있는 도서관으로 향했다. 퇴근을 하기위해 나올때까지만해도 그렇게 춥지 않아서 만만하게 생각하고 나왔더니 2월임에도 바람이 날카롭게 내 구석구석을 파고들었다.
산신령님이 나타나 얼음장 같은 저녁의 칼 바람이 무서우냐? 마감일자가 무서우냐?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당당하게 마감일이 무섭다고 하겠다. 그 무서움이 칼 바람을 이겼다. 조금만 가면 금방 도서관이라는 희망으로 한걸음 또 한걸음을 나아갔는데 쎄하다
도서관이 전체적으로 어둡다. 시커먼 기운이 온 도서관을 아우르는게 불안했다.
조금만 더 한 걸음만 더... 제발 휴관일만 아니어라.... 어두컴컴한 도서관임을 진작에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서관 정문까지 갔다. 결과를 이미 알것같지만 굳이 정기 휴관일이라는 푯말을 봐야 그나마 미련을 가지지 않을 것 같은 바보같음.
내가 무슨 도서관이고 뭐... 안하던 거 할라니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정기 휴일이라니. 우리집에서 길도 건너지 않고 갈 수 있는데 그 껌껌한 도서관을 봤으면 미련을 버리고 추운데 집에 들어가야지... 아흐... 미련 덩어리.
적막한 집이 싫어서 나갔는데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 한 켠에 있는 식탁 겸 책상에 노트북을 펼치고 차가운 의자 위에 전기 방석을 켰다. 적막함이 싫어 위험한 고민을 한다. 유튜브에서 광고를 넘어가면서 음악을 들을 것인가. 이미 너무나 많이 본 예능을 배경음악으로 틀어서 피식피식 웃으며 할 것인가.
배경음악은 좋아하는 힐링 예능 삼시세끼나 틀어놓았다. 하도 봐서 대충 줄거리도 알고 다 아는데 왜 계속 재미있냐고요... 거짓말 조금 더 보태서 대사까지 외울 정도인데 왜 또 봐도 또 또 재미있냐고요. 세 편이나 보고 나서 노트북 앞에 앉았다.
이제 11:28인데 허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