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헛것을 찾아 헤매는 목이 긴 순례자
봄이 지나간 길을 또 걷는다
컴퓨터에서 갓 구운 원고 뭉치를 들고
우체국 가는 길
올록볼록한 엠보싱 봉투에 숱한 불면과 기도 한 자락 넣어 네 귀 꼭 맞게 테이프로 동여맨다
우편번호와 주소를 꼼꼼히 쓰고
완벽한 착지를 위해 전화번호까지 매달아
등기속달로 보낸다
두 귀는 활짝 열어놓고
짐짓 무심한 듯 기다리는 동안
또 한 차례 꽃이 피고 졌다
열망의 밤들은 악어 이빨 같은 파쇄기나
쓰레기통을 피해 가기를,
혹시나, 행여나
를 껴안고 클릭을 하는 순간,
곤두박질치는 신기루
호명된 수상작을 보며
거꾸로 처박히는
헛것을 찾아 헤매는 목이 긴 순례자
또 걷는 길, 우체국은 너무 멀다
<창작21> 2014 겨울호
진순희 시인
서울 출생
2012년 계간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 수료
존 스튜어트 밀 인문고전 연구소 소장
진순희 국어논술학원 운영
<명문대 합격 글쓰기>의 저자 진순희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