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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Sep 22. 2020

폐업

불빛 한 점 없는 컴컴한 실내는  어둠이 싹을 틔우는 중이다

폐업


진순희



사거리 신호등 앞

북적거리던 일식집이 슬그머니 문을 닫았다

언제부턴가 쓰레기 더미 수북하고

가게 앞 푸른 대나무도 말라죽었다

도도한 주인이 사라지자 수조는 물이 마르고 

군데군데 번져가는 잡초만 성업 중이다    

 


새벽시장에서 들여온 싱싱한 활어를 

사철 맛볼 수 있던 

유명 인사들이 단골로 드나들던 집  

한 달이면 아파트 한 채를 살 수 있고

세 아이 해외유학 뒷바라지도 거뜬하다던 그 일식집 

고래심줄 같던 영화도 어디쯤에서 무릎이 꺾였을까

작파를 작정한 그날부터 집은 생기를 잃었다    

 


시커먼 선팅 유리 사이로 들여다본 내부

아무렇게나 나동그라진 탁자들

손님이 넘쳐나던 칸막이 방들은 휑하니 입을 벌리고 

불빛 한 점 없는 컴컴한 실내는

어둠이 싹을 틔우는 중이다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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