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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Oct 10. 2020

독서록을 단번에, 읽고 쓸 수 있게 하는 『1분 과학』

과학적 태도를 기르며 철학적 사유까지 한 번에

자소서 쓸 칸에 뭐라도 넣겠다고 생기부에 올릴 독서록을 아이들이 마구잡이로 쓴다.

국제고등학교 합격생 중 독서록을  70권을 실었다는 아이들도 있고 최소한 30권은 생기부에 실어야 외고에 합격한다는 풍문들도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읽지도 않은 책을 인터넷에 줄거리 요약된 거나 출판사 서평을 복사해서 붙여 넣기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독후감 쓸 때 아이들은 이처럼 손쉽게 양심을 저당 잡힌다. 

그런 데 『1분 과학』은 그럴 필요가 없다. 너무 재미있어 앉은자리에서 한 번에 후루룩 읽게 된다. 게다가 유튜브 <1분 과학>은 또 얼마나 흥미로운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한다. 



『1분 과학』의 저자 이재범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에서 공부하던 중 처방받은 항우울제로 상태가 호전되는 경험을 한 후 과학의 경이로움에 빠져 <1분 과학> 채널을 개설하게 됐단다.

작가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현실, 과학”이라는 세계관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과학이 주는 놀라움을 나누기 위해 2분이 넘지 않는 영상으로 콘셉트를 잡고, 랩 하듯이 하려고 했단다. 실제로 유튜브 보면 배속을 1.4 정도의 소리로 말하는 것 같다. 랩 하듯이 빨리 말을 해서  아이들이 지루해하지 않고 과학적 지식에 다가갈 수 있다.   





미국의 작가 폴 호켄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하늘에 별이 천 년에 한 번 나타났다면, 세상 사람들은 별이 나타나는 날 모두 모여 하늘을 바라보며 황홀경에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별은 매일 밤하늘에 떠 있고, 사람들은 TV를 본다. 

- 『1분 과학』, 7쪽, 서문 중에서



“아무리 신비롭고 중요한 것이라도, 그것이 너무 흔하면 그 중요성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라고 안타까워하면서 대중들이 과학을 친숙하게 느끼도록 고도의 장치를 한다. 10여분들이 1~2분처럼 느끼도록 말이다.

13장 <시간> 편에도 나와 있듯이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주관적이라 환상이고 상대성이론이 적용된다. 현실의 과학을 웹툰 작가 최준식의 그림으로 아주 재미있고 위트 있게 보여준다.

독서록 쓰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진짜로 책을 읽고 독서록을 쓰고 싶은 이에게 추천해 주고 싶을 정도로 유익하고 실용적이다.  


    

재미있지만 존재의 가벼움은 아닌,    


채널을 만들 때부터의 목표가 “과학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과학에 대해서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어서 그런지 과학적 지식을 전문적으로 내세우지 않아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용이 절대 가벼운 것은 아니다. 인문학적으로 과학을 재미있게 해석하고 싶어서 처음 부분은 유머로 시작하여 읽는 이를 무장해제시킨다. 

『1분 과학』은 유머를 담아 인문학적 성찰을 담아낸 심도 있는 과학책답게 가벼운 것에서 진지한 것으로 넘어간다. 목차마저도 이런 콘셉트로 했다. 책에는 14개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는데 ‘우유’라는 일상적인 소재로 시작해서 무게감 있는 ‘신’의 이야기로 끝난다.     



출처: 위즈덤 하우스



쓴 약을 아이들이 잘 먹도록 당의정으로 달달하게 입히는 것처럼 이 책도 그렇다. 

<11장 텔로미어: 바닷가재가 알려준 장수의 비밀>에서도 영원히 젊게 살 수 능력을 가진 ‘십장생’을 언급하며 거기에 들어가지 못한 바닷가재를 끌어오는 식이다. 우리가 늙는 이유는 세포가 노화하기 때문인데,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텔로미어의 길이가 짧아져서 그렇다.  


“염색체의 양쪽 끝에 있는 막대 모양의 DNA”인 텔로미어를 설명하기 위해 바닷가재가 갖고 있는 특성을 이야기한다. 바닷가재는 텔로미어의 길이를 연장시켜주는 효소인 ‘테로머레이스’가 생겨나기에 수명이 길다. 수컷은 평균 31세인데 비해 암컷 바닷가재는 평균 54세까지 장수한다.      



우리가 바닷가재가 되지 않고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운동이다. 2017년 4월 24일 미국 브리검영대학이 발표한 연구에서는 이런 조사를 했다. 남성은 하루 40분, 여성은 30분씩 주 5회 조깅했다는 조건으로 운동한 그룹, 운동하지 않은 그룹 두 그룹의 텔로미어 길이를 비교했더니 신체 나이가 무려 9년이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1분 과학』, 236~237쪽     



“신체 활동을 많이 할수록 당신은 생물학적으로 나이를 덜 먹습니다.”라고 브리검영대학의 교수 래리 터커는 우리에게 권한다.     


