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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Jun 22. 2020

혁명적 치료법의 이름, '인지 요법'

『필링 굿』에 대한 두 번째 소고

‘혁명’이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김수영의 시 <푸른 하늘을>이 생각났다. 


“어째서 자유에는 피의 냄새가 섞여 있는가를 혁명은 왜 고독한 것인가를”

심리학의 한 분야인 인지 치료법을 보면 혁명이 고독한 것임에 분명하다. 인지 심리학은 스키너의 행동주의 심리학이 주류일 때는 변방에서 목소리 한번 크게 내지 못하고 고독하게 세월을 감내하다 혁명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데이비드 번즈의 『필링 굿』은 혁명적 치료법이라고 인식된 인지 요법을 활용해 풍부한 치료 사례를 담고 있다.  데이비드 번즈의 명성에 걸맞게 “우울증 치료와 예방에서 최고의 책으로 평가받는 ‘자가치료서’”라고 소개되어 있다. 인지 요법의 원리를 알려줌으로써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서 치료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인지 치료’를 사전 찾아보면 “사람의 인지 과정을 관찰하고 분석하여 병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주로 상담을 통해 환자가 가진 정신적인 문제를 개선하여 병을 낫게 하는 방법”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약물이 아닌 ‘상담’을 통해 ‘관찰’하고 ‘분석’해서 병을 치료하게에 인지 치료는 혁명적 치료법으로 각광을 받게 되었다. 그 이유는 그동안 해왔던 심리요법이나 약물요법보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서 장애를 훨씬 빠르게 개선한다고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인지 치료의 기본적인 전제는 “우리가 느끼는 모든 기분은 ‘인지’나 ‘생각’에 의해 생겨난다는 것”이다. 감정이라는 것이 ‘생각’에 의해 만들어지기에 이미 자신을 괴롭히는 부정적 생각에는 심각한 왜곡이 포함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우울증의 기초가 되는 ‘인지 왜곡’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는 긍정적인 생각부터 하는 것이 우선이다. ‘생각’으로 ‘감정’이, ‘기분’이 생겨나기에 자신의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이렇게 하다 보면 자신의 ‘기분’을 다스릴 수 있다.       


틱톡 기법     


『필링 굿』에 기분 다스리기 위한 여러 방법 중의 하나인 틱톡 기법이 있다. 어떤 일을 손도 대지 못하고 미루기만 하는 부정적 생각을 ‘과제 방해 인지’ 또는 ‘틱 TIC’이라고 적고 더 적절한 ‘과제 지향 인지’ 또는 ‘톡 TOC’으로 구분해 적기만 해도 과제 방해 인지는 힘을 못쓴단다. 말 그대로 적자생존이다. 적기만 해도 과제 방해 인지는 사그라든다. 

자신의 기분을 잘 다스리고 싶다면 틱톡 표를 작성할 때 부정적인 틱 속에 포함되어 있는 왜곡된 생각을 찾아내야 한다. 




조금씩 전진하라     


할 일을 아주 작은 단위로 스몰 스텝으로 나누어서 실행하다 보면 자신에게 활력을 불어넣게 되어 부정적 왜곡에서 벗어나게 한다. 작은 단위로 쪼개어 3분만 집중하자고 마음을 먹는다. 이렇게 집중력을 향상시켜 하나씩 완결하다 보면 스스로 좌절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글 쓰는 데 최고의 영감은 ‘마감’이라는 말이 있듯이 어떤 일을 할 때 마감을 정한다. 이때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지 못했더라도 다른 즐거운 일로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비판에 말대꾸하기     


자신이 쓸모없다고 자기비판을 하는 내면의 비판은 “타인의 신랄한 말에 자극받아 시작된다.”고 한다. 우리의 기분이 상하는 것은 남들 때문도 또는 그들의 따가운 비판 때문도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다른 사람의 비판적 언사가 우리의 감정을 손톱만큼이라도 상하게 하는 일은 단 한번도 없다. 남이 얼마나 간악하고 무정하고 잔혹한 말을 내뱉든, 그런 말에는 우리를 괴롭히거나 불편하게 만들 티끌만 한 힘도 없다.   

- 『필링 굿』, 165쪽     



똑같은 상황에서는 누구는 타인에 의해 깊은 내상을 입고 누군가는 아무렇지도 않다. 만일 누군가가 이유 없이 나에 대해 끊임없이 비방을 한다면 아이들처럼 ‘반사!’ 하면서 상대에게 도로 가도록 하면 된다. 수용을 하느냐 아니냐는 나의 선택에 달렸다. 


‘반사!’가 어렵다면 『나를 망치는 것은 나 자신뿐이다』라는 책에서 힌트를 얻어도 된다.  특히 <소인에게는 예의를 지키되 멀리하라>나 <환심은 최고의 처세술이다>가 도움이 될 것이다.  “자신을 무시하고, 깔아뭉개고, 바보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사람, 바로 자신밖에 없다!”는 말이 예사로 읽히지 않는 이유이다.       


남이 공격해 올 때 대응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말로 싸우기 기법’도 설명하고 있다. 

