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순희 Mar 12. 2020

불안하지 않아요, 자유학년제

뒹굴뒹굴 놀면서 하는 글쓰기

작년까지 이곳은 자유학기제를 실시해 그래도 1학년 1학기 기말 시험까지는 봤었다. 올해부터 자유학년제를 실시해 1년 동안 지필고사가 없다. 시험이 없다는 것에 대해 많은 학부모님들이 불안해한다.
전화로 아니면 직접 방문을 해 불안하다고 하소연을 한다.  

    

"중1이면 아이들이 사춘기에 들어서서 그러지 않아도 힘들어 죽겠는데 학교에서 시험까지 안 본다면 집에서 어떻게 하라는 거냐?"
"학원만 뺑뺑이를 돌려야 하는 거냐?"
"소신껏 자유학년제 취지에 맞게 진로활동이나 하고 몰려다니면서 프로젝트 탐구나 하면 나중에 2학년 올라가서 시험 못 보면 어떻게 하냐?" 
"이렇게 놀리다간 대치동 아이들과 학력차가 더 벌어지는 것은 아니냐? "   

 

이런저런 불평을 쏟아낸다.


교육청에서 내놓은 장밋빛 청사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뿐만 아니라 자유학년제를 실시하는 곳의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걱정이 앞선다. 심지어 자유학년제에 관한 이런 댓글도 봤다. 

  

"학교에서는 해맑게 놀아라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 
졸업장은 학교에서 따고 공부는 학원에서 한다. "


모두들 우와좌왕 하면서 어수선하다. 


창민이 어머니도 예외는 아니어서 전화로 한참을 상담하시더니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찾아오셨다. 시험이 없다고 해도 중간중간 수행평가와 같은 글쓰기는 있을 거 아니냐며 제대로 읽고 제대로 쓸 수 있게만 해달라고 했다.

      

2학기에는 국제학교에 보낼 거라 대치동까지 영어학원을 다니는데 7시간씩 한단다. 국어를 못해서 그런지 영어 쓰기도 힘들어한다고 했다. 자기소개의 글을 쓰는 데도 너무나 평범하게 써서 속이 상하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을 졸업하고 바로 중학교에 입학한 중1 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은 사실 수준이랄 것도 없다. 말이 중학생이지 초등학생 단계 그대로이다. 일단 글을 쓰는 데 부담을 갖지 않도록 신문을 갖고 뒹굴뒹굴 놀면서 글쓰기 하도록 준비했다.       


                

키가 160 가까이나 되는 창민이는 가위질을 잘 못해 쩔쩔맸다. 소근육이 덜 발달된 듯싶었다. 어릴 때부터 가위질을 하게 해서 소근육을 발달시켜야 했는데 대근육을 쓰는 구기종목만 하고 있었다. 소근육은 뇌를 자극해 언어활동을 유연하게 만든다. 소근육이 부족한 친구들은 운동화 끈이 풀어져도 그 끈조차도 제대로 못 매 보는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  


소근육이 발달할 시기에 색종이를 오리거나 신문을 오리고 찰흙을 조몰락거리는 신체활동을 충분히 해야 한다. 그래야 제 또래에 맞는 언어도 구사할 수가 있다. 사내아이들은 늦되는 거라고 느긋하게 기다릴 일이 아니다. 소근육을 발달시키기 위한 놀이나 활동을  가정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요즘은 소근육을 강화할 수 있는 교구들을 클릭만 해도 금방 찾을 수 있다.  


소근육이 발달하지 못한 친구들은 중학생이 돼서도 글씨를 잘 못쓴다. 한 문장 쓰는데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시간 내에 써내는 수행평가 결과가 좋지 못하다. 뇌의 발달도 느리다 보니 생각은 많아도 쓸데없는 공상만 많아 엄마들을 속 태우게 한다. 

     

글쓰기가 어렵다는 창민이를 위해 힘들지 않게 노는 것처럼 글을 쓰게 하는 방법을 적용했다. 

글은 문장이 모여서 생각의 덩어리인 단락이 되는데 굳이 이론적인 설명을 안 해도 색깔로 구분하면 된다. 

사진 하나당 한 가지 색깔펜으로 글을 쓰게 했다. 한 색깔이 한 단락이 되니까 그 사진에는 그것과 관련된 것만 쓰게 해서 단락의 개념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했다. 

 

한 단락에는 하나의 중심 문장과 뒷받침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심 문장을 앞에 쓰든 뒤에 쓰든 중심 문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문장은 예시를 들거나 비교하거나 대조를 해서 상세화 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아래는 창민이가 한 처음 글이다.     

<자기소개로 가족과 자기의 일정을 썼다>  
<취미로 하고 싶은 것과 좋아하는 것으로 나눠 썼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외국에 몇 년 있어서 그런지 창민이는 맞춤법도 틀리고 문장도 단순했다. 그래도 가족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잘 찾아서 썼다. 그나마 신문과 색깔 펜을 썼기에 560자라도 써냈다.                                         

창민이가 쓴 글을 갖고 창민이와 말을 하면서 창민이의 생각을 끌어내어 대면 첨삭을 했다. 

