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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Sep 28. 2020

막차 못 탈 거 같은데,

“변화는 나에 대한 정중한 초대”이므로, 막차라도 올라탈 것이다

내 마음은 잿빛

    

주변이 온통 회색빛이다. 모두들 큰일 났다고 이러다 싹 다 어떻게 되는 건 아니냐고. 뾰족한 수가 있는 것도 아닌데 모이기만 하면 코로나 재앙으로 여기저기 아우성이다. 신기한 것은 가진 게 많아서 걱정 안 해도 될 사람들이 고민을, 한숨을 끌어안고 있다. 얼핏 보기에 많이 배운 사람들은 정보가 넘쳐나서, 몰라도 될 것까지 알게 되어서 걱정도 미리 당겨서 하고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성격 탓도 있겠지만 코로나는 잠깐 지나가는 태풍에 불과하다고 좀 지나면 괜찮겠다고 느긋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바이러스가 원인이어서 변종 코로나나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할 거라고 논리적인 근거를 들이대며 대책 마련에 고심하는 사람도 있다. 알고 지내는 교사는 앞으로 거주할 곳을 마련한다고 주말마다 공기 좋은 데를 답사 다니고 있다.       



나 역시 편치는 않다. 코로나로 오는 아이들도 현저하게 준 데다 학령인구도 해마다 줄고 있어 생업이 녹록지 만은 않을 거라는 예상도 된다. 그래도 다음 달에 시험이라고 하면 코로나 핑계로 보내지 않던 아이들도 부랴부랴 보내겠지만, 2.5단계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미래가 불투명하긴 하다.    


   

한 3년 일을 더하다 이제 책 읽고 글만 쓰는 전업작가로 살아가야지 하던 계획이 있었다. 그러던 것이 외부적 환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당겨질 모양이다. 이러다 보니 내 마음은 코로나 블루로 시멘트처럼 물들어 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출간했던 책이 제법 팔려서 생각지도 않던 인세가 들어와 심리적으로 위축이 덜 되긴 했다. 아마도 코로나로 집에 있다 보니 자녀들한테 많이 읽혔다보다.      



몇 군데 성인 강좌가 마련되긴 했어도 줌 사용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으로 썩 내키지 않았다. 혹시나 하면서 좀 버텨볼까 고민만 하고 있던 터였다. 아무튼 코로나 재앙에 대한 감도 못 잡고 있던 차에 내 마음을 뜨겁게 불을 지핀 책을 만났다. 『김미경의 리부트』! 재부팅하란다.  


    


언제 봐도 씩씩한 김미경 작가는 『김미경의 리부트』에서 디지털 기술은 반조리 식품과 같아서 어렵지 않다며 인생을 바꾸는 4가지 리부트 공식을 언급한다.

     

On-tact : 언택트 넘어 ‘온 택트’로 세상과 연결하라

이제 어쩔 수 없이 독서 모임도 글쓰기 강좌도 시 수업도 심리학 강의도 걷기 모임도 줌으로, 온라인으로 하게 됐다. 꼭 얼굴을 봐야만 공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비대면으로 온 택트로 일도 할 수 있게 된 세상이 됐다.      


Digital Transformation :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으로 완벽히 변신하라

구글 계정으로 유튜브는 물론 노션으로 칸바로 글을 쓰고 자료도 만든다. 블로그와 브런치에만 글을 썼던 것도 인스타로 페이스 북으로 연동해 글을 조금씩 올리고 있다. 바야흐로 DT시대다.


Independent Worker : 자유롭고 독립적으로! 인디펜던트 워커로 일하라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지킨다는 것은 나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과 같다. 내가 좋아하는 일로 수익을 창출하는 일이야 말로 신나는 일이다. 내년 12월에는 그동안 계획에만 있었던 하와이행을 감행할 것이다. 퍼시픽 대학의 3개월 ELS 과정을 들으며 하정우의 걷는 사람처럼 매일 해변을, 예쁜 골목길을 걸을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무장해 그곳에서 책을 쓰고 줌으로 아이들 수업과 성인들 수업을 지금처럼 이어서 할 거다. 알토란 같은 콘텐츠만 있다면 어디에 가선들 못하랴.