세 단계로 구분하고 있는데 1단계가 감정이입이다. 구체적인 질문을 던져서 감정이입을 하게 하는 것을 뜻한다. 나를 비난하는 비판자에게 질문할 때는 판단이나 방어하지 말고 계속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해 나의 어떤 면을 싫어하는지 정확히 알아내라고 한다. 이쯤 되면 참 관계 맺는다는 일이 고단하게 다가온다. 이렇게 까지 해 가면서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살짝 든다. 그런데 바꿔서 생각을 하면 사회생활을 하려면 이 정도의 수고는 감내해야 하지 않을까. 상대가 나를 지지해주지는 않더라고 최소한 적을 만들지 않으려면 말이다.  

     

2단계가 무장해제하기이다. 상대방의 비판이 맞든 틀리든 간에 상대의 말에 맞장구치는 방법을 찾아내란다. 이때도 요령이 필요한데 (1) 무슨 말을 하든 맞장구 칠 부분을 찾아내고 (2) 비아냥이나 방어하는 태도를 피하고 (3) 언제나 진실만을 말해야 한단다. 


인간의 본성상 남에게 부당한 비난을 들으면 당연히 방어하려는 태도를 지닌다. 삶이란 묘한 데가 있어서 방어하면 할수록 오히려 “상대방의 무기에 총알을 보태주는 역설적 상황”에 처하게 된다. 

최근에 읽은 한승원의 <누이와 늑대>에서도 이런 상황을 엿볼 수 있다. 

    

 



<누이와 늑대>는 농약 중독으로 가족을 잃은 소년의 목소리로 농촌 가족의 비극을 전달하고 있는 생태소설이다. 마을에는 소년의 누나가 임신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한다. 이 추잡한 소문을 견디지 못한 어머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입에 거품을 물고 따지며 악다구니를 쓴다.    

  

“자네 눈으로 봤는가, 봤어? 다리 나왔다고 하면 뭣 나왔다고 하는 세상인데, 뭣이 어쩌고 어쨌다고? 도둑 때는 벗어도 비늘 때는 못 벗는다는 말 모른가? 칼부림 날 소리 하지 말어.”


악을 쓰며 따지는 어머니에게 동네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불 안 땐 굴뚝에서는 연기 안 나는 법이여. 무슨 요다구가 있든지 있었으니께 그런 말이 났을 것 아니여?”

“백 사람이 백 말을 해도 내 속만 칼칼하면 되는 법인데, 어쩐다고 굿을 치고 다녀? 원래 방구 뀐 놈이 구린내 난다고 외치고 다니는 법이라구만.”      


하면서 어머니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무장해제하기’에서 말한 것처럼 어머니가 마을 사람들에게 대응을 하면 할수록 역효과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3단계가 소통과 협상이다. 감정이입 기법으로 상대의 비판에 경청하고 어떻게 하든 무장해제했다면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고 타협하는 과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주의할 것은 비판하는 상대에게 부정적 낙인을 찍지 않도록 하며 최대한 ‘객관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다아이쿠야, 웬만한 수양이 되지 않고서는 이 경지까지 오르는 데는 마음수련이 필요하리라.  

   

『필링 굿』을 읽으며 특히 눈에 띈 부분이 데이비드 번스가 개발한 ‘야유 받아넘기기’ 기법이다. 소통하고 협상하는 기술 중에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할 수 있다.      

야유를 보내는 사람들의 특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아주 신랄하지만 부정확하며 주제와 관련도 없어 보인다. (2) 야유를 보내는 사람은 흔히 동료에게 별로 인정이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다. (3) 이들은 장황한 독설을 퍼붓는다. 

-『필링 굿』, 181쪽     



이런 사람들을 조용히 시키기 위해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먼저 지적해 줘서 감사하다는 답변을 해준다. 지적한 것의 중요성을 인정해주고 아직 더 알아내야 할 점이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비판자에게 지적한 주제에 관해 의미 있는 연구를 해 보라고 격려한다. 지적한 문제에 대해 더 많은 의견을 나누면 좋겠다며 단계별로 대응한다.   


‘야유 받아넘기기’ 기법! 이것을 진즉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성인들 강의를 하다 보면 드물게나마 이런 상황에 부딪치곤 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자기의 지식을 자랑하기 위해 질문하거나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어정쩡한 미소를 띠고, 아주 애매한 표정으로 “ 아~ 그렇게 생각을 할 수도 있군요. 오! 선생님의 질문이 제게 엄청 자극이 되는 데요. 좋은 의견 주셔서 감사합니다.”하면서 사교성 멘트로 끝을 맺는다. 그리곤 집에 와서는 가족한테 투덜대며 낮에 있었던 일을 성토하며, 낮에 일이 떠올라 또다시 열을 받곤 했다. 


데이비드 번스의 조언대로 따라서 하면 ‘말로 싸우기 기법’은 아주 우아하게 승리할 게 뻔하다. 그나저나『필링 굿』을 일찍 접했다면 좋았을 텐데.... 독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작은 불편이나 불이익은 기꺼이 감수하는 편이 현명하다고 하지 않던가. 

왜곡에 대한 해결점을 찾고 지혜롭게 대처할 때 feeling은 good 하게 될 것이다. 

생각이 감정을 이끌어 낸다는 것을 숙지하고 "필링 굿"하며 살아보자고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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