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뼘의 땅이 일궈낸 아름다운 경치 사람과 한 몸이 되다
진순희
남해의 바다를 내려다보는
물뱀처럼 구불구불한 다랭이 논
투정 부리는 아이를 닮았다
손바닥 한 뼘 정도의 터를 붙들고
땅이 생긴 모양대로 산기슭을 따라
층층 계단으로 똬리를 틀었다
지게를 지고 쟁기질을 하며
오르막길을 오르도록
좁고 길다랗게 뻗어
사람의 손길을 붙잡는다
자연과 짝을 이룬 마을
다랭이 마을 골목을 따라 오르면
아흔 살 먹은 고가(古家)에
함께 늙어가는 터줏대감 송 할머니가
다랭이논을 바라보며 살고 있다
한 뼘의 땅이 일궈낸 아름다운 경치
사람과 한 몸이 되어
다랭이 마을 논에 숨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