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눞고 싶고, 누우면 자고싶은 마음.
퇴근하고 들어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다. 입주민과 전화와 직장 상사의 변심에 지친 심신을 아늑한 침대에 누워 다 떠내려보낸다. 5분만 그렇게 있자. 딱 5분. 그렇게 50분 한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린다. 그러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게 잠들면 그냥 내 하루가 끝이 나버린다.
그렇다. 나는 아주 체력이 휴지 같다. 강하게 뽑으면 끝을 모르게 후두두둑 끊기지도 않고 풀려버리만 장력은 매우 낮다. 물에도 불에도 바람에도 이리저리 휘날려 도통 버티고 있는게 쉽지 않다. 어릴적 천식이 지금도 약간은 영향을 주고있고, 코로나도 2번이나 걸렸다. 집 앞에 주차하고 계단 2~3개 올라 엘리베이터를 타는 하찮은 움직임에도 숨이차고 헐떡거렸다. 설상가상으로 몸은 자꾸만 부어올라 보기좋게 맞았던 커플링은 미쉘린 타이어인양 울룩불룩해졌다. 손가락의 혈액순환은 장애 그 자체가 되어 결국 반지를 자르고 나서야 그나마 원활한 혈액순환이 되었다.
금방 지치고 건강도 안좋으니 쳐지고 또 쳐졌다. 운동을 하면 할수록 부었다. 아무것도 안 할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몸도 아니었다. 왕년에는 테니스도 치고 55사이즈도 크던 시절은 다 옛말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점점 게을러지던 내가 감사하게도 책을 내게 되었는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이란 쉽게 바뀌기 어렵고, 나는 또 휴지 같아서 퇴근 후 침대에서의 휴식을 놓을 수 없었다. 내 안에 차오르고 차오르던 검은 마음을 이불이 안아주고 베게가 도닥여주는 것 같다. 그렇게 침대의 응원을 잔뜩 받으면 그 힘으로 다시 아침에 출근을 한다.
이 과정중에 원고를 쓰고 글쓰기를 위한 글쓰기를 잊어버릴 때도 있다. 사실은 준비 글쓰기는 써도 원고는 안쓰는 날이 많았다. 공부 못하는 내가 꼭 그랬지. 어른이 되어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한다. 이런 나를 30년이 넘게 겪으면서 나도 나를 조금은 통재할 수 있게 되었다.
반드시 해야하는 일이 있다면, 누울 수 없는 곳으로 가자
안하던 집안일이 갑자기 눈에 띄어, 그 집안일을 하고나야 마음이 편할 것 같은 그런 마음에서 벗어나자.
그래! 집에서 나가자!
마음을 먹고 집을 나서 새벽 3시까지 한다는 카페로 왔다.
10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북적한 사람들.
즐거운 수다 소리.
다양한 연령대.
확실히 집에 있는 것보다는 한 줄이라도 글을 더 쓰기는 한다. 돈이 들어서 그렇지. 왁자지껄. 누울 수 없는 곳으로 나를 억지로 집어넣어 강제 활동을 한다. 그러면 또 웃긴것이 스스로 시킨 강제성 글쓰기를 마지못해 한다. 심지어 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나는 웃고 있다.
카페에서 글을 쓰면서 느낀건데... 다음에는 노트북 거치대를 가지고 와야지 목이 아프다. 화면을 아래로 무섭게 내려보는데 이제는 조금 눈도 아프다.
- 카페 글쓰기 준비물.
1. 노트북 거치대
2. 있다면, 블루투스 키보드.
게으름을 이기기위한 거북목을 조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