 재미가 있어서 너무 쉬운가 하고 책을 읽게 되고 유튜브를 보게 되면 그 깊이에 그만 매료되어 유튜브 <1분 과학>을 정주행 하게 된다.  

일례로 <3장: 게이-인류에게 동성애자가 필요했던 이유>을 읽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아들이 밥상머리에서 “나 게이야”라는 고백을 통해 동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틀린 것일까에 대한 오래된 논쟁을 학문적으로 풀어낸다.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동성애자들의 특성에 비밀이 숨어 있다”는 말과 2012년 프라하 카렐 대학과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의 공동 연구를 통해 “동성애자들은 감정에 대한 지능이 이성애자보다 높게 나왔으며 어린 시절 감정 지능이 ‘매우 좋음’이라고 나온 아이들이 ‘나쁨’으로 나온 아이들보다 나중에 동성애자로 나타날 확률이 두 배 더 높았다” 는식으로 깊이 있게 접근한다.      


동성애 유전자가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이타적이고 집단에 도움이 되는 여러 특성을 갖고 있어서란다. 뿐만 아니라 2009년 이탈리아 파도바대학의 “모계 친척 중 동성애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이 크게 높다”는 연구를 토대로 동성애자들이 직접 출산을 하지는 않았지만 경우에 따라 100퍼센트 이상의 유전자를 남길 수 있다고 유추하고 있다.



이것을 일벌과 연관 지어서 이들이 1회용 독침을 사용하고 장렬하게 전사하는 이타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수많은 자매 일벌들과 유전자를 75%나 공유하기 때문이란다. 공동체 전체의 존속시키는 것이 일벌 자신의 유전자 지키기와 같음을 학문적으로 꼼꼼히 다루고 있다. 


확실하게 동성애자 유전자가 있다는 게 밝혀진 것도 아닌데 마음대로 해석하고 폭력을 저지르는 경우를 인터넷상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는데, 오히려 동성애자의 특성이 공동체를 유지하고 존속하는 데 기여하는 방식이 있음을 나지막하게 설명하고 있다. 차근차근 근거를 갖고와 조근조근 펼쳐내고 있어 도리어 강한 설득력이 있다. 


       

이런 부분에서 학문하는 태도를 배울 수가 있었다. 모르긴 몰라도 하나의 영상을 만들기 위해 수 백 편의 논문과 헤아릴 수 없는 영상들을 수집하지 않았을까. 저자의 꾸준하고 치밀하게 자료를 수집하는 방식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에게 과학 하는 태도 더 나아가 학문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1분』과학의 장점은 콘텐츠도 좋지만 그림이 압권이다. 유튜브 <1분 과학>의 내용을 저자의 의도대로 그대로 담아냈음은 물론 최준석 작가의 촌철살인과 같은 빼어난 단어에 눈길이 갔다.  

<7장 눈: 사람의 눈에 숨겨진 놀라운 진화의 역사> 편의 ‘빛세권’이다. 역세권, 숲세권이 있지만 아직도 우리는 남향이라는 ‘빛세권’의 지분을 더 선호한다. 지구 상의 모든 생명에게 꼭 필요한 에너지가 있었으니 바로 태양에서 나오는 에너지, 햇빛이다. 



출처: 위즈덤 하우스




<10장 유전자: 여자는 왜 남자보다 오래 살까?> 편의 “우리가 쉬워 보여?”라는 문장에서 빵 터졌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성을 강화시키기는 하지만 남자의 수명을 단축시킨다. 조선 내시 81명의 평균 수명을 조사했는데 그들은 양반이나 왕들보다 무려 20년을 더 살았다. 왕 47세, 양반 51세에 비해서 내시는 무려 70세였고, 심지어 81명 중 3명은 100살 넘게 살았다.



출처: 위즈덤 하우스- "우리가 쉬워 보여?"



그런데  생명 연장을 가능하게 하는 고환을 제거하는 수술도 15세 전에 해야지만 효과가 있었다. 15세 전의 거세가 아니면 생명 연장에는 미미했다. 내시의 근엄한 얼굴로 “우리가 쉬워 보여? 그러면 너도 해 봐. 우리 만만한 사람이 아니야!”라는 듯한 표정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초등 4~5학년부터 시작한다는 영재고 과학고 지망을 꿈꾸는 아이라면
 과학적 태도는 물론  인문학적 성찰을 담고 있는 이 책의 필독을 권한다.

 독서록을 급하게 써야 하는 친구들에게,
제대로 읽고 독서감상문을 쓰고 싶은 학생들에게,
 과학이라면 도리도리 하며 꺼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출처: 위즈덤 하우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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