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를 읽고
자신을 굳이 어필하지 않아도 주변 사람들이 알아봐 주고, 그들에게서 인정받을 수 있다면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는 이처럼 공공연히 말할 뿐만 아니라 흔히 생각한다. 우리 밑바탕에 무의식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이것이다.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시간이 걸려서 그렇지 언젠가는 인정받을 거라고 묵묵히 감내하는 삶 말이다. 그런데 사는 게 어디 그렇던가. 자신이 지닌 능력보다도 훨씬 더 많은 인정을 받고 있어 주변 사람의 염장을 지르고 있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 않던가. 그런 사람들은 적재적소에서 자신을 드러내고 표현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나 할까.
표현하지 않아도 상대가 알아봐 주는 경우란 드물다. 있더라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버려 유통기한이 다 끝나 소용이 없는 경우가 많다. 능력은 그 자체로 빛을 발하는 능력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일찍이 <<군주론>>의 저자 니콜로 마키아벨리(Niccolo Macchiavelli)도 보이는 것의 중요성을 간파했다. 그가 말하길
"지도자는 덕성을 갖춘 것처럼 위장하라"고 했다
"지도자는 사람들이 덕성이라고 부르는 것을 모두 갖출 필요는 없지만, 그런 것들을 갖춘 것처럼 위장해야 한다. 모든 덕성을 갖추고 또 실현하는 것은 위험하지만, 덕성을 갖춘 것처럼 위장하는 것은 오히려 유익하다."
뮌헨 비즈니스 스쿨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잭 내셔의 책 "당신의 가치를 빛나게 할 능력 어필의 기술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에는 보여주는 것의 힘에 대해, 나아가 그 기술에 관해 설파하고 있다.
무대에서의 조명을 자신에게 집중시킴으로써 '후광 효과'를 활용한 스티브 잡스, 제대로 된 운영 체제 하나 없이 '자신감' 하나로 IBM을 사로잡은 약관의 빌 게이츠, 다보스 포럼에 파격적으로 슬리퍼를 신고 단상에 올라 '지위 상징'을 통해 자신을 어필한 마크 저커버그. 말 그대로 파격을 통해 품격을 얻어낸 셈이다.
'신체 언어'로 활력 넘치는 카리스마를 뿜어낸 버락 오바마나 대화 상대자의 직업과 관련된 전문 지식을 줄줄이 꿰고 있어 손님들에게 매력을 듬뿍 안긴 루스벨트 대통령 등등의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보이는 능력', 아니 보여주기 능력에 대해 힘주어 말한다.
종종 내가 가진 능력보다도 더 큰 능력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남들에게 비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느낌이 든다. 이것은 없는 능력을 허황되게 과장해서 보여주고 싶다는 뜻은 아니다. 교묘하게 권모술수를 써서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것 또한 아니다. 대놓고 표현하지는 못해도 최소한 은연 중에라도 자신이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은 필요하다.
보여주기에는 학위나 직함, 외모나 자신이 사용하고 있는 소도구, 유명인과의 연줄 등 여러 형태가 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학력 세탁'을 감행하고 있다. 경제 및 비즈니스 분야의 저널리스트인 호르스트 비알로Horst Biallo는 학력을 세탁하는 데는 허영심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사 학위를 가진 이들은 학위가 없는 동료보다 더욱 유능하다고 여겨진다. 더 큰 존경은 재빨리 현금으로 바뀐다. 사람들은 '박사님'의 요구를 훨씬 더 잘 받아들인다.""
-<<어떻게 능력을 보여줄 것인가>> 186쪽
학위 못지않게 직함도 한 사람의 능력을 판단하는 중요 변수로 작용한다. 직함은 회사 밖의 사람이 그를 판단하는 데 굉장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분야와 관련이 없어도 명문대를 나오면 기대 이상의 대접을 받는다. 비근한 예로 서울대 출신의 탤런트는 나오자마자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그가 하는 연기는 무엇을 해도 지적으로 보인다고 생각을 해서 그런지 그가 맡은 역할의 대부분이 전문직 인물들이었다. 하다못해 서울대 출신의 개그맨은 자기 분야인 개그보다는 독서와 관련해서 심심찮게 방송에 나오고 있다.
그동안
"당신이 인정받지 못한 건 능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능력을 보여주는 법을 몰랐기 때문
이라고 한다. 사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상대에게 어필하는 방법을 몰랐던 것은 맞다.
책을 읽으면서 수긍하기 어려웠던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자신이 내놓은 기대치가 평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단다.
첫 번째는 처음부터 기대치를 낮추는 고귀한 겸손을 보이는 것, 두 번째는 정확하게 예상되는 성과만큼만 상대에게 약속하는 것, 세 번째는 한 것 자신감을 드러내면서 탁월한 결과를 예측하는 것이다.
실험 결과 세 번째가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세 번째처럼 행동하고 나서 결과가 좋게 나오면 유능하다는 평가를 했고 형편없는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한 사람보다도 상대방에게 더 유능하다는 인상을 줬다. 그동안에는 "적게 약속하고" 기대치를 낮췄다가 마지막에 더 나은 성과로 보답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옥스퍼드 대학에서 '보이는 능력'에 관해 연구한 저자는 말한다. 상대방에게 당신이 그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당신에게 맡겨진 과제에 자신감을 보이라고. 그러면 사람들은 당신의 말을 믿고 또 그 인상을 가슴속에 깊이 새겨둘 것이라고.
기대치를 높이는 게 효과가 있는 이유는 확증편향 때문이란다. 인간은 자신이 선택한 것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대개 지나쳐버린다. 명품 구두를 산 뒤 솔기 하나가 비뚤어진 것을 찾아냈다면 그것은 수작업의 증거라 생각한다. 반면에 싸구려 신발이었다면 제작자의 솜씨를 욕하게 된다.
만일 누군가가 내게 일을 맡긴다면
"걱정 마세요. 저는 제 분야에서 일을 최고로 잘 해내는 사람입니다."라고 책에서 배운 대로 말할 것이다. "액자 없는 예술품"이 되지 않으려면 책에서 안내하는 대로 그 기술을 적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보이는 능력이 커지면 실제 능력도 커진다고 하니 이참에 한 번 해볼까 한다. 능력 있다는 인상을 풍기면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음은 물론 실제 능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분명하다.
<<명문대 합격 글쓰기>>의 저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