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대암산 용늪

전설은 아직 썩지 못한 채 그곳을 서성거린다

by 진순희

대암산 용늪


진순희



포성이 멈춘 민통선 마을

대암산 우듬지를 향해 오르면 용 한 마리 엎드려있다


사천 오백 년 묵은 늪의 소맷자락에

두루마리로 말린 이야기가 꿈틀거린다


봄의 체온이 올라가면

동의나물이 늪의 앞섶에 노란 꽃을 꽂고

얼레지는 수줍은 입술을 드러내고

삿갓사초, 산사초가 그늘을 펼치면 용은 간곳없이 사라진다


이맘때쯤 꼬리조팝나무가 늪의 색깔을 고르고

고라니, 노루 멧돼지도 이곳에서 목을 축인다

하늘하늘 눈길을 잡는 기생초와

비로용담 금강초롱 까막딱따구리가 늪의 호적에 오르고

작은 곤충들도 입적을 한다


몇몇 계절은 안개에 휩싸이고

일 년의 절반이 영하에 떠는 용늪

하늘과 맞닿은 곳, 승천하던 용이 잠시 쉬고 있다

전설은 아직 썩지 못한 채 그곳을 서성거린다




캡처1.PNG ▲인제 ‘대암산 용늪’ ⓒ인제군: 출처-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0060807255797576&ref=rss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몸값