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 가는 길

- 헛것을 찾아 헤매는 목이 긴 순례자

by 진순희


캡처.PNG https://blog.naver.com/bjs601108/40070860236


우체국 가는 길


봄이 지나간 길을 또 걷는다

컴퓨터에서 갓 구운 원고 뭉치를 들고

우체국 가는 길


올록볼록한 엠보싱 봉투에 숱한 불면과 기도 한 자락 넣어 네 귀 꼭 맞게 테이프로 동여맨다

우편번호와 주소를 꼼꼼히 쓰고

완벽한 착지를 위해 전화번호까지 매달아

등기속달로 보낸다


두 귀는 활짝 열어놓고

짐짓 무심한 듯 기다리는 동안

또 한 차례 꽃이 피고 졌다


열망의 밤들은 악어 이빨 같은 파쇄기나

쓰레기통을 피해 가기를,


혹시나, 행여나

를 껴안고 클릭을 하는 순간,

곤두박질치는 신기루

호명된 수상작을 보며

거꾸로 처박히는

헛것을 찾아 헤매는 목이 긴 순례자


또 걷는 길, 우체국은 너무 멀다



<창작21> 2014 겨울호



진순희 사진.PNG

진순희 시인


서울 출생

2012년 계간 <미네르바>로 등단

중앙대학교 국어국문학 박사 수료

존 스튜어트 밀 인문고전 연구소 소장

진순희 국어논술학원 운영





<명문대 합격 글쓰기>의 저자 진순희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책표지-명문대.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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