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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27. 2020

자신을 안아주는 Butterfly Hug를 해보자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 하는 선택지

몸을 움직이면 마음도 바뀐다   

  

제목부터 강렬하다.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할 때, 감성이 풍부한 시인들처럼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로 책임 전가를 할 수도 없고. 참 답답하긴 할 것 같긴 하다. 

‘어떤 감정에도 무너지지 않고 나를 지키는 연습’이라는 부제를 단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는 저자 케빈 브래독의 진솔한 경험을 녹여내고 있어 흡인력이 좋다. 자신에게 일어난 우울, 불안 증세, 그것들이 초래하는 공황장애나 번아웃, 감정 붕괴로 인해 급기야 무너져 내린 삶을 극복하고 회복하기까지의 과정을 다루고 있어 책에 훅 빨려 들어가게 한다.      



자신의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이 있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케빈 브래독은 말한다. 바닥인 줄 알았는데 지하가 있었다. 그곳에 주저앉았을 때 용기 내어 페이스북에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도움을 청한 순간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고백한다. 괴롭히던 감정들을 혼자 애쓰고 감당하기보다는 주변에 손을 내밀 때 훨씬 회복이 빨랐다고 토로한다. 저자는 우울증이나 번아웃 같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섣불리 핑크빛 희망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지금보다는 반드시 더 좋아질 거라는 가느다란 희망, 그것이 전부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에도 마음이 어려울 때 몸부터 움직이라고 말한다. 3장 <몸을 움직이는 습관>이 4장 <마음 들여다보기> 앞에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몸이 먼저다』에 따르면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고 롱런하는 사람들이나 변화의 파도를 잘 타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몸을 엄격히 다룬단다. 겉으로 보이는 마음이 몸이기에 마음 상태를 보면 몸 상태를 짐작할 수 있다.     



‘움직여. 일어나서 몸에 집중해봐. 그러면 너에게 단지 마음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돼서 좋아. 몸을 움직여. 그러면 마음도 바뀌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아주 차츰차츰 그렇게 되어갔다. 걷기는 침울하던 기분을 조금 북돋아 주었고 통나무 자리기는 끝없는 반추의 노선을 바꿔주었다. ‘이걸 습관으로 만들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어다. 그래서 날마다 몸을 쓴 일을 하기로 했다. 통나무도 몇 개 더 자르고, 더 오래 더 천천히 걷고, 팔 굽혀 펴기도 한 번 해보리라.   

-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 91쪽  


몸을 움직였을 때 기분이 나아진다. 도돌이표처럼 제자리로 돌아가는 마음의 밭도 노선을 바꾸게 한다. 저자 역시 몸을 움직여 걸으라고 걷기를 추천한다. 

책의 제목처럼 내가 나를 어쩌지 못할 때, 정신이 산란해 속이 시끄러울 때 가라앉히는 나만의 방법이 있다. 『운동화 신은 뇌』에서 말하듯 운동화 끈을 바짝 조이고 한강 고수부지를 걷거나 동네 이곳저곳 골목을 무작정 걷는다. 빠른 걸음으로 손을 휘저으며 앞만 보고 걷는다. 기분이 얹짠 거나 말거나 눈앞에 보이는 것만 보고 걷는다. 만 보에서 이 만보 정도를 지나  삼 만보 정도 걷게 되면 온 신경은 신발과 종아리에 머물게 된다. 덧양말을 신고 운동화를 신었어야 했는데, 좀 천천히 걸었어야 했는 데 하면서 육체적인 고통에만 고정이 된다. 이럴 땐 얼른 집에 들어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해야지 하는 생각밖에 안 든다. 일차원적인 인간이 되어 씻고 나면 개운해져서 차 한잔 마시면서 세상 뭐 별거 있나 하면서 마음이 고요해진다.  


