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 넌 멋져!
학원을 오래 하다 보니 다양한 학부모님들을 만난다. 종종 아주 당혹스러운 분도 만나기도 하는 데 승현이 어머님이 딱 그랬다. 중3 중간고사 국어 성적이 65점을 받아왔다고 했다. 잠깐 테스트를 해봤더니 어휘력이나 독해력이 또래 학년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게다가 독서의 양도 아주 빈곤했다.
공교육에서의 성적을 믿을 수 없다며 유명학원 이름을 주르륵 나열을 했다.
우리 승현이는, 영어는 000, 수학은△△△ 학원을 다니는데, 고2 거를 다 떼고 이번 겨울 방학 때 수능을 하기로 했다고 기염을 토했다. 득의양양하니 자신감이 넘쳐났다.
아, 그러셔요? 그런데 그렇게 잘하는 데 뭐가 문제일까요?
그랬더니 목소리에 힘이 빠지면서, 왠지 모를 약간의 불안함이 있어서 왔다고 했다.
다 잘하는데, 문장이 긴 문장제 문제만 나오면 여지없이 틀리고, 장문의 독해가 나오면 맥을 못 춘다고 했다. 이건 다른 방법이 없고 국어 학원에서 도움을 받아야 해결되는 일이라고 영어학원이랑 수학학원에서 말을 했단다.
승현이는 초등학교 6학년 독해력도 안 돼요. 일단 읽어내는 힘이 없어서 독서력도 부족하고, 어휘가 빈한하다 보니 책을 못 읽어내고 있어요. 독서가 부족하니 문해력도 전혀 안 되고 있어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금 잘하고 있는 영어나 수학이 원하는 성적만큼 안 나올 수도 있어요.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휘력이나 읽어야 하는 자료의 양이 많아질 텐데 지금처럼 문제풀이만 많이 하는 양치기 식 공부로는 힘들 거라고 말씀을 드렸다.
승현이는 기초가 단단하지가 않아서 석사 논문 쓰면서 발견한 읽기의 9단계에 따라 기본부터 단계를 밟아나가기로 했다. 문해력을 키우는 읽기의 9단계 방법은 이번에 출간한 『극강의 공부 PT』에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다.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를 읽으며 기본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딱딱하고 어려운 심리학 용어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사례를 들어서 풀어쓰고 있다. 내용의 질감이 마치 부드러운 카스텔라를 베어 먹는 듯했다. 게다가 각 장마다 요점정리 차원의 ‘포인트’를 따로 두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있다. 사막을 걷는 중간중간 오아시스를 마련해 놓고 목을 축이게 하는 것처럼 다가왔다.
미션스쿨이었던 관계로 고등학교 때 한 달에 한 번 영락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렸다.
한경직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셨는데 아주 쉽게,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하셨다.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할머니들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교를 하셨다. 그렇다고 깊이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깊이는 깊이대로 놓치지 않으면서 재미도 있어 집중해서 예배를 봤던 기억이 난다.
매일 To-Do List를 작성하고 있다. 안 그러면 시간이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버려 하루가 끝나면 허망한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항상 과도하게 계획을 잡아 100% 달성한 날이 아주 손에 꼽을 정도이다. 치밀하게 계획표를 짜 놓고 흐뭇해했던 경험만 많다.
심리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해야 할 일들을 나열하는 행동 자체에 이미 정도 진척이 있다고 착각을 한단다. 리스트를 작성함으로써 압박감의 해소와 아주 조금의 성취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것은 『아주 작은 습관의 힘』에도 나오는 이야기이다. 계획을 짜는 것은 동작에 불과했을 뿐인데도 실행했다고 착각한단다. 하루 종일 한 일은 기가 막히게도 정작 리스트 작성뿐인 경우는 얼마나 많던가.
투 두 리스트를 작성할 때 지켜야 할 ‘빅 3 법칙 The Rule of Three’ 있다.
세 가지 항목을 골라서 우선적으로 마무리하는 방법이다. 하루에 세 가지 이상의 일을 하지 말라는 뜻인데, 여기에도 순서가 있다.
첫 번째로 이메일 회신과 같은 ‘쉽고 간단한 일 먼저 한다. 두 번 째는 장기계획에 포함된 일을 선택한다. 연말 보고서 같이 매일 진도 나가면 도움이 되는 일을 한다. 세 번째가 오늘 반드시 끝내야 할 일이다. 의지력은 근육과 같단다. 근육 만들기 위해 몸 풀기를 해야 하듯 마음의 준비운동을 하면서 의지력을 키운다.
