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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기=데이트

by 김주임 Jan 19. 2025

아침부터 아니지 새벽부터 부산하게 머리를 감고 드라이를 한다. 드라이를 한다는 것은 좋은 날 꾸미고 나가는 날이다. 스튜어디스처럼 머리를 단정하게 하고 베이스부터 차근차근 화장을 한다.


눈을 은근히 커 보이게 아이쉐도우도 하고 마스카라도 하고 거센 바람에도 흩날리지 않을 단단한 머리카락 뚜껑을 만든다.


평소 출근복인 맨투맨을 넣어두고 셔츠에 슬랙스 입고 구두도 신고 나들이를 나선다. 얼마만에 남편과이 데이트란 말인가.


24시간 근무. 다음날 휴무. 이런 교대 근무를 하다보니 데이트가 쉽지 않고 심지어 연애 하던 시잘보다 더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모처럼의 데이트가 소중하다.


평소 같으면 나가는 깅에 차에서 머리를 말렸을테지만 <데이트>라고 이름을 붙여주니 느낌이 또 다르다. 남편은 처음 보는 여자라면서 장난을 걸었지만, 나는 팔굼치로 응수해주었다.


”초치지 마세요. 승생님“


반쯤 접힌 눈, 웃는 입. 오싹한 한마디임에도 남편을 능구렁이처럼 남편은 원래 잔소리를 듣기위해 있는거라며 방글방글 웃는다. 나도 따라 웃는다.


아침부터 준비하고 구경하고 돌아다니니 금방 지친다. 이래서 놀아도 젊어서 놀아야 한다는 옛 으르신 말씀이 또 한번 장확해지는 순간이다.


지치게 놀았는대도 오후 세시. 종잇장 같은 체력으로 집으로 다시 돌아왔다. 옷은 갈아 입었음에도 오랜만에 한 화장과 정갈한 머리가 아까워 차마 손을 대지 못했다.


한 올 한 올 정성들여 말리고 머리카락 뿌리 방향을 바꿔서 머리를 한다. 그 결과물이 오늘 너무 잘 되서 한번에 씻고 풀어버리기가 아깝다. 평소 같았으면 피곤하니까 얼른 씻으라고 말하는 남편도 오늘 따라 별 말이 없다.


이것은 평소에도 그렇게 좀 하고 다니라는 그런 신호일까


“드라이 하고 머리카락 바닥에 떨어진거 신경 쓰지마. 그거 오삐가 청소기 한 방이면 금방 끝나. 화장하고 머리 하는거 집중해서 해. 괜찮아. 머리카락은 오빠가 치우지 뭐.”


내가 머리하고 화장하는게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줄 일인가? 한 편으로는 의아하고 한 편으로는 미안하다.


그렇다고 자주 하지 않는 드라이기니 말이다.

직접을 말 못하지만 이렇게라도 남겨본다.


미안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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