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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29. 2020

끈       
-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어두운 불빛 아래 휴식이 모인다

끈      

고흐의 「감자 먹는 사람들      


진순희


              

어두운 불빛 아래 휴식이 모인다

작은 탁자 하나가 흩어진 가족을 불러 모아 

저녁의 무릎에 앉힌다      

밭에서 돌아온 늦은 귀가들  

허름한 나무 식탁은 그릇에 수북이 위로를 담아두었다 

밭고랑을 더듬던 노동이 의자에서 허리를 펴고

감자밭에서 캐낸 이야기가 解土처럼 풀어진다      

천장에 매달린 불빛이 

가난을 감싸 안고

끼니를 준비한 손에서 감자꽃이 피어나는 시간      

지친 하루를 마감하기 위해

찻물이 끓어오른다     

당기면 끌려 나오는 핏줄들 

여러 개의 눈이 어린 감자를 바라본다

식탁의 중심에서 아이가 여물어간다    


                       

출처: 감자 먹는 사람들 The Potato Eaters (반 고흐 미술관, 암스테르담)





‘자화상’,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등의 세기에 남을 작품을 완성한 고흐가 가장 사랑했던 그림이 바로 이 ‘감자 먹는 사람들’이다.
“라파르트가 이 그림을 보고 왜 그렇게 지저분한 빛깔을 사용하냐고 했지. 하지만 나는 더 어둡고 지저분한 빛깔로 그릴 것이다. 그 탁한 빛깔 속에도 얼마나 밝은 빛이 있는지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나는 이 그림에 진실을 담을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빛나고 있는 이들의 삶의 진실을 담아낼 것이다. 사람들의 주름에 배어있는 깊은 삶과 손과 옷에 묻어있는 흙의 의미를 노래할 것이다.”
들판의 쾨쾨한 퇴비 냄새가 느껴질 수 있게 화려한 색이 아닌 껍질을 벗기지 않은 감자의 색을 사용했던 것은 고흐의 의도였다.

- 『반 고흐, 삶을 그리다 : 작가 라영환, 출판 가이드포스트 글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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