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서전 쓰는 시간

바늘귀에 실이 꿰어지지 않고 따로국밥처럼 zoom-out 되었다

by 진순희

자서전 쓰는 시간


진순희



더는 오 갈 데 없이

목소리마저 한물 간 강사

줌(zoom)으로 자서전 쓰기를 가르친다

주름 물결치는 온라인 수강생들을

바늘과 실처럼 꿰려 한다


화면으로 만나는 생소한 수업

늙수그레한 선생도

노쇠한 수강생도 쩔쩔맨다

zoom-in도 안 되고

화면의 문자들만 겉돌고 있다


유통기한도 한참 지난

구식타자기 사용법 같은 지식

억지춘향 짓이 땀에 젖어 흥건하다

윈도우10 프로그램도 코드가 맞지 않는지

접속불량으로 오락가락이다


자서전은 어디로 숨고

다 타버린 배추전 뜯어먹듯

불평만 떼거리로 쏟아지는 파장시간

바늘귀에 실이 꿰어지지 않고

따로국밥처럼 zoom-out 되었다




캡처.PNG 출처: https://blog.naver.com/servantkwon/221648040868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대암산 용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