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듭을 짓지 못한 끈 떨어진 말들이 둥둥 떠다닌다
진순희
모처럼 마주 보는 시간
슬며시 말머리를 던져본다
당신 공돈 생기면 지금 당장 뭘 하고 싶어요?
임실 아지매 조카가 현대 과장으로 갔대
정말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갸 큰일이네 아직도 놀고 있어서
내가 보낸 말들은 흩어지고
고시 실패한 나이 든 조카만 들먹거린다
귀를 스쳐가는 말들, 말의 끈은 풀어져 내린다
재벌 회장이 고소장 넣었대
이번 생일에 선물 뭐 받고 싶어요?
어! 언제 싱크대 틈새가 이렇게 벌어졌지
서래마을에 155평짜리 빌라가 있는 거 알아
지하가 80m나 되는데 대기업 회장이 산대
매듭을 짓지 못한
끈 떨어진 말들이 둥둥 떠다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