쉽게 완료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성취감을 얻어 앞으로 나아갈 힘에 투자를 한다. 이 힘을 당장 급하진 않지만 장기적으로 해야 할 일’에 쏟아 진도를 뺀 후 ‘오늘 반드시 처리해야 할 일’을 하면 미루기 병을 잠재울 수 있단다.
빅 3 법칙을 읽으며 그동안 계획에 실패했던 것이 과욕을 부려서였음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한테는 “과욕은 금물이야. 괜한 욕심부리지 말고 최소한 이것만은 꼭 하고 간다는 마음으로 공부해.” 해놓고는, 정작 나 자신은 그렇게 하지를 못했다. 계획을 무리하게 짜는 아이들한테, “기본부터 다 하고 나서 여력이 있으면 그때 해도 늦지 않아”라고 하면서도 중이 제 머리를 못 깎고 있었다.
이 책에는 기본을 다질 수 있는 내용들이 곳곳에 펼쳐져 있다. 이를 테면 “시간과 수량, 행동으로 습관화할 목표를 정하되, 계획은 구체적일수록 좋다” 라든가 “하나의 행동 절차를 습관으로 만들고자 할 때에는 행하기 편한 절차일수록 유리하다” 등이다.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사례가 너무도 쉬워서 나도 해볼 만한 생각이 들었다. 쉽게 무장해제되어 설득당하게 만든다
아침 일찍 일어나 운동하는 습관을 기르려고 한다면
하루 전날 밤 미리 운동복을 준비해 침대 맡에 두고 자는 것이다. 그러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즉시 운동복으로 갈아입을 수 있기 때문에 비몽사몽으로 옷장 서랍을 뒤지다 포기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가는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 이처럼 한눈을 팔게 만드는 장애물을 되도록 모두 배제하는 행동을 일명 ‘길 닦기 Clear The Path’라고 부른다.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218쪽
‘길 닦기’가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뒀다면 ‘추진 행동 Enablers’은 행동 정차를 수월하게 만드는 아주 작은 습관을 말한다.
길 닦기를 하고 추진 행동을 하는 이유는 저항력을 최소화 하기 위함이다. 잠깐 동안이라도 한눈을 파는 순간 동력을 잃기 쉽기 때문이다. 환경을 설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https://www.youtube.com/watch?v=UQOM0ZXtcx0&t=269s
강인선 기자의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에도 기본에 맞춰 또박또박 사는 모습이 나온다.
한 번은 뉴욕에 놀러 갔다가 투자은행에 근무하는 친구 집에서 자게 됐는데, 이 친구는 다음 날 입을 옷과 구두, 핸드백까지 다 색깔 맞춰 골라놓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가방 싸고 입을 옷 챙겨서 학교 갈 준비 다 해놓고 잠자리에 드는 초등학생처럼 말이다. 다음 날 아침 친구는 일찍 일어나서 샤워를 한 후 전날 준비해둔 대로 차려입고 나서 쏜살같이 사무실로 달려갔다. 아침에 쓸데없는 일로 고민하며 시간 낭비하지 않는, 진짜 효율을 극대화한 삶이었다. 밤에 빈둥거리며 TV 보고 이 생각 저 생각하며 잠 못 들고 그런 인생이 아니라, 모든 생활을 일에 맞춰놓고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다. 아마 그래서 승진도 잘하고 돈도 많이 버는 모양이다.
『힐러리처럼 일하고 콘디처럼 승리하라』, 168쪽
환경을 설정하고 좋은 습관을 유지하려는 것은 ‘다음 날이 있다’는 것을 의식하며 사는 삶이다. 우리에게 내일이 없다는 것처럼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심리학이 이렇게 쓸모 있을 줄이야』는 심리학도 심리학이지만, 오히려 글쓰기 하는데 도움을 주는 책이다. 책에 있는 글 한 편 한 편마다. 어려운 이론을 갖고 오지 않았다. 난해한 학문적인 글이 아니라 친근한 사례를 들어서 독자를 책에 흠뻑 빠지게 한다. 심리학 공부하면서 글쓰기 공부까지 하게 됐다. 꿩도 먹고 알도 먹게 된 셈이다.
진공청소기처럼 독자의 시선을 빨아들이고 있는 이 책은 기본에 아주 충실하다.
제 책이 출간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