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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게의 가시 다듬기1

노지로 떠나기.

by 김주임

검고 동그란 작은 생물이 이리 치리고 저리 치이다가 너무 아파 어느날 문득 가시가 비죽 솟아올랐다. 그 뒤로도 하나. 또 하나 비죽비죽 솟아올라 이제는 제법 선뜻 손 대기 겁나는 모습이 되었다. 작은 생물은 그저 제 안에 여리고 여린 마음을 지키고 싶었는데 어느날 부터는 손 대기 무서워하는 모습이 되었다.


그 작은 생명체는 성게다. 그리고 나는 그 성게를 닮았다. 롤 모델은 무던한 표정의 모두와 친해지는 카피바라라는 동물같이 살고 싶었다. 그 속은 가시가 잔뜩 솟아오른 성게면서 말이다. 그래서 본성을 숨기고 살기가 쉽지 않다. 차오르는 화(火)를 참고 또 참다가도 비죽 솟아날 듯한 가시를 누르고 누르다가 결국은 터져나오는 가시를 주체하지 못한다. 격양된 목소리나 굳어가는 표정으로 나타나버린다. 기침이나 사랑처럼 감추고 싶고 참고 싶어도 티가나버리는 어쩔 수 없는 그런 것.


그럴 때 나는 밖으로 떠난다. 주섬주섬 텐트와 의자와 나무와 난로.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여러가지 준비물을 챙겨서 자연으로 떠나버린다. 숨길 수 없는 기침과 사랑같은 내 가시를 자연 속에서 양껏 뽑고 다듬고 사랑해주고 다독여서 제법 카피바라같은 모습인 것 처럼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이번 긴 연휴를 기회삼아 떠난 작은 야영장. 별들이 총총 박힌 늦은밤 나는 텐트를 쳤다. 준비된 것은 작은 화장실과 수도시설 뿐인 곳에서 나는 설 연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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