Safety : 세이프티, 의무가 아닌 생존을 걸고 투자하라

일하는 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디지털 실력을 갖춰 내게 배우는 아이들의 수업 시간을 알려주겠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벽하게 보장된 안전한 곳이라고 타임 테이블을 언제든 볼 수 있게 한다.    


책을 읽자마자 줌부터 월정액으로 결제를 하고 화상으로 할 수 있는 수업 계획을 세웠다. 

내가 갖고 있는 콘텐츠를 상품성이 있는 콘텐츠로 만들기 위해 ‘콘텐츠 탐구’ 반도 등록을 하고 낑낑대며 노션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엑셀이나 구굴 시트로 자료도 만들고 X-마인드맵도 차근차근 독학으로 공부하고 있다. 지금은 독학으로 공부하기 좋은, 실력 쌓기 수월한 환경이다. 유튜브에서  어찌나 다정스럽고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주는지 오프라인에 등록하지 않아도 공부할만했다.       



데스크 탑으로 유튜브를 보면서 노트북으로는 하나하나 따라 하니 학원 다니는 것처럼 배울 수 있어 흡족했다. 시간도 절약되고 비용도 절감되었지만 무엇보다 코로나로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의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어 축복받은 느낌이다.    


  

마인드맵을 활용한 논설문 지도로 논문을 썼음에도 디지털 환경으로 이동하지를 못하고 그동안 손으로 마인드맵을 그려왔다. 코로나로 티핑포인트가 되어 의도치 않게 디지털로 넘어와 버렸다. 인디펜던트 워커로 일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무장이 되어야 한다.


 능숙하게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첫 술에 배부르겠나 하면서 나 스스로에게


“잘하고 있어! 정말 잘 해내고 있는 거야.
터널의 끝으로 빠져나가,
새로운 세상을 만나고
 더 멋진 삶을 만들어낼 거야!
라며 나 자신에게 자비를 베풀고 있다.


그동안 나한테만은 ‘자비’가 부족했다. 이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도 대단한 거라며 위로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완벽하게 변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동굴 밖의 빛을 봤다네     


플라톤의 『국가론』에 동굴의 우화가 나온다. 플라톤 철학의 이데아론을 비유로 설명한 것이지만 동굴 밖의 빛을 본 사람에 감정이입이 됐다.  


동굴 안에는 사람들이 갇혀 있는데 그들은 손발이 묶인 데다가 목도 고정되어 있어 바로 앞의 벽면만 바라볼 수 있다. 그들 뒤에는 거대한 횃불이 있고 그 사이에 어떤 물체가 있어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건 벽면에 비친 그림자뿐이다. 그 그림자를 실재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사람들이 본 것은 실재의 허망한 그림자일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굴에 갇힌 누군가가 뒤를 돌아보며 그동안 봐왔던 것이 그림자였음을 깨닫는다. 동굴의 밖으로 나가 진실을 알았기에 다시 동굴 속으로 들어가 그 사실을 알리지만 동굴 속 사람들은 거짓을 말한다며 그를 몰아세운다.           


 『김미경의 리부트』에 의하면 기업은 이미 디지털 세계로 IT인력을 보완하여 이동하고 있단다. 유능한 사람을 영입해 고급의 정보를 갖춘 기업은 이미 코로나 이후를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갖춰 논 상태다.

개인이 온라인에서의 활동 영역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급선무임을 깨달았다. 코로나 이전으로 절대 돌아갈 수 없음을, 동굴 밖을 내다본 사람으로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의무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뭘 하고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에게 『김미경의 리부트』에서 조언한 대로 열의를 갖고 설명을 했다. 강사로서 일하기엔 너무 나이가 많다고 낙담하는 사람들에게 생각의 전환을 해보면 어쩜 기회인지도 모른다고. 줌으로 유튜브로 많은 사람을 동시에 접속해서 수업을 할 수 있고, 자료도 화면 공유로 해서 제공하면 되니까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에도 안전한 지금이 딱 좋은 때라고. 실력으로만 승부할 수 있으니 쓸데없이 젊은 친구들 때문에 주눅 들 필요도 없을 것 같다고. 그래서 나는 이번에 디지털 필드에 막차라도 꼭 올라탈 거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그동안 이 일을 몇십 년이나 해왔는데 사업에 대한 촉이나 배움에 대한 촉이 남들보다 발달했으면 했지 더디지는 않을 듯싶었다. 『김미경의 리부트』를 읽는 내내 가슴이 뛰면서 자신만의 ‘코어 콘텐츠’로 접근하게 되면 앞으로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갖고 있는 계획과 꿈에 대해 열의를 갖고 전파를 했다.

