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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24. 2020

콜라를 잡다

콜라를 잡다     


진순희


              

불룩한 앞가슴 잘록한 허리

미끈한 엉덩이에 주름치마를

가지런히 입혀 만든 병 

공사장 땡볕에 일하던 사내 여인의 온몸 

한 손에 휘어잡고 시원스레 콜라를 마신다 

    

고래를 잡겠다고 상경한 지 수 년

고래 싸움에 새우등만 터졌다

줄을 잡고 오르려다 발목 잡힌 그의 생애 

한방에 운명을 바꾸고 싶었지만 

증시폭락으로 내리막길로 들어서고

끝내 노동판으로 뛰어들었다

막차에 오르자마자 흔들리며 졸기 시작한다

일상은 잡다하게 얽히고 

콜라맛 같은 여자는 한동안 소식을 끊었다 

    

고래 대신 개울바닥을 뒤져 가재를 잡고

오늘도 한몫을 움켜쥐던 손맛으로 세상을 낚아채려

서울 하늘을 올려다 본다          



출처: https://m.blog.naver.com/PostList.nhn?blogId=fx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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