다음은 창민이가 첨삭을 통해 고쳐 쓴 글이다. 가능한 한 창민이의 글을 그대로 살리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게 했다. 생각 나누기를 통해 글의 길이도 560자에서 999자로 늘어났다. 

 

우리 가족은 나, 누나, 엄마, 아빠 네 식구다. 아빠는 역사와 사회 국어 등을 잘 하지만 수학이나 과학은 잘하지 못한다. 엄마는 모든 과목이 평균이다. 하지만 이과형 문과라고 하실 정도로 수학과 과학을 잘한다. 아빠랑 완전 반대이다. 누나는 아빠를 닮았는지 과학을 잘 못한다. 나머지 과목을 매우 잘해 상위권에 속한다.     
나는 지금 방학이라서 학교를 가는 대신에 학원으로 간다. 외국인 학교를 가고 싶어서 영어 학원을 7시간씩 매일 다니고 있다. 학원 갔다 와서는 집에서 숙제를 하거나 논다. 7시간을 영어학원에서 외국인 학교 시험 준비를 한다. 글쓰기가 3시간, 인터뷰 준비하는 것 1시간, 영어 수학 3시간 이렇게 7시간씩 하고 있다.      
여기서 제일 어려운 과목은 글쓰기인데, 재미있는 수업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외국인 학교를 다니려면 이렇게 해야 된다. 외국인 학교를 다니고 싶은 이유는 내가 즐기는 농구를 하면서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 중학교에서는 체육 시간이 많지가 않다. 그리고 운동은 하지 않고 공부만 많이 시켜서 학교 다니는 게 지루할 것 같다.  
내가 잘하는 것은 킥보드 타는 것이다. 킥보드를 많이 타봐서 잘 탄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에도 관심이 많다. 전동 킥보드는 타본 적이 없지만 한번 타보고 싶다. 요즘 사람들이 타고 재미있다고 하니까 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진다. 킥보드를 잘 타기 때문에 아마 전동 킥보드도 잘 탈 것 같다.       
전동 킥보드를 타고 드넓은 한강에 가서 바람 쐬며 쌩쌩 달리고 싶다. 그러면 공부에서 받은 스트레스가 날라 갈 것 같은 기분이 들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자동차이다. 나의 취미 중 하나는 자동차의 구조나 자동차의 종류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다. 자동차는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그리고 종류도 매우 많다. 자동차의 종류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부가티는 슈퍼카에 속하고 벤츠 같은 자동차는 스포츠카에 속한다. 나머지 차들은 그런 종류에 속하지 않는다.         

          



알고 준비하면 두려울 것이 없다. 자유 학년제를 지혜롭게 보내기 위해 교육청에서 만든 자료를 활용하면 좋다. 학생 체험 인프라 활용 자료가 필요하면: 


“서울형자유학기제지원센터 https://www.sen.go.kr/sfree/index.d -체험 인프라 및 공지사항 - 자유학기 체험 인프라”를 클릭하면 된다. 96종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출처: https://www.sen.go.kr/sfree/index.do


도움이 될까 싶어 서울시 교육청의 “2020학년도 중학교 자유학년제 운영 기본계획(안)을 소개한다.  

일단 자유학기제와 자유학년제의 개념부터 상세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어 이해하기 쉽다.  

그런데 아래의 참고 자료를 봐도 결국은 마무리는 글로 써내는 것이 많다. 


부담 없이 신문을 가지고 놀듯이 글쓰기를 해보자.  뒹굴뒹굴 놀면서 글쓰기를 하다보면 자유학년제도 생각했던 것 만큼 불안하지 않게 될 것이다.  

                       



체계적인 체험활동 운영을 위한 사전-체험-사후활동 연계 중점 및 방법

■ 사전활동

-체험활동을 위한 동기유발 및 배경지식 습득을 위한 활동

-문제 제기, 실마리 잡기, 일화나 사건 소개하기, 사진이나 그림 제시하기, 신문기사 제시하기, 용어 개념 익히기(연결하기, 십자말 퀴즈 등), 궁금한 점에 대한 (인터뷰) 질문 만들기 등

■ 체험활동

-현장 체험을 통한 (교과 연계) 심화학습 및 문 제해결 등을 위한 활동

-찾아보고 조사하거나 기록하기, 과정이나 순선 파악하기, 체험 과정 기록하고 느낌이나 감상 쓰기, 인터뷰하기, 적요 사례 찾아 기록하기, (활동 내용과 연관된) 사진 찍어 SNS에 공유하기, 앱 활용하여 과제 완수하기 등

■ 사후 활동

-학습활동을 정리하고 생각과 경험을 확장하기 위한 활동

-체험 내용 정리하기, 자기 생각 정리하여 토의토론 하기, 추가 정보와 관련된 활도, 사전-사후 비교하기, 체험처에서 수집한 정보 등을 이용해 기록, 감상, 비교하기 또는 카드 뉴스 등 만들기, 감상문 쓰기, 미래 전망하기 등               

과정중심평가기록지 등에 자유학기 활동 내용, 참여도 및 도달도를 기록하여 가정에 구체적인 학습활동 정보제공(학교생활 통지표 포함 학기별 2회 이상)


출처: https://www.sen.go.kr/sfree/index.do


이전 18화 마인드맵으로 술렁술렁 글을 써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