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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Sep 21. 2020

백아도의 풍차

‘모딜리아니의 여자’처럼   매끈하게 뻗은 기다란 목이 문제였어요

백아도의 풍차   


진순희


       

서해의 작은 섬 

흰 상어의 이빨을 닮았다는 백아도에는 

바람도 못 데려오는 풍차가 살아요    

  

해변 따라 

늘어선 풍력 발전기 네 자매 

바람개비는 돌리지 않고 

바다만 바라보고 있지요 

    

긴 목에 세운 세 개의 날개로 

바람을 데려오고 전기 불을 밝혔을 때 

섬 주민들은 축제 분위기였지요


그 열띤 환호성도 잠시 

‘모딜리아니의 여자’처럼 

매끈하게 뻗은 기다란 목이 문제였어요      


길게 드리운 실루엣으로 

집열판에 그림자가 생겨서 

네 자매의 목 20미터를 잘라 버렸다지요      


키가 작아진 바람개비 

결국 제구실을 못하고 퇴박맞은 채 

눈칫밥만 축내고 있다네요     


날갯짓은 물 건너간 지 오래 

흰 상어 같은 이빨이라도 있다면 

물고기라고 잡을 텐데      


오가는 뱃사람들의 조롱거리나 되어 

백아도 앞바다를 지키고 있어요.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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