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도 다시 살아난다면, 그것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에드워드 애슈턴의 SF소설 『미키7』은 이 단순한 질문에서 출발해, 인간 존재의 정체성과 계급, 윤리, 그리고 기억과 자아의 관계에 대한 복합적인 문제로 우리를 데려간다.
봉준호 감독이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미키17>을 연출한다고 발표했을 때, 많은 이들이 기대를 품었던 건 우연이 아니다. 익스펜더블, 즉 ‘소모품 인간’이라는 극단적인 설정이 가진 힘 때문이다.
주인공 미키 반스는 ‘죽어도 되는 인간’이다. 아니, 정확히는 죽어도 다시 태어나는 인간이다.
그는 방사능, 바이러스, 폭발 등으로 수없이 죽고, 다시 프린트된 몸에 업로드된 기억으로 부활한다.
이론상으로는 불사의 존재지만, 현실적으로는 기계보다 값싼 소모품이다. “너는 살아 있을 필요가 없어. 너는 복제되면 되니까.” 이 말이 익스펜더블에게 주어진 유일한 존재 가치를 증명한다.
하지만 미키는 단순한 시스템의 부속이 아니다. 그는 ‘역사가’다.
우주 개척의 실패와 잔혹한 진실을 기록하는 존재.
‘역사가’라는 직업은 상징적이다. 사라지는 자의 이야기, 잊히는 이들의 발자취를 남기는 자. 그래서 미키는 단지 죽고 되살아나는 기계적 인간이 아니라, 살아있음을 증명하려 애쓰는 주체적 인간이다.
그렇기에 미키7은 미키8을 만났을 때 공포를 느낀다.
“나인은 내가 아니니까.”
이 한마디는 소름 돋는 철학적 선언이다.
그는 자신이 단지 ‘기억의 저장소’가 아니라,
살아 움직이며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하는
유일한 존재라고 믿는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전의 미키들도 모두 그 순간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텐은 내가 아니다.” “일레븐은 내가 아니다.” 이 말은 마치 도미노처럼 계속된다. 같은 기억을 가졌지만, 결코 같지 않은 존재. 이건 SF적 상상력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일상에도 닿아 있는 질문이다.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동일한가?
여기서 ‘테세우스의 배’가 등장한다.
배의 모든 부품을 하나씩 바꾸다 보면 어느 순간 원래의 배는 사라지고 전혀 새로운 배가 된다. 그렇다면 그것은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가?
미키는 스스로 묻는다. 나는 과연 ‘나’인가? 기억만으로, 몸만으로, 아니면 행동과 선택으로 나를 규정할 수 있는가?
또한 이 작품은 철저하게 계급 사회의 축소판이다. 개척단은 상류층과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미키는 그 아래에서 일회용 인간으로 기능한다.
이 시스템은 얼핏 미래 사회처럼 보이지만, 실은 현재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비유다. 누군가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존재로 여겨진다. 일종의 사회적 복제 인간. 소모품.
소설 속의 재생탱크는 마치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퇴근 후 재충전과도 같다.
그러나 문제는 그 재생이 본질적인 회복이 아니라는 점이다. 죽음을 맞고 다시 태어나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익스펜더블.
그것은 인간다운 삶이 아니라 기능으로의 환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키는 자신이 하나의 인간임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사랑을 하고, 관계를 맺고, 역사를 기록하며 존재를 증명한다. 그는 끊임없이 ‘나’를 되묻는다. 그리고 그 질문은 독자에게로 옮겨온다.
『미키7』은 단순한 SF가 아니다.
이 책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가를 묻는 책이다. 기억인가? 육체인가? 영혼인가? 행동인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은 없지만, 미키의 여정을 따라가며 우리는 어느새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되묻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봉준호 감독은 아마 이 ‘질문’에 끌렸을 것이다.
『설국열차』가 계급 문제를 수직적 구조로 표현했다면, 『미키7』은 죽음과 복제라는 수평적 반복 속에서 그 계급의 고착을 보여준다. 미키는 올라가지 못한다. 오직 ‘다시 태어날’ 뿐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마음속에 하나의 질문이 오래도록 맴돈다.
미키는 결국 무엇으로 살아남았는가? 기억으로? 사랑으로? 저항으로?
그의 기억은 복제되었고, 사랑은 반복되었으며, 저항은 매번 다른 얼굴로 나타났다. 미키는 여섯 번의 죽음을 거치며도, 자신이 누구인지 증명하려 애썼다.
그가 재생될 때마다 몸은 바뀌었고 환경도 달라졌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것은 ‘인간으로 존재하려는 의지’였다.
미키는 기계도 아니고, 단순한 데이터 뭉치도 아니었다.
누군가를 사랑했고, 누군가에게 상처받았고, 다시 누군가를 품었다. 그 감정과 선택들이 쌓여, 이전과는 다른 ‘하나의 인간’이 되었다.
어쩌면 미키가 살아남은 이유는, 시스템의 오류나 운이 아니라 —
“나는 여전히 나다”라는 절박한 선언 속에 담긴 자존의 힘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미키7』은 단순한 SF 생존담이 아니다.
그건 존재의 서사이며, 인간이 인간임을 증명하기 위한 가장 비인간적인 조건 속에서의 인간다움에 대한 실험이다.
우리는 어느 순간, 미키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 묻게 된다.
『미키7』이 던진 이 질문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집요하게 우리의 삶 속에서 다시 고개를 든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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