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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Aug 26. 2020

바닥

꼬리의 힘으로 바닥을 치던 생선처럼 한 줌 내일을 잡고 일어서야한다

바닥


진순희



쭈그려 앉은 바닥

어물전에서 생계를 펼친 저 노인

삼대가 이 자리에 붙잡혀 살았다

구부정한 어깨 위로 무거운 바람이 내려앉고

좌판 한 곁

우동 한 그릇 손에 들고 끼니를 메우는 삶

손바닥이 밥상이다

그릇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불어터진 국수발들

양손으로 부여잡고 후르륵 들이킨다

깔고 앉은 시장 바닥이 비린내로 질펀하다 

저 불안한 식사, 오가는 눈길이 뛰어들고

흥정이 끼어든다

꼬리의 힘으로 바닥을 치던 생선처럼

한 줌 내일을 잡고 일어서야한다 

국수그릇을 밀어두고 얼른 시선을 붙잡는 노인 

대책 없이 국수는 퉁퉁 불어간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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