젊은 사람들은 “순희 님 멋져요. 해내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순희 님처럼 멋지게 세월을 보내고 싶어요.”

이런 기특하고 기운 나는 소리를 해줬다.      



막차 못 탈 거 같은데   

  

그에 비해 내 연배의 사람들 대부분은      


나: 디지털 세계에 막차라도 올라타 내 꿈을 꼭 이룰 거예요.

P선생: 글쎄, 막차 못 탈 거 같은데. 혹시 막차 떠나버린 거 아니야?
           아, 됐어 됐고. 나는 이렇게 살다가 갈 거야.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 데 뭘 새로 배워.

나:  (--속으로만)   
       전 떠나버린 막차도 붙잡아서 올라탈 건데요.
       그리고 아직 막차 안 떠났어요.
       제가 경험한 바로는 시장엔 이렇다 할 전문가가 없더라구요.
       내가 노력해서 도달하면 그때부터 전문가가 되던 걸요.
       아마 거기도 무주공산일 가능성이 커요.
       10%의 실력만 갖춰져도 뛰어들어서 배워가며 할 거예요.

     


막차 못 탈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한 지인은 나를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대니얼 네틀의 『성격의 탄생』에 나온 Big Five 이론의 성격진단표로 검사를 했을 때

외향성 높음, 신경성 중간,

성실성 높음, 친화성 높음,

개방성 높음!

이게 내가 받은 성적표다.




나이가 들수록 성실성과 친화성은 더욱 좋아진다고 한다. 외향성과 개방성도 높게 나온 나는 신경성 점수도 중간으로 양호한 편이어서 유리 멘탈도 아니다.    

      

어려운 기능은 성실하게 배우면 되고 모르는 것은 높게 나온 친화성을 살려 붙임성 있게 다가가 물어보면 된다. 차를 놓칠 하등의 이유가 없다. 보상 추구 성향이 높은 외향성 수치도 높게 나왔으니 적극적이며 사교성 좋은 것으로 먼저 접촉하고 만나면 된다. 오랫동안 끊임없이 배우러 다녀서 젊은 선생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하는 데는 이골이 다. 배우다가 막막할 때는 온라인 방의 젊은 친구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배우면 되지 않을까. 게다가 나의 강점은 주도적으로 행동하며 낙천적이기까지 하다.


남은 세월 동안 도구적 인간으로서 문명의 이기를 잘 다루고 싶다.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나만의 콘텐츠를 가공해 사회와 호흡하며 활동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간의 해왔던 일처럼 나의 취미와 특기를 잘 버무려서 더욱 확장된 삶을 살아내고픈 꿈도 가지고 있다.  

사회는 지금보다 더 발전해서 좋아질 테니 반조리식품과 같은 디지털 기능만 갖춘다면 문제없이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눈만 밝으면,

조금만 신경 쓰면,

변화하는 세상에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즉시 교육’의 시대가 왔다.



앞으로는 내게 기운을 주는 이들만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팀을 만들어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만 만나려 한다.

내 주변을 그런 사람들로만 채워서 서로 성장하는 데 시너지 역할을 하도록 구심점이 되겠다.     

 

품위 있는 나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막차라도 올라타고 변화된 상황에 몸을 맞출 것이다.

그렇게 변화하는 것, 그것만이 바뀐 생존공식에서 살아남을 수 있으리라.  



“변화는 나에 대한 정중한 초대”이므로, 기꺼이 응할 것이다.





    

출처: Pix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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