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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순희 Feb 22. 2021

위대한 감정의 힘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

흔히 ‘협상’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과정을 거친다고 생각을 한다. 

‘협상’이라는 단어를 사전 찾아보면 “어떤 목적에 부합된 결정을 하기 위하여 여럿이 서로 의논함”이라고 쓰여 있다. 이렇듯이 ‘협상’ 하면 일단 이성에 힘을 끌어와야 하는 것처럼 인식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에는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논리적인 협상을 심미적이고 감정적인 협상으로 가볍게 돌려놓는다. 협상이란 심리적 합의의 과정임을 증명한다. 그동안 FBI에 근무하면서 있었던 실제 현장에서 적용한 사례의 결과물로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협상의 과정에서 무엇이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지를 사례를 통해 낱낱이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을 설득시킨다.     

 

저자는 협상을 감정에 좌우되는 분쟁으로 규정한다. 아무리 이성적으로 설득당한다고 해도 심정적으로 동의할 수 없게 된다면 합의는 물 건너간다.  협상의 목표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획득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상대의 어떤 지점에서 마음이 동요되는지를 살펴 제안과 역제안을 하여 결국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알아내는 것이기에 협상의 초점이 심리적인 측면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마음을 움직이기 위한 도구를 활용한다. 미러링, 침묵, 목소리와 같은 경청의 도구들이다. 동일 행동이라고 하는 미러링 mirroring은 기본적으로 모방을 말하는 것인데, 협상에서는 상대의 말을 반복하는 것이다. 상대의 말을 반복함으로써 동질감을 갖게 한다.   

        

미러링은 마법을 발휘한다. 상대가 마지막으로 언급한 세 단어(또는 중요한 한 단어에서 세 단어)를 반복하라. 우리는 자신과 다른 대상을 두려워하고 비슷한 대상에 끌린다. 상대가 당신에게 공감하고 유대감을 형성하도록 장려하거나 계속해서 말을 걸어서 우리 편이 전열을 가다듬을 시간을 벌거나 상대가 자기 전략을 드러내도록 부추기기 위해 미러링을 활용하라.

-『우리는 어떻게 마음을 움직이는가』, 73쪽     



저자 크리스 보스는 말한다. 우수한 협상가는 자신의 감정을 물론 타인의 감정도 정확히 명명할 수 있다고 한다. 감정을 부정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감정을 식별하고 영향을 미친다. 

명명할 때 제일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이 상대의 감정 상태이다. 감정 상태를 알았으면 그것을 분명하게 명명해야 한다. 그 명명의 마지막 규칙이 ‘침묵’이다. 명명의 힘은 상대가 무장해제되어 말문을 열도록 유도하는 데 있다. 

                    

심야 라디오 DJ의 목소리처럼 나직하고 부드럽게 말을 해 상대의 긴장을 풀게 해 대립하지 않는 관계로 만든다. 상대의 말을 공감하고 경청해줌으로써 주도권을 잡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낼 수 있게 된다.       

협상에 관해 개인적인 아주 특별한 경험이 있다. 남들보다 집을 빨리 사게 된 것은 세 들어 사는 주인집 때문이었다. 힘들게 하는 주인들만 만나서 어떻게 하든 내 집 마련을 하려고 애를 썼다. 단독 주택에 세 들어 살았는데 기저귀를 빨아서 마당에 있는 빨랫줄에 널으면 그것 갖고도 말을 했다. 웬 기저귀가 저렇게 많으냐고, 매일 빨래만 하냐고 성화를 부렸다. 손님들이 찾아와도 꼭 와서 한 소리를 하고 갔다.      


전세 살기가 너무 힘들어 이사 가려고 했더니 같은 구역 식구가 자기 집에 세 들어오라고 했다. 몇 년째 내놨는 데 절대 안 나가고 있으니 매매가 되면 바로 나가는 조건으로 들어갔다. 웬걸 5년째 안 나가던 집이 내가 들어가서 산지 6개월 만에 집이 나가버렸다. 살고 있는 동네에는 집을 구할 수가 없어 정릉까지 가보려고 했다. 한강을 지나가는 데 눈물이 쉬지 않고 흘러내렸다. 우리 가족이 살 집이 서울 하늘 아래 없나 싶어서 펑펑 울었다.      


정릉에도 우리가 원하는 집이 없어서 살고 있는 동네에서 찾아보기로 했다. 

구역 예배 때 집과 관련된 기도를 하는 데 연세든 집사님이 “이 참에 집을 한 번 사보셔.” 하셨다. 

35년도 더 된 이야기다. 


전세 1500에 살고 있는데 무슨 수로 집을 사요?

했더니 당신네 아파트가 4600이란다. 나머지는 융자를 빼서 사면 되지 하는 데도 전혀 감이 안 왔다.      

일단 4600에 나온 집을 보러 가자고 갔는데, 그 아파트가 마음에 쏙 들었다. 1층이어서 아이들이 들고뛰어도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 문제는 돈이었다. 구역 식구 중에 한 분이 보험회사를 다녔는데, 자기가 그 집 대출을 얼마 받을 수 있는지 알아봐 주겠다고 했다.      

3500 정도가 대출이 가능하다고 하는 데 문제는 아직은 내가 집주인이 아니어서 직접 대출을 받을 수 없다는 데 있었다. 아이 둘을 데리고 가서 집주인에게 사정을 했다. 어차피 우리가 들어와서 살 거니까, 아저씨 이름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아주시면 안 되냐고 했다. 그분이 깜짝 놀라면서 내 집을 담보로 내가 대출을 해서 당신 중도금 내는 걸 나보고 하라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했다.  

   

그분이 했던 말을 그대로 따라서 했다. 네, 맞아요. 선생님께서 대출을 해주시면 그 돈으로 잔금까지 다 치를 거예요. 아파트가 우리 명의로 되면 대출도 저희한테로 승계되어서 넘어오니 선생님께 부담 지을 일이 전혀 없습니다. 이를테면 미러링을 한 셈이었다.    

  

그러고는 그분의 처분만 바라고 침묵을 했다. 

내가 왜 당신 뜻을 따라줘야 하냐며 이건 상식적이지 않다고 화를 냈다. 그 분의 부인은 곁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나도 잠자코 그분의 말을 잘 들으며 간간히 고개를 끄덕여드렸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올해는 꼭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음이 있다며 속내를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없었던 일로 하자고 했다. 


아이 둘을 데리고 그 아파트를 나와 터덜 터덜 집으로 오는 데 또 속이 상해 길바닥에서 울었다. 

집 사는 거 포기하고 세 살 집이나 구하러 다녀야 겠다고 있던 참이었다. 생각지도 않게 사려고 했던 그 집주인한테 전화가 왔다. 보험회사에서 대출해 줄 테니 몇 월 며칠 몇 시까지 거기서 만나자고 하셨다. 약속 장소에를 가서 보험회사에서 그분이 사인을 하고 마무리를 졌다. 고마워서 몸 둘 바를 모르는 나를 보고 한 마디 하셨다.  

    

내가 새댁이 불쌍해서 미친 짓 한 번 해보는 거유. 어떤 놈이 들어올 사람을 위해 지 집을 담보로 해준답디까. 집 살 사람한테 지 집을 대출해주는 미친놈이 어딧겠어요. 아무튼 잘 사시구려. 너무 살려고 애쓰시지 말고.      

아마 논리적으로 다가갔으면 집을 못 샀을 것 같다. 정말 엉뚱하게 감정에 호소해 협상에 성공했다. 

때론 감정의 힘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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