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생각"으로 생각 근육 만들기
초등 고학년 정도 되면 슬슬 한국문학을 읽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지루해해도 학부모님들은 중학교 것을 미리 선행하고 싶어 한다. 이런 요구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인이라면 세계문학뿐만 아니라 한국문학도 읽혀야 해서 초등 5~6학년 정도 되면 읽히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운수 좋은 날」의 김첨지 아내가 그렇게 먹고 싶어 했던 것이 ‘설렁탕’이라는 사실에 어이없어한다. 지독하게 가난한 것도 이해하지 못할뿐더러 이해를 떠나 아주 싫어하기까지 한다.
그러면 “얘들아 우리가 이렇게 잘 먹고 잘 살게 된 것이 불과 몇십 년도 안 됐어. 선생님 때만 해도 닭 한 마리에 물을 흥건히 넣고 끓어서 그 한 마리 가지고 여덟 식구가 나눠 먹곤 했어. 근데 우리 집이 그렇게 못 산 편도 아니었거든.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이라고 할 만큼 눈부신 성장을 한 거지. 선생님 결혼할 당시에 이 지역에 한신 아파트가 바로 들어섰고 지금 있는 주변에는 건물이 별로 없었어.”라고 말하면
설마요? 우리가 보지 않았다고 뻥치시는 건 아니죠?
아이쿠 말하는 것 하고는. 사람의 품격을 평가하는 기준이 여러 가지 있는데 그 사람이 말하는 언어의 태도도 거기에 해당된다고 일장 연설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고 아이들도 거부감이 없는 황순원의 ‘소나기’를 갖고 진행을 했다. 먼저 가수 예민이 부른 <어느 산골 소년의 사랑이야기>를 유튜브로 시청했다.
https://www.youtube.com/watch?v=dvzQ5hIGATE
가사를 출력해서 나눠주고 소설을 시처럼 만든 가사를 음미해 보게 했다. 오직 게임할 때만 소근육을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노랫말을 낭송하게 했다. 쑥스러워 입속으로만 우물거리는 아이들에게 정색을 하며 말했다.
“혀를 풀어줘야 뇌도 잘 돌아가는 거니까 감정을 한껏 넣어서 읽도록 합시다!”하고 강제적으로 낭독하게 했다.
“ 얘들아, 노랫말 죽이지 않냐? 어쩜 남자분이 이렇게 시적으로 표현을 할 수 있지.” 감탄을 하며 말해도
“ 그게 뭐요. 시시하기만 한데요.”
남학생들이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도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한 내가 무색할 정도로 아이들의 무덤덤한 반응에 마음이 상했다. 게임할 때만 전투적으로 변하고 다른 데는 식물처럼 아무 반응이 없다. 내가 의도한 결과와 너무나 달랐다. ‘혹시나’ 하면서 기대했다가 ‘역시나’ 하면서 매번 실망한다.
황순원의 '소나기 전문'이라고 검색을 하면 전문을 다운받아서 읽을 수가 있다. 제일 좋은 건 책으로 된 초등 고학년에서 중등까지 읽을 수 있는 다림 출판사나 가교, 맑은 소리 출판사의 청소년용 문학으로 읽히면 좋다.
이들 출판사의 책들은 글자도 크고 삽화도 많이 들어있어서 아이들이 읽기에 편하다. 수업을 해보니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읽는 것은 출판연도가 제일 오래된 다림 출판사 것을 좋아했다.
흔히 소설의 3요소라고 하는 주제, 구성, 문체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소설은 구성의 단계에 따라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그 구성의 3요소인 인물, 사건, 배경을 정확하게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인물과 배경 간의 관련성을 알고, 사건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관심을 기울여서 읽다 보면 한껏 소설 읽는 재미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짧은 단편은 20분 내외로 다 읽어낼 수 있으니 낭독을 하며 읽게 한다. 다 읽고 나서 마인드 맵에 인물, 배경, 사건,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 등 서너 가지로 주된 가지를 마무리를 한다. 글까지 쓰면 좋겠지만 처음 책을 읽힐 때는 재미를 붙이는 것이 중요해서 부담되지 않도록 마인드맵만 하도록 한다.
수업을 받는 아이들 중에 독특한 생각을 갖고 있는 친구들이 간혹 있다. 영민이도 그런 친구이다. 글을 읽고 토론하거나 글쓰기를 할 때면 항상 다른 아이들하고는 다르게 말하고 다르게 썼다.
아래는 영민이가 마인드 맵 한 것이다.
영민이는 소설을 읽고 나서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 표현했다.
“ 아무리 소년이 소녀를 좋아한다고 해도 송아지 타기나 호두 훔쳐오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
“소녀가 죽은 후의 소년의 모습이 궁금하다.”
“ 아무리 깊은 사랑이라도 소나기처럼 짧게 끝날 수 있다.
이렇게 마인드 맵 한 것을 토대로 간단하게나마 자기의 생각을 짧게라도 정리할 수 있도록 "한 줄 생각"을 마련했다. 경험 상 이렇게 "한 줄 생각" 쓰는 습관을 들여서 생각의 근육을 만들다 보면, 아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글을 잘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