   


적자생존, 적는 자만이 산다   

  

“도움이 필요해요”라고 올린 메시지로 케빈의 많은 친구들이 달려왔다. 병원에 실려 간 이후에 친구들은 캐빈의 아파트로 와 몸 상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건 없는지 당황하지 않고 도움을 줬다. ‘힘내라’ 같은 메시지는 물론이고 캐빈의 행복했던 시절의 모습들이나 같이 갔던 장소들을 보여주는 사진들로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채우는 캠페인까지 벌였다.  그냥저냥 묻힐 뻔했던 캐빈의 이야기가 빛을 발하게 되는 전환점이 온다. 10년은 보지 못했던 친구가 매일 메시지를 보내면서 안부를 묻다가 특별한 제안을 한다. 


    

“케빈, 이제부터 넌 완전히 솔직해야 하고 이 모든 일을 숨길 필요가 없어. 모든 것에 정면으로 맞서야 해. 그래서 말인데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고 글로 한번 써보면 어때?”
-40쪽 
    


한 번도 자신의 삶이 펜을 들만한 주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추호도 해본 적이 없던 캐빈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친구의 간곡한 권유 때문이었다.    

  

“그 이유는 내 누이가 너와 같은 일을 겪어서 그래.” 어느 날 친구가 내 궁금증을 풀어주었다. “그런데 누이는 성공하지 못했어.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   

    

그 후로는 쓰는 것에 대한 다른 이유가 별로 필요하지 않았기에 자신의 생각과 감정, 기억과 꿈에 대한 일기를 적고 글을 썼다. 모든 기록들을 모아서 분류하고 편집해 <토치라이트>라는 한정판 잡지를 발간했다. 이 일은 케빈 자신을 구했음은 물론 마음이 어려워 바닥을 치던 사람들의 생명까지 구하게 됐다. 그의 글은 비참함과 지독한 공포에 고통받던 사람들에게 안식처가 되었다. 적으면 생존할 것이요, 쓰지  않으면 늪에 빠져 허우적대리라. 

      


앉으나 서나 자나 깨나 ‘공부’      


나도 어쩌지 못하는 감정이 밀려올 땐 그냥 배우고 들으란다. 다른 사람이 해주는 말에 귀 기울이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배우라고 조언한다. 왜냐하면 회복이란 듣고 배우는 과정이기에 공부는 꼭 필요하다. 특히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조목조목 안내한다.  


저자의 지인이 추천해준 책들은 큰 감동을 주었음은 물로 책 속의 이야기에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에 꼭 고전을 읽으라고 권한다.  책은 인터넷 검색으로 나오는, 개인과 관련이 없는 무미건조한 결과와 비교가 안 된다. 자극적인 블로그 게시물이나 기사들은 오히려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 뿐이다. 해결책이 너무 간단하고 쉬워서 사실 같지 않기에 무기력만 더해진다.      


사례를 든 고전은 다음과 같다.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삶의 의미를 찾는 것과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을 대하는 방식을 표현하고 있다. “살아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은 어떤 ‘고난’도 견딜 수 있다.”라는 니체의 그 유명한 인용문도 실려있다. 

로버트 블라이의 『무쇠 한스 이야기: 남자의 책』에는 남성과 우울의 문제는 물론 남성성과 수치심, 슬픔 간의 연결고리를 보여준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 은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이 필할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성찰하고 현명하게 행동하라는 지침을 담고 있다.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는 그저 공부! 공부! 하는 거야~ 앉으나 서나 공부, 자나 깨나 공부, 공부만이 살 길이다. 이렇게 구호를 외치고 다짐을 해도, 그래도 나도 나를 어쩌지 못할 때가 있다. 그때가 오면  두 손을  X자로 포개어 자신을 안아주는 Butterfly Hug를 해보자. 감정적으로 동요가 심해 마음이 들끓을 때, 두려움과 근심 불안감이 밀려올 때 저자의 마지막 당부처럼 “괜찮아. 난 멋져. 그렇게 애쓸 필요 없어.”하면서 토닥토닥 버터플라이 허그로 나를 안아주자.      


아프리카 속담에 “내 안에 적이 없으면 세상에 그 무엇도 우리를 해치지 못한다.” 고 했다.

완벽하려고, 인정받으려고 너무 애쓰며 살지 않아도 되는 까닭이다.      


     

출처: https://1boon.kakao.com/fly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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