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 스승이 쓴 첫 에세이집:

마경덕 『봄의 문턱을 넘어온 포로들』을 읽다

by 진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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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단순히 읽고 덮는 책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시간을 함께 걸어가게 만드는 책이 있습니다.

마경덕 시인의 첫 에세이집 『봄의 문턱을 넘어온 포로들』 이 제게는 그런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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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쓴 시인은 제게 단순한 작가가 아니라 시를 가르쳐준 스승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연유로 이 에세이집을 읽는 일은 한 권의 에세이를 읽는 것을 넘어서, 시인의 삶과 사유의 결을 다시 더듬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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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쓴 에세이는 무엇이 다를까



마경덕 시인은 2003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후 여러 권의 시집을 발표하며 자신만의 언어 세계를 구축해 온 시인입니다. 오랫동안 시를 써 온 그의 언어는 언제나 섬세하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이번 책 『봄의 문턱을 넘어온 포로들』 은 시인이 처음으로 펴낸 에세이집입니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곧 알게 됩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에세이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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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명하는 글이라기보다 시처럼 읽히는 문장들이 이어집니다. 시인의 눈은 언제나 일상의 사소한 것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먼지, 미나리, 빗줄기, 바다, 나무, 고구마 싹….


누군가에게는 그저 지나치는 풍경일 수 있지만, 시인에게 그것들은 삶을 비추는 거울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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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속에서도 시간을 발견하는 시인의 눈



책의 첫 글 「먼지의 내력」을 읽으며 저는 이 책의 세계를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인은 별빛 속에 떠다니는 먼지를 바라보며 그것을 단순한 먼지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시간의 부스러기’라고 말합니다.


무엇의 몸통이었던 것들이 흩어져 떠돌다가 결국 티끌이 되어 쌓인다는 생각.


이 한 장면 속에는 시간과 존재에 대한 시인의 사유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설명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를 따라가게 됩니다.



문장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을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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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 속에서 발견하는 삶의 이야기



이 책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글 가운데 하나는 「고구마 싹」입니다.


상자 속에 보관해 두었던 고구마가 싹을 내밀고 있습니다.


물 한 방울 없는 어둠 속에서도 싹은 조용히 몸을 틀어 올라옵니다.

시인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그것이 가장 낮은 곳에서 시작되는 생명의 언어라고.



이 장면을 읽으며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람의 삶도 결국 그와 닮아 있지 않을까.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라나려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시인은 그렇게 사소한 사물 속에서 인간의 삶을 발견합니다.




보리밭과 바람 속에 담긴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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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자연과 기억이 함께 흐르는 글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보리밭 관리인」이라는 글에서는 신월리의 푸른 보리밭 이야기가 나옵니다.


보리밭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시인의 슬픔을 묻어 두었던 장소로 등장합니다.



사춘기의 방황,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던 시절의 기억, 그리고 보리밭 사이에서 불던 바람.



그 풍경은 어느 순간 한 사람의 삶을 지탱해 준 시간의 배경이 됩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자연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삶을 읽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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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것을



또 다른 글 「바람의 집」에서는 강원도의 산길을 달리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차창으로 들어오는 바람, 산딸기 냄새, 계곡의 물소리.


그 풍경 속에서 시인은 문득 깨닫습니다.


“바람에게도 마음이 있다는 걸 그때 알았다.”


이 문장은 설명이 아니라 깨달음의 순간입니다.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마경덕 시인의 문장은 언제나 그렇게 잔잔하게 다가옵니다.


크게 말하지 않지만 마음 깊숙이 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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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책을 읽는다는 것



이 책을 읽으며 저는 자주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시인은 결국 자신의 삶을 가장 오래 쓰는 사람이라는 생각입니다.



시를 쓰고, 글을 쓰고, 시간을 견디며 살아온 한 사람의 경험이 이 책 속 문장들에 담겨 있습니다.



제자로서 이 책을 읽는 일은 단순한 독서가 아니라 스승의 시간을 다시 만나는 경험이었습니다.



시인의 문장은 울림이 있으면서 깊습니다.


과장하지 않지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그것은 오랫동안 언어를 다듬어 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문장의 밀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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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봄의 문턱을 넘어온 사람들



책 제목 『봄의 문턱을 넘어온 포로들』은 처음 들으면 조금 낯설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그 의미가 조금씩 다가옵니다.



봄은 단순한 계절이 아닙니다.


겨울을 견디고 난 뒤에야 도착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어떤 의미에서


봄의 문턱을 넘어온 사람들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은 그 문턱을 지나온 시간들을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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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으며



이 책을 읽고 나면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먼지 하나


바람 한 줄기


나무 한 그루도



그저 지나가는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 남긴 흔적처럼 느껴집니다.



마경덕 시인의 에세이는 세상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세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을 조금 바꾸어 줍니다.



그래서 이 책은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라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사유의 기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 문턱에서 우리는 문득 깨닫게 됩니다.


우리 역시


봄의 문턱을 넘어온 포로들이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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