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기라는 인풋이 있어야 ‘한 편의 글’이라는 아웃풋이 나온다
빠른 시간 내에 독해력을 키우기 위해 주로 활용하는 것이 사설이다. 독해가 되어야 글도 써낼 수가 있다.
읽기 자료로 2020-10-27일 한겨레 사설 <‘삼성 승계용’ 상속세 완화 군불 때기, 볼썽사납다>를 갖고 수업을 진행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967456.html
늘 하던 대로 단락별 소주제문을 찾아서 쓰고, 모르는 어휘는 사전 찾아서 쓰고, 예문도 사전에 있는 것을 쓰게 했다. "내 생각 쓰기" 한 것을 들여다봤더니 이렇게 써놨다.
사설을 읽고는 기껏 쓴 것이 “사람은 법을 잘 지켜야 한다. 그래야 밝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하나마나한 말을 썼다.
제대로 독해하지 못해서 나타난 결과이다. 사설의 제목부터 자세히 읽게 하고 각 단락마다 소주제문을 찾으며 사설을 쓴 논설주간의 의도가 무엇인지 말해보게 했다.
나: 민우야 사는 곳이 어디니? 이렇게 물어봤는데, “저 신사중학교 다녀요.” 하면 그 말은 맞는 말이지만 내가 질문한 것의 답은 아니지?
민우: 네 맞아요.
나: 그래. 이 글에서 말하려는 것은 상속세법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 보수언론이나 정치권에서 군불 때기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는 거잖아. 그러면 너는 이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이 들어야 되는 것 같아?
민우: 많은 재산을 노력 없이 부모한테 받았으면 당연히 세금 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런 부자를 왜 언론이 걱정을 해요. 이재용 부사장이 상속세가 무겁다고 줄여달라고 말한 것도 아니잖아요?
나: 그래, 그러니까 민우 너는 그런 생각을 써야 되는 거지. “사람은 법을 지켜야 된다”는 말을 누가 몰라.
여기서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있을까?
민우: 헤헤 ~~ 가장 쓸데없는 걱정 세 가지가 재벌 걱정이랑 연예인 걱정이랑 건물주 걱정하는 거라고 했는데, 제가 바로 재벌 걱정을 했네요.
다시 한번 충분히 말을 하고 나서는 삼성의 상속세법 완화하는 것에 대해 가장 쓸데없는 걱정을 했다고 웃었다. 아마 포털 사이트에서 돌아다니는 ‘걱정’에 관한 글을 읽었나 보다. 이재용 부사장이나 삼성 측이 아무 말도 안 하는 데 정치권이나 보수 언론의 모습이 볼썽사납다고 했다.
경영권 승계 문제는 지난 5월 이재용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있으니 약속을 지키도록 놔둬야 한다고 처음과 다르게 똑똑히 말을 했다.
아이들이 글을 잘 쓰려면 읽기라는 인풋이 있어야 ‘한 편의 글’이라는 아웃풋이 나온다.
제일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사설이다. 900~1500 이내의 글이라 아이들이 힘들이지 않고 잘한다.
제대로 독해를 해야 글도 잘 쓸 수가 있다.
민우에게 늘 하듯이 단락마다 소주제문을 찾게 하고 <논제: 야당 일각과 보수 언론들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상속세법 완화가 필요한가>에 대한 글을 쓰게 했다.
색깔을 달리해서 아렉스 5단 원칙에 따라 뼈대를 잡았다.
1. 주장/의견: 삼성 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상속세법 완화는
필요하지 않다.
2. 이유: 이재용 회장이 5월 대국민 사과에서 경영권 승계 문제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3. 설명: 법을 어기거나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치권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측이 요청하지도 않은 사안을 앞장서서 나서는 것은 볼썽사납다.
4. 반론 꺾기: 보수 언론들이 10조 원의 상속 세가 삼성의 지배구조를 흔든다는 걱정이 있다. 삼성의 공적에 대한 평가와 삼성의 승계는 별개의 문제이다. 세금은 국민의 의무이다. 재벌이라고 해서 비껴가서는 안 된다.
5. 정리: 천문학적인 재산을 상속받았으면 세금 내는 게 당연하다. 상속세법은 완화해서는 안 된다.
아렉스 5단 원칙에 따라 개요표라고 하는 뼈대를 잡을 때 색깔을 달리해서 쓰게 한다.
단락이라는 이론 설명보다 생각이 달라질 때마다 다른 색으로 글을 쓰게 한다. 문단이라는 개념을 몸으로 체득해서 글의 구조를 자연스럽게 익히려는 의도에서 글을 쓸 때마다 그렇게 하고 있다.
다음은 사설을 읽고 마인드 맵을 한 다음 아렉스 5단 원칙에 따라 작성한 개요를 토대로 한 편의 글을 써낸 것이다.
1.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상속세법 완화는 필요하지 않다.
2. 이재용 부회장이 5월 대국민 사과에서 경영권 승계 문젤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3. 법을 어기거나 편법에 기대거나 윤리적으로 지탄받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이재용 회장이 말했었다. 정치권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측이 요청하지도 않은 사안을 앞장서서 나서는 것은 볼썽사납다.
보수 언론들은 10조 원 가까이 되는 상속세가 경영권 승계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또한 상속세가 완화되지 않으면 삼성의 지배구조를 흔들 것이라는 걱정을 쏟아내고 있다.
4. 보수언론들은 10조 원의 상속세가 삼성의 지배구조를 흔든다는 걱정이 있다. 공적에 대한 평가와 삼성의 승계는 별개의 문제다. 경영권을 승계하는 것은 삼성이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삼성은 7년 동안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이 없었다. 소수 지분으로 그룹 경영권을 유지해 왔다. 경영권 승계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 일가가 스스로 풀어야 할 과제이다.
5. 천문학적인 재산을 상속받았으면 세금 내는 게 당연하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보니까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걱정 세 가지가 재벌 걱정하고 건물주 걱정하고 연예인 걱정하는 거라고 했다. 보수 언론이나 정치권에서 재벌 걱정하는 것은 정말이지 쓸데없는 걱정이다.
상속세법을 완화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정치권과 언론은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을 잘 지킬 수 있도록 격려하고 감시해야 한다.
이렇게 했을 때 재벌들의 세금이 없는 대물림은 없어질 것이다. 763자
그냥 쓰라고 했으면 엄두도 못 냈을 것을 아렉스 원칙에 따라 뼈대를 잡고, 사설과 관련된 뉴스를 시청하게 했다. 그런 다음 정확하게 독해하는 과정을 거치고 나니 자신만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다.
중1 민우가 800자 가까이 되